[화제의 인물-이상현 민주노동당 前 대변인]
진보정당 원내 진입 시킨 주역 한국정치사 큰 족적 남겨

화제의 인물 | 입력 : 2006/12/25 [14:42]
(팝콘뉴스=화제의 인물)

 

대학졸업후 전노협 쟁의국장등 맡으며 노동계 핵심인물 부상
노원구서 국회의원 2번 출마해 모두낙선 “지지율은 당선권내”
“민노당이 진보주의자라면, 열린우리당은 자유주의자다”

“盧정권이 사실상 종말 고하면서 진보개혁세력으로 후퇴”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정계개편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與 신당 생겨나도 1년도 못가서 내부서 분열 일으킬 것”
“김근태 의장은 시대 상황에 따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민노당 대선후보선출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안할 것”


민주노동당 이상현 전 대변인(現 기관지위원장)은 한국정치의 진정한 진보세력을 제도권 내로 진입시킨 주인공이다.

79학번인 이 전 대변인은 81년 학내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제적, 구속됐다. 83년 복학하기는 했지만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인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전노협 쟁의국장과 민노총 조직국장을 맡으며 노동계의 핵심인물로 자리잡았다. 노동계의 제도권진입을 위해 창당한 국민승리21의 조직위원장 및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정치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대변인 등을 거친 그는 2002년에는 대선 미디어 대책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2000년과 2004년에는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 낙선하기는 했지만 늘 당선권 내에 들어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후보였다.

 

지난 6일 이 전 대변인을 만나기 위해 민노당 당사를 찾았다. 당사는 어지러울 정도로 분주했다. ‘한미 FTA 반대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표현하면 좋을 듯 싶었다. 7층 위원장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이런저런 문제로 인터뷰는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우선 이 전 대변인의 신상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는 민노당 창당주역으로 당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역구’를 버리고 ‘비례대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지역구가 서울 노원구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당선을 위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무조건 당선만을 생각해 선택한다면, 지역은 누가 지키겠는가. 또한 당인이나 조직인은 당선에 앞서 소명감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대변인으로 활동할 당시 부대변인을 맡았던 김종철 전 서울시장후보도 이미 정치적으로 많이 크지 않았는가. 정치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하던데….

“후배가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 축하해 줄 일 아닌가. 그리고 진보정치는 길게 봐야 한다.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 게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지자체장에 출마할 생각은 안했나.

“국회의원 선거에 ‘올인’했다. 하지만 2번이나 낙선을 경험해야 했다. 에너지가 소멸됐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모두 지쳤다.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그냥 쉬기만 했다는 말인가.

“쉬는 동안 나와 당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와 기관지 위원장에 선출되지 않았는가. 이제 중임을 맡게 된 만큼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생각이다.”

 

민노당은 지난 17대 총선 때 크게 약진했다. 무려 10석을 확보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원내 3당이었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 이후 침체에 빠졌다.

특히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될 수 있다. 노 정권이나 열린우리당도 ‘진보세력’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열린우리당 내 ‘개혁세력’과 민노당의 정체성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여당 발 정계개편’을 바라보는 민노당의 생각도 궁금했다.

 

-열린우리당 내 개혁세력과 민노당의 근본적 차이점이 무엇인가.

“두 당이 내건 화두부터 틀리다. 민노당은 ‘진보’고, 열린우리당은 ‘개혁’이다. 우리가 진보주의자라면, 열린우리당은 자유주의자다.”

 

-너무 어렵다. 화두나 슬로건 이런 것 말고, 근본적 생각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정책의 차이다. 당장 한미 FTA에 보더라도 우리는 반대고 열린우리당은 찬성이다.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나 비정규직 문제 등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건 열린우리당 전체를 말하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내 ‘개혁세력’과 민노당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정치는 당 대 당이 하는 것이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니다. 당론으로 채택이 안되는데 생각이 같다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민노당이 침체에 빠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노 정권이 사실상 종말을 고하면서 진보개혁세력이 전반적으로 후퇴했다. 노 정권이 무능하고 과격한 이미지만 국민에게 심어놨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점은 민노당 내부에 있다.”

 

-민노당 내부에 있다니, 그건 무슨 말인가.

