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고민에 "비교하지 않아도 돼" 답신
오는 31일까지 전시... 4일까지 방문하면 엽서 전달

▲ 2일 서울중앙우체국 내 우표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일상의 위로전'에 '신이어마켙'과 협업한 엽서들이 편지 봉투 안에 담겨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안녕하세요, '향나무'님. 상쾌한 향이 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별칭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다정한 인사로 시작한 글이 공감으로, 위로로, 응원으로 이어지면서 편지는 한 장 반을 훌쩍 넘겼다. '익명의 1인가구 청년'에게서 날아온 고민 편지에 '익명의 시니어(senior)'가 보낸 답신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온기우편함' 등이 함께 진행한 '세대 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편지왔어요(이하 편지왔어요)' 캠페인을 통해 청년과 시니어가 주고받은 편지 일부를 소개하는 전시 '일상의 위로전'이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중앙우체국 지하 우표박물관에서 열린다. 2일 우표박물관을 찾았다.

■ 인생 선배의 '정중'하고 '다정'한 편지

'편지왔어요'는 '익명의 1인가구 청년'이 손편지로 고민을 상담하면 다시 '익명의 인생선배'가 손편지로 답신하는 캠페인으로, 지난 8월에서 11월까지 진행하는 동안 총 6개 기관 218명이 참여했다.

전시장에서는 캠페인을 통해 접수된 청년들의 고민 일부와 시니어들의 답신 전문 4쌍을 만나볼 수 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많지 않아 고민"이라는 편지에는 "칠십 생을 살았지만, 늘 만남에는 생각이 없을 수 없더라"는 답이, '열심히 사는데 하고 싶은 일은 없다'는 불안한 마음에는 "즐기며 산다는 사람들도 돌아보면 걱정에 잠 못 이룰 것"이라는 답이 정중한 말씨로 달렸다. "고민할 만하다"는 말도 꼬박 덧붙었다.

▲ 2일 서울중앙우체국 내 우표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일상의 위로전'에 청년의 고민편지 일부와 답신 전문이 전시돼 있다 © 팝콘뉴스

신미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주임은 "(시니어분들이) 처음에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르신다. 그래서(편지쓰기) 봉사에 오셨을 때 청년 편지를 다양하게 두고, 답변할 수 있는 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며 "(편지쓰기 하다보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이해하시기도 한다. 청년이 다시 익명으로 재답장을 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손편지'인 만큼, 글씨를 살피는 데서 오는 즐거움도 있다. 독자를 배려해 고쳐 쓴 흔적 없이 깔끔한 편지지에서도, 글씨는 오르내려도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묻어있다. 신미혜 주임은 "A4지에 편지를 먼저 쓰고, 글씨체를 살펴서 다시 쓰고, 또 옮겨쓰기도 하시더라"라고 귀띔했다.

■ 엽서로 다시 만나기

현장에서는 네 쌍의 편지 외에 취약계층 시니어와 디자인 문구 등을 만드는 '신이어마켙'과 협업한 엽서도 만나볼 수 있다. 캠페인을 통해 모인 시니어 편지의 문구 일부를 손글씨 그대로 따와 엽서로 만든 형태다. 시니어가 직접 그린 밤, 호두, 찐빵 등의 그림도 함께 실렸다.

해당 엽서는 오는 4일까지 전시장에 방문해, 한쪽 벽면에 마련된 '당신의 이야기' 구역에 응원, 고민 등을 적인 메모를 남기면 선착순 600명까지 받을 수 있다.

▲ 2일 서울중앙우체국 내 우표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일상의 위로전' 전경. 편지에서 발췌한 문장을 이용한 피켓 등으로 꾸민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 팝콘뉴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내년에도 세대 연결 프로그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 봄에는 '서울 한바퀴'라는 한강 인근 플로깅 활동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고, '편지왔어요' 활동 역시 이어갈 계획이다.

신미혜 주임은 "어려운 시기다. 번아웃이 왔을 수도, 소진됐을 수도 있겠다"며 "12월 한 달간 진행되는 행사니, 실제 오셔서 문장도 읽어보시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팝콘뉴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