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도 현대그룹-중공업간 희비

(팝콘뉴스=김규식 기자)

TV광고를 통해 이른바 '고인(故人) 마케팅'이 화제를 모으면서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 사이에 적통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현대중공업이 설 연휴를 시작으로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986년 중앙대학교 특강 장면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TV에 기업광고를 내보내면서 감지되고 있다.

이 광고는 정 명예회장 최초의 육성 광고로서 조선업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도전정신으로 이겨냈다는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TV광고가 고 이주일씨와 함께 화제를 낳으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배제한 정씨 집안의 현대그룹 적통 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광고가 나가면서 현대그룹과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범 현대가에서 지난달 옛 현대그룹 계동 사옥 입구에 '현대(現代)'라고 새긴 표지석을 5년 만에 다시 세운 것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계열 분리된 2002년 당시 계동 사옥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사들였지만 표지석은 사라졌었다. 당시 정몽구 회장과 고 정 명예회장과의 그룹 계승을 둘러싼 앙금이 표지석을 없앴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범현대가가 표지석을 다시 세운 것은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달 열린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미수연 행사도 범 현대가의 부활을 꾀하는 자리였다고 해석한다.

미수연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측의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범 현대가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잃어버린 현대 계열사를 정씨 집안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개연성이 높다.

이 자리에는 고 정 명예회장의 영상물이 나왔는데, 참석한 범 현대가 인사들이 숙연해졌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에서는 현대그룹측과 정씨 일가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무성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최근 당내 공천을 둘러싸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외삼촌이다.

김무성 의원의 최근 당내 공천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4월 총선에서 부산 남구을로 4선에 도전하는 김 의원은 당 비서실에서 같이 일했던 정태윤씨에게 도전을 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선친의 아호를 딴 '아산싱크탱크'를 출범시킨데 이어 정주영 기념관도 건립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씨 일가의 행보를 보면 현대건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모두가 현대가 재건을 위한 의지로 볼 수 있다”며 “고 정주영 회장의 TV광고도 이같은 포석의 일환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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