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최선실 기자) [편집자 주: 직업이란 무엇일까?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계속해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즉,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나의 직업이 생계를 넘어 의미를 갖고, 더 나아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을까.]

바지가 너무 길어 단을 줄여야 한다면, 소매가 너무 넓어 통을 줄여야 한다면 우리는 세탁소나 수선집을 향한다. 김 씨가 옷을 수선하면 손님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만큼 옷 수선을 잘하기 때문이다. [직업의 세계]에서는 마법의 손을 가진 수선사 김복희 씨를 만나보고자 한다.

슬람미 명품 옷 수선 내부(사진=김복희 수선사 제공)
슬람미 명품 옷 수선 내부(사진=김복희 수선사 제공) ©팝콘뉴스

경기도 이천시 슬람미 명품 옷 수선의 대표 김 씨. 김 씨는 수선사다. 수선 일을 한 지 30년이 된 김 씨는 언니의 권유로 수선 일을 하게 됐다. 

"옷 수선을 한 지도 벌써 30년이 됐네요. 결혼하기 전에는 서울에서 재봉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동대문 상가에 납품하는 옷의 샘플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경력을 쌓고 언니의 권유로 이천 터미널 부근에서 홈패션 일을 하게 됐지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옷을 수선하는 일을 했고요. 바지 단과 소매 길이도 줄이고, 그 시절에 배운 경험이 제 실력이 된 것 같아요."

김 씨는 해가 긴 봄, 여름, 가을에는 10시부터 8시까지 근무한다고 한다. 거의 10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10시간을 근무할 정도로 열정을 쏟는 김 씨. 김 씨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올까?

"많은 손님들이 제가 수선해주는 옷을 입다 보니, 다른 곳은 못 가겠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그만큼 제 실력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뿌듯해요. 뭐든지 한 분야를 오래 하다 보면 열정과 내공이 쌓이는 것 같아요. 저희 가게는 근처 손님뿐만 아니라 버스를 타고 오는 분들도 많아요. 버스를 타고 나오기 번거로우니, 가까운 수선 집에 가시라고 해도 꼭 저희 가게를 방문해주세요. 그렇게 저를 사랑해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행복해요. 수선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 보니, 오래 근무해도 힘든 줄 모르고 일했던 것 같아요. 손님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저희 가게에 자주 오셔서 힘을 주신 적도 많아요. 그래서 더 열정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죠."

수선 일을 하면서 어깨와 허리가 아파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김 씨는 자신의 직업이 천직이라고 이야기한다. 

"옷이나 가방을 수선하다 보면 오랜 시간 서 있기도 하거든요. 어깨와 팔, 허리 이곳저곳 안 아픈 데가 없어요. 그래도 손님들이 제가 수선해주는 옷을 좋아해 주시니까 아픈 것도 모르고 일해요. 수선 일이 힘들어 잠시 가게를 정리하고 식당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어요. 식당 일이 생각보다 고되기도 하고, 오히려 수선 일이 천직이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 수선 일만 했어요. 수선 일을 하며 아이 셋도 반듯하게 키웠으니, 이제 할 몫은 다 한 것 같아요. 수선 일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손님들이 가게에 찾아오세요. 정말 이기적인 손님들도 있지만, 간혹 마음이 따뜻한 분도 있어요. 수선 값이 비싸지 않다고 가격을 더 올려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시는 손님도 있고요. 수선 값이 7000원이 나왔다고 하면 맛있는 간식 사 먹으라고 만 원을 주고 가는 손님도 있어요. 그런 따뜻한 손님을 만날 때면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김 씨의 얼굴을 보면 야무짐이 느껴진다. 야무진 김 씨는 수선 일을 하며 세 자녀도 훌륭하게 키워냈다. 

"바지 수선 가격은 손님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받아요. 바지 수선, 소매 수선, 가방 수선 등 손님들이 부탁하면 거의 다 수선을 해드리는 편이에요. 그렇게 수선사로서 오래 일하며 돈을 모아, 아이들 셋을 반듯하게 키워냈죠. 자녀는 세 명이에요. 딸 둘에 아들 하나요. 큰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1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좋은 남자에게 시집갔어요. 얼마나 예쁘게 잘 사는지 몰라요. 둘째 딸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바리스타 기술을 배워서요. 지금은 원주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멋지게 살고 있어요. 셋째 막내아들은 IT회사에 취직했고요. 가만히 살펴보면 저 자체가 흥청망청 돈을 쓰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 생활 습관 덕분인지 돈도 조금 모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둘째 딸 전세를 마련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었죠. 아이 셋을 잘 키우겠다는 신념을 갖고, 앞을 보며 열심히 달렸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세 아이 모두 저를 닮아 자립심도 강하고 야무진 구석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 씨의 소원은 옷 수선하면, 바로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다른 가게에 안 가시고 꼭 저를 찾아주시니까 직업의 만족도가 커요. 수선한 옷을 입으시며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니 또한 보람을 느끼고요. 많은 손님들이 옷 수선하면, 바로 제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수선 일을 잘하고 싶어요. 자녀 셋도 잘 성장했으니 이제 제가 뭘 더 바라겠어요. 앞으로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5년 정도 더 일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노후에는 전원주택에서 살았으면 해요. 그곳에 가서 텃밭도 가꾸고, 화초도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태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게 비쳤다.' 가수 커트 코베인이 남긴 명언이다. 김 씨는 특유의 친절함으로, 행복한 웃음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김 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고통은 사라지고 희망 즉, 빛만 남게 된다. 손님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김 씨. 앞으로 그녀의 삶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를 힘차게 응원한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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