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허술한 역학조사 지적에 “잘 모르겠다”

(팝콘뉴스=나소리 기자)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던 공장 근로자들 가운데 사망자 대부분이 산재 처리를 받지 못했지만 사측은 근로자들 죽음에 책임이 없다면서 발뺌하고 있으며, 유해물질 역학조사를 실시한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조차 모르쇠로 일관해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과 협력업체 등에서 근무하던 중 암과 뇌종양, 뇌경색, 폐렴,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산재를 인정받은 근로자는 단 4명에 불과했으며 남은 이들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숨진 근로자가 108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심각성은 더 커 보인다.

그동안 발생한 근로자들 죽음에 대한 원인으로 유기용제와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피복됐다는 판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재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주요 사망 원인으로 언급된 유기용제, 톨루엔 자이렌 등 유해물질이 배제된 채 진행된 역학조사였다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07년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근무 중 유해물질로 질병에 걸려 재해를 입은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 입증은 근로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개인이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을 스스로 입증한 뒤 산재 처리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 한국타이어처럼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작업장의 경우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기용제는 특정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 상태의 유기화학물질인데 통상적으로 세척과 기름때 제거, 희석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유기용제 중독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한국타이어 작업장이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장비나 방독면조차 제공하지 않고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열약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보도되면서 산재 처리와는 별개로 기업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는 최종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승인을 해 주는 것은 맞지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단하면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개인이 질병과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사측과 갈등을 벌이는 근로자들을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앞서 한국타이어 공장에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밝힌 데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관계자는 자신이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것이 아니라며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없냐는 질문에는 “조사 결과가 비공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뒤 곧바로 “그것조차 잘 모르겠다”며 말을 번복하며 업무 관련성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한국타이어는 앞서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근로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산재 승인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자사 공장은 엄연한 규정에 따라 작업환경을 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지방노동청에서도 주기적으로 나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태에 대해 “불법 행위에 대해서 엄정히 수사하고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한 재역학조사와 산재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부처 법 개정, 관리감독에 대해 “국제 기준에 맞는 엄격한 유해물질관리 기준과 산재 처리 등을 위한 관련 부처 법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혀 최근 해당 답변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음 호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중심으로 노동자가 알아야 할 권리를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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