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원격수업,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책임 있는 언어 사용과 사람에 대한 존중 등 학생들의 인성교육 강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미래 핵심 인재로서 갖춰야 할 역량으로 다양하고 질 높은 스펙보다 협업, 공감, 예절과 같은 인성 역량 함양이 더욱 중요해졌다.

학교에서 만나는 대부분 아이는 참으로 곱고 예쁘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규범을 잘 지키거나 성실함과 상관없이 또, 예쁨 받거나 인기가 많다거나 그 어떤 요인들과 관계없이 복도에서 재잘거리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아이들을 볼 때면 이런 아이들을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고민하게 된다.

학생들의 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국가를 비롯해 각종 단체에서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학교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 가장 클 것이다. 헬렌 켈러는 '인성은 쉽고 조용하게 계발될 수 없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이 고무되고, 성공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헬렌 켈러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인성교육은 결코 쉽지 않으며 시련과 고통을 수반하는 지속적인 어떤 경험을 통해 이뤄져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과 학교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인성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 방법으로 책읽기, 즉 독서교육을 추천하고 싶다. 단언컨대 아이들의 독서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좋은 책 한 권을 읽을 때,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갖게 하고 정서적 감동과 깨달음을 선물한다. 지식의 축적은 아이들 자존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서적 감동은 아이들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거나 커다란 파장을 만들며 울림을 맛보게 한다. 그리고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책 내용과 자기 삶을 연결 짓는 위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 이유는 내가 직접 책을 읽거나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으로, 책은 독자에게 어떤 영감을 주기도 하고,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하고, 커다란 생각의 숲을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는 세수하고 피부에 영양을 주기 위해 바르는 에센스처럼 우리 마음과 정신에 귀한 영양분을 주어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인성교육 방법으로써 독서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독서가 인성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감성지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다니엘 골먼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조율하는 감성지능이 IQ보다 중요하며, IQ와 달리 감성지능은 학습으로 계발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초등학교에서 감성 동화 읽기를 통해 인성을 키우는 수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학교에서는 문학작품 독서를 통해 작품이 지니는 심미적 체험을 한 뒤 친구들과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수업이 해당 성취기준에 의해 진행된다. 주로 국어 선생님들이 이런 수업을 기획하고 실행하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히기 위해서는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독서에 관심을 두고 감성지능을 키우는 교과 연계 독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언젠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육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선생님 질문을 받고 그 내용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에는 텔레비전 말고도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모두 볼 수 있어서 다시보기로 정주행(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봄)하다 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요. 교사인 우리도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종일 핸드폰을 손에 들고 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질문을 받은 나도, 연수에 참여한 다른 선생님들도 이 말에 공감하며 독서가 우리 인생에서 갖는 의미와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독서교육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을 나눴다. 우리는 독서가 주는 이로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독서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내놓는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우리들의 삶은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처리해야 하는 복잡하고 바쁜 삶이 되었다. 특히 미디어와 SNS를 통해 많은 것들을 수행하며 사는 삶 속에서 책을 읽는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의 경우를 비추어 봐도 아침에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며 알람을 끄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 잡은 순간부터 오늘 날씨와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한 뒤, 뉴스와 SNS를 보며 출근 준비를 한다.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TV 드라마나 뉴스,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금요일과 주말에는 OTT(Over The Top)를 이용해 영화를 본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예전에 비해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내겐 유년기에 책을 읽는 언니와 오빠 옆에 앉아 함께 책을 읽던 기억이 있다. 청소년기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시며 강조하셨던 독서에 대한 경험과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국어 교사가 된 후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실행해 왔던 책읽기와 독서캠프, 다양한 독서 관련 활동들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현재까지 꾸준히 해 온 독서에 대한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덕에 지금도 학교에서는 책상 한쪽에 읽을 책을 쌓아놓고 틈틈이 책을 읽는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때론 서가에 기대어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국어과 선생님들과 학년별로 매월 '한 책 함께 읽기'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함께 감성과 인성을 키우고 있다.

오늘은 읽기 단원 수업을 하며 모파상의 '노끈 한 오라기'라는 글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글을 읽고 나서 "아! 선생님, 이 얘기 너무 마음 아파요"라고 말하는 아이들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촉촉한 울림을 나눴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은 삶의 나침반과 깨달음의 열쇠를 또 하나 얻었다. 그 열쇠는 아마 나와 아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고 가치 있는 선택을 하게 할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 일은 최고의 스승을 두는 일이기에 나와 아이들은 책과 멀어지기 쉬운 미디어 시대에 꾸준히 독서를 병행하며 사는 방법을 나름대로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훈데르트바서(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화가이자 환경운동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미디어가 우리 삶의 많은 시간을 장악해버린 이 시대에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독서를 통한 학생들의 인성 가꾸기'가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꾸준히 책을 읽는 아이들은 글의 맥락에서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생각의 숲을 가꾸며 인생을 풍부하게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이기에 아이들에게 독서의 기억을 많이 심어주는 학교와 교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독서가 선사하는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독서가 뿜어내는 기적의 향기를 진하게 느끼며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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