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체계적인 준비와 면밀한 검토 필요해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일상회복'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5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최고 단계인 1급에서 홍역, 수두와 같은 2급으로 낮추고, 방역·의료체계의 일상회복 본격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자치단체와 대학, 기관, 단체들의 일상회복 대응 계획 및 발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제 아침 출근길, 이번 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논의해 다음 달에 결과가 발표된다는 소식과 4주 뒤엔 방역과 의료상황에 따라 확진자 격리 의무도 해제 예정이라는 뉴스를 들으며 솔직히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벌써? 아직 이르지 않나?'가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옆자리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내 걱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걱정이 앞선다. 중대본이 감염병 등급 조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격리 의무가 곧바로 없어지지는 않으므로 당장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과 단체들은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이제 주민참여 행사들이 날개를 달고 열릴 예정이다.

각 시도교육청도 5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수학여행 등 숙박형 현장체험학습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히며 학생들의 야외 활동과 체험활동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는 '일상회복'과 '수학여행비 지원' 소식만으로도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과연 학생들을 인솔해 수학여행을 갈 수 있을지, 학부모들은 과연 아이들을 마음 놓고 수학여행을 보낼 수 있을지.

물론 수학여행은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들어 각 학교가 운영 여부를 결정하라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학부모 80% 이상 동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강압적 참여 유도 금지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리 매뉴얼 준수 등을 의무 사항으로 정해놓고는 있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결정에 교사의 의견은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현장학습이든 수학여행이든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가서 지도하고 관리하며 책임지는 것은 오롯이 교사들의 몫인데, 실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처지나 의견을 충분히 묻고 수렴한 뒤 내린 결정인지 묻고 싶다.

시도교육청들은 앞다투어 '다음 달부터 학사 일정이 정상화되면서 수학여행을 다시 갈 수 있게 됐다'며 각급 학교에 '안전에 유의해 수학여행을 운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고지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추진을 결정한 것이겠지만 교육청들이 마치 인기몰이하듯이 전체 학생에게 '수학여행비 전액 지원'이라는 카드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1학기 1회 고사를 치르고 있다. 코로나에 확진된 친구들은 시험을 보고 싶어도 교육부의 불허 방침에 따라 시험을 치를 수 없어 '보건실이나 다른 곳에서라도 시험을 보면 안 되느냐'는 민원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격리된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하는 수업 외 온라인 수업을 별도 제작해 활동지와 함께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탑재하며 안내하고 있다.

학교의 상황은 아직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배우게 하고 건강하게 학교에 다시 나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교사들 역시 코로나에 걸린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내색도 하지 못하고 홀로 견디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걱정과 혼란 속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괜찮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정부와 교육부는 발표만 하면 그만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과 몫으로 돌리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그 속에서 감염자들은 스스로 '운이 없게도 감염되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감내해야만 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 역시 '내가 하필이면 이런 직종에 종사해서', '내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며 자괴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면 국가 차원에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제가 면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내가 생활하는 충남 천안의 경우, 26일에 천안시에서 '포스트 오미크론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시민의 안전한 일상 회복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포스트 오미크론 방역체계를 이행기와 안착기로 구분해 수립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과정에서 발생한 우울감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심리지원 마음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앞세우며 일상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기사를 통해 박상돈 천안시장의 "시민분들의 적극적 협조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어 천안형 포스트 오미크론 방역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코로나와 함께 가는 안전한 일상 복귀를 앞두고 충분한 준비를 통해 시민의 안전과 건강회복을 위한 포스트 코로나 전환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을 접하며 그나마 조금은 안도의 마음과 믿음이 생겼다.

일상회복은 우리 모두 바라고 바랐던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공공시설 운영 재개나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의 시작, 각종 행사 등을 시작에 앞서 신중한 검토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바라건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일에 '상명하복'이나 결국 개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 식의 일 처리나 진행은 없어야 할 것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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