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허문 궁궐담장 503m 복원...율곡로 터널 위 숲길도
북신문 등 완전 개방까지는 시간 더 걸려

▲ 오는 22일 시민개방을 앞두고 20일 창경궁-종묘 복원로 프레스투어가 진행됐다. 사진은 복원된 궁궐담장 및 궁궐담장길. 색이 더 어두운 돌은 복원작업 중 발굴된 옛 돌을 사용한 것이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도로에서 조금 비켜난 오르막을 올라, 창덕궁 단봉문 앞에 서자 야트막한 돌담과 흙색 산책로가 드러났다. 아직 일부 공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깔끔하고 고즈넉한 표정의 길이었다.

오는 22일 창경궁~종묘를 연결하는 궁궐담장길이 시민에게 개방된다. 복원사업이 시작되고 11년 만이다.

20일 담장길에 먼저 다녀왔다. 복원사업의 목표는 일제가 종묘관통도로(현재 율곡로)를 설치하기 전의 모습으로 창경궁-종묘를 연결하는 것이다. 당초 동궐(창덕궁, 창경궁)과 종묘는 같은 숲에 설치돼 있었고, 사이에 담장이 있었으나 후문인 '북신문'이 있어 통행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율곡로 지하화 ▲율곡로 터널 위 포함, 창경궁-종묘 8000㎡ 규모 숲길로 연결 ▲일제가 허문 궁궐담장(503m) 선형 그대로 복원 ▲담장을 따라 창경궁이 건너다 보이는 궁궐담장길(340m) 조성 ▲북신문 복원 등을 진행해 왔다.

우선, 복원된 담장은 사업 중 발굴된 옛 기초석에 맞춰 주변 땅 높이를 복원하고, 옛 담장 유적이 발굴된 지대의 경우, 지대 뒤로 새로운 담장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김재명 KCI 감리 전무는 "중앙 부분은 원지형을 찾았으나 양쪽 끝은 터널 위라 '레벨(땅 높이)'을 맞추지 못했다"라고 부연했다. 원형 그대로 복원한 중앙부는 원형이 남아있는 주변의 담장형식 및 1907년 '동궐도', 1931년 '조선고적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발굴된 옛 담장 원형을 일부도 확인할 수 있다.

김재명 전무는 "(발굴된) 담장은 태종 14년에 세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담장 유적) 오른쪽에는 지대석(바닥돌)이 있고, 왼쪽에는 없다. 조선 초반에는 상황이 여의찮아 (설치)하지 않았다"며 "오른쪽 지대석을 보면, 인력으로 작업한 것이라 처리가 자연스럽다. 당시 기법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 종묘 북쪽 담장 유구 ©팝콘뉴스

담장 복원에 활용된 석재 4만 5000여 개의 약 20%에 해당하는 약 9000여 개 석재는 사업 중 발굴된 옛 담당 기초석을 활용했다. 철종 때 담장 보수 시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모반듯한 석재 중심으로 재활용했다.

"조선시대(초기에)는 요즘 같은 연장이 없어, 돌을 (네모반듯하게) 다듬지 않고 사용했다. 둥글둥글한 돌들은 체험석으로 확인할 수 있다"라는 부연이다.

▲ 종묘 옛 지형 복원으로 찾은 새김돌. 돌이 설치된 연도인 1870년에 해당하는 '경오'가 새겨져 있다 © 팝콘뉴스

동궐과 종묘 사이 '북신문' 역시 복원됐다. 종묘의궤, 승정원일기 등 문헌을 살펴, 규모와 모양이 가장 유사한 창경궁 '월근문'을 참고했다. 문 건너로는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길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동안 궁궐담장길에서 종묘나 창경궁으로 바로 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재명 전무는 "(북신문은) 태종 16년에 만든 문으로, 종묘로 가는 후문이다. 다만, 종묘까지 후문으로 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된 문은 아니"라며 "(문화재청은) 후문으로 가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 것도 있고, 종묘와 창경궁 입장 방식에 차이도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가 목표기 때문에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종묘로 향하는 후문인 북신문이 열려 있다 © 팝콘뉴스

한편, 서울시는 시민 개방 하루 전인 21일 오후 시민개방 행사를 먼저 진행한다. 이날 행사 중에는 한동안 폐쇄되는 북신문 및 창경궁 통로 출입문이 잠시 개방될 예정이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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