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첫 대면행사
장애인 당사자·가족들 직접 무대 꾸며
장애 인식 개선 부스부터, 지역 장애인 대상 기관 평시 프로그램 홍보까지 콘텐츠 다양

▲ 16일 '제26회 서대문구 장애인 한가족 한마당'에서 휠체어를 탄 시민과 자전거를 탄 시민이 천천히 교차해 지나가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16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 폭포마당은 평소보다 북적였다. 천변에 마련된 무대를 중심으로 3열 임시 관객석이 마련됐고, 건너에 지역 장애인·장애인 가족 관련 단체들이 마련한 부스 앞으로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소보다 좁아진 산책로를 전동 휠체어, 수동 휠체어, 두 다리,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가득 채웠지만, 동선이 엉키지는 않았다. 휠체어를 탄 시민들을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천천히 지나쳤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반나절 홍제천 폭포마당에서는 '제 26회 서대문구 장애인 한가족 한마당'이 열렸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최하고 30여 개 지역 장애인·장애인 가족 관련 단체 30여 곳이 함께한 행사장에 다녀왔다.

■"오랜만이에요"

코로나19 이후 첫 행사인 만큼, 이날 현장에는 반갑게 인사 나누는 이들로 왁자했다.'농문화 OX퀴즈', '장애인 보조기기 체험', '수세미 위빙' 등 36개 부스 천막에서도 웃음과 박수 소리가 종종 터졌다.

지난 2013년부터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다는 시각장애인 김기수 씨(70대)는 "우리는 시각장애인이니까, 다른 장애인들을 많이 못 만난다. 그런데 여기 여러 체험부스를 보다 보면, (다른 장애인들은) '이런 곳에 초점을 맞추고 지내는구나'라고 알 수 있다"며 "그분들은 그분들의 아픔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아픔이 있지 않나. 이런 자리를 통해 교류돼(좋다)"라고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학교 단위나 복지관 단위로 축제에 나선 발달장애인 시민 역시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복지관 소속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축제 현장에 나온 활동지원사 김 모 씨(60대)는 "좋다. 데리고 나가서 게임도 해보고, 룰렛도 돌려보고. 1년에 한 번씩인데, 애들도 좋아하고. 이런 행사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제26회 서대문구 장애인 한가족 한마당 현장 ©팝콘뉴스

부스 건너 마련된 무대에서도 볼거리가 쏟아졌다. 1부는 내빈 소개와 장애인복지 유공자 표창, 장애인식 퍼포먼스 등으로 꾸며졌다면, 2부는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 가족 등이 참여해 무대를 꾸몄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대문지회 '맘스렐레' 팀은 '나성에 가면', '여행을 떠나요' 등을 우쿨렐레로 연주했고,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서대문지회 'ballo' 팀은 청춘열차, 촛불잔치 등의 곡에 맞춰 라인댄스를 선보였다.

컵을 이용한 난타 연주인 '컵타' 공연에 참여한 서대문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조용아 씨(32)는 "전에도 복지관 쪽을 통해 참여하다가 (코로나로 행사를 못 열었는데) 오랜만에 참여하게 돼서 (좋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역행사다.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말목공예 체험 부스에서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팝콘뉴스

■ "처음 만나요"

이번 행사는 모여서 교류하는 자리인 동시에 지역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날 서대문햇살아래자애인자립생활센터는 원래 센터에서 운영 중인 휠체어 등 보장구 수리를 현장에서 진행하면서 홍보를 겸하는 팝업부스를 운영했다. 발달장애인 고용 지역 매장 '하하 베이커리'와 '오름 카페'는 구립 장애인내일키움 직업교육센터와 함께 일자리 제공 사업을 홍보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를 열었다.

서대문햇살아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이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윤여준 활동가는 "오전에 스무 분 정도가 오셔서 쉴 틈 없이 청소했다.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시고 하시더라"며 "우리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자립 장애인 당사자) 모임을 하기도 하고, 주기적인 연락도 드리고 하고 있다. 자립하시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시면 지원할 수 있는 활동지원사 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도, 장애도 알리려고 부스 운영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 현장에 설치된 '장애인식개선 함께하기' 보드에 시민들이 적어넣은 '따로 또 같이 함께, '행복한 동행' 등 문구가 가득 적혀 있다 © 팝콘뉴스

지역 산책 공간에서 진행된 행사인 만큼, 산책 중 오며 가며 행사 부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비장애인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다 행사 현장을 보고 잠시 들렀다는 김현정 씨(64)는 "가방 색칠하는 부스, 퀴즈 부스 등 참여했다.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몰랐는데, (지역에 장애인을 위한 환경이) 어떤 게 미흡한지 살펴볼 수도 있는 것 같아(좋다)"며 "사람들이 편견이 있지 않나. 너그럽게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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