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 아홉 칸 안에 다채롭게 들어찬 정성
여든두 번째 취미, '다과 구절판 만들기'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구절판은 아홉 칸에 모두 다른 음식을 넣어 그 다채로움과 화려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장법이다. 구절판에 담기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한과를 구절판에 담아 선물한다면,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정성, 맛까지 모두 선물할 수 있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폐백 음식은 물론, 간식이자 선물로도 사랑받는 다과 구절판
구절판은 아홉 칸으로 나뉜 목기에 채소와 고기류 등 여덟 가지 음식을 둘레에 담고 가운데 밀전병을 담은 요리다. 보기에도 좋고,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고급스럽기까지 한 이 구절판은 궁실이나 양반집에서도 유두절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하지만 손이 그만큼 많이 가기에 현대로 와서는 흔하게 보기 어려운 음식이 됐다.
단, 이때 음식만으로 구절판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주안상이나 다과상에 이 구절판을 활용하면 호두, 은행, 대추, 잣, 곶감 등의 안주나 강정, 정과, 다식, 숙실 등과 같은 한과 등을 넣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취미는 이 중에서 다과 구절판이다. 김은경 거제 달리아 대표는 다과 구절판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과 구절판은 과거 폐백 음식으로 사랑받다가 이제는 일상에서 티 푸드나 간식으로 활용되면서 쓰임새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선물로도 인기가 많은데요. 달고, 자극적인 디저트가 아닌 사계절 동안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식자재로 만든 다과를 넣어 더욱 건강합니다. 또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정성을 담아 선물할 수도 있어 더 감동적이에요."
한식 디저트도 아름답고 맛있을 수 있다는 인식
이렇게 다과 구절판을 선물 받으면 우리나라의 전통 한식 디저트도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만큼 흔한 디저트 선물보다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한 언제든 만들어 놓아도 보관이 용이하고, 장기간 보관해도 그 맛이 오래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디저트를 포함해 어떤 음식이든 그 보관이 쉽지 않아 선물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과 구절판은 그 제한이 조금 덜한 편이다. 만약 아홉 가지를 각각 다른 다과로 채울 자신이 부족하다면 두세 가지만을 조합해도 좋다.
이 다과 구절판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안주로도 다과로도 좋다. 특히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내기에 좋은데, 와인이나 칵테일 안주로도 식후 디저트로도 적당하다. 케이크나 쿠키, 치즈 등이 식상하게 느껴질 때나 가볍고 건강에 좋은 안주를 대접하고 싶다면 다과 구절판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만남이 많아지는 연말, 연초에 필요한 구절판
만들 줄 아는 한식 디저트, 즉 한과나 정과 등이 있다면 구절판에 넣어 장식하면 좋고, 만약 이러한 재주가 없다면 간단하게 금귤이나 밤, 대추, 잣, 육포, 견과류 등을 적당히 섞어서 차려내도 좋다. 이때 제철에 맞는 식재료를 담으면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것. 즉, 비슷한 색끼리는 마주한 칸을 피해두는 등 아홉 가지 다과를 넣을 때, 색 배열에 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의할 점은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않는 것이다.
"흑임자 꽃다식으로 아이들 체험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수업 난도가 조금 높아서 아이들이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욕심부리지 않고 가르쳐 준 대로 잘 지키면서 해서 오히려 어른보다도 더 잘하더라고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는 연말, 연초가 다가오고 있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적당한 선물을 찾기 어렵거나 집으로 손님이 찾아올 때, 감각 있는 다과 구절판으로 더 풍성한 만남을 준비해보자.[팝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