민노당이 10석이나 확보하며 원내에 들어갔다. 정치적 성과를 내야한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평가할 때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받았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폐업’신고를 하고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민노당의 시각은 무엇인가.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정계개편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오직 다음 당선만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모습이다. 여당의 정계개편은 자구적이고 수세적이다. 이런데 무슨 제대로 된 정계개편이 되겠는가.”

 

-현실 정치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집권 4년 만에 생존을 위해 정치판을 흔드는 것을 제대로 된 정계개편이라 할 수 있는가. 진정한 정계개편을 하려면 좀 더 공격적인 개편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한사람을 놓고 ‘줄 세우기’ 하는 게 아니라 진보 대 보수 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개편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이 ‘폐업’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들린다.

“당이 이념이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는데 그럼 얼마나 가겠는가. 지금 열린우리당은 3년8개월 갔지만 아마도 새로 생겨나는 신당은 1년도 못가서 그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까 국민들 앞에서 궤변이나 늘어놓는 게 아닌가.”

-궤변이라니 무슨 얘기인가.

“김근태 의장 말이다. 김 의장은 시대 상황에 따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97년 대선을 앞두고는 ‘DJP 연합’에 대해 당위성을 내세우더니, 지난 열린우리당 창당 때는 ‘민주개혁세력연합’이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했다. 이제는 ‘민주평화세력연합’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틀린가, 김 의장이 말하는 얘기는 한마디로 ‘반 한나라 비 민노당’ 아닌가.”

 

‘일심회’사건, 자주파(NL)와 평등파(PD)간의 갈등 등 내외 요인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쩌면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부딪쳤다. 내부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물어봤다.

 

-민노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 정치구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정치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기 전 까지는 민노당이 한계가 있을 것이란 말이 무성하다.

“분명 영호남으로 양분돼 있는 현실정치 속에서 민노당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는 길게 봐야한다. 긴 호흡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당대에 집권을 못하면 후대에 이뤄내겠다는 정신으로 진보정치를 국민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20% 대까지 오르내리던 민노당 지지도가 현재 7% 내외로 폭락했다.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당내 NL(민족 해방)계열과 PD(민중 민주)계열의 정파 싸움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노당이 정파 대립을 자초했다고 본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주의와 이념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정파 자체에는 긍정한다. 현재까지는 정파 간 대립이 비생산과 줄서기, 당력 낭비 등으로 연결된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파 대립의 해결책이 있는가.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중산층이 소멸해 가고 있다. 당이 서민 대중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당내 정쟁이 당을 재편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내년 대선이 큰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민노당은 민생문제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독도 파병 등 거대 담론에 집착했다고 보는데.

“NL계열은 통일 문제 등 민족적 과제를 우선시했고 PD계열은 노동문제가 최우선의 관심사로 작용하다보니 민생문제가 소홀해진 감이 있다.”

-민노당의 대북한 정책이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 지도부의 방북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불확실한 입장 표명 등이다.

“당내 논쟁이 치열했고 진보 정당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북 관계의 개선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난받지만 남북 관계에는 ‘보약’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북핵실험 파문은 미국이 원인을 제공했고 중간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그래서 민노당은 ‘유감’을 표명했던 것이고 북한의 비핵화 촉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노총이 민노당의 토양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심지어는 민노당 위에 ‘총독부’로 군림한다는 말도 들린다. 민주노총의 대의원 비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있는데 민주노총과의 관계 개선을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 ‘총독부’발언은 지나친 해석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전체가 아닌 대기업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당이 민주노총에 대안을 제시하고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월 1회 당ㆍ노총 정례협의회를 열고 있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의결체계 변경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내년 대선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열린우리당은 벌써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분위긴데 민노당도 후보 결정 방식을 지금보다 개방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는가.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원제도를 형해화(形骸化)하고 후보 선출을 희화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민노당은 진성당원, 진성당원+후원당원, 진성당원+선거인단, 국민경선 등의 네 가지 후보선출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방식이 유력하다.”

 

-선거인단 모집이 쉽지 않을 것도 같다. 선거인단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지금도 민노당에는 매월 600 여명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분명히 저력 있는 정당이다. 선거인단 규모는 50만 명 정도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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