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려인들, 인수위 앞에서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집회
동물권시민연대 RAY "법으로 동물의 생명권 보호해야 학대 유기 등 근절될 것"

▲ 반려동물 생명 존중을 위해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이렇게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잖아요? 그러면 그 좁은 뜬 장에 갇힌 개들이요 꽃향기 맡겠다고 코를 킁킁 대요. 그 뜬 장이요 얼마나 좁으냐면요. 몸도 잘 못 움직일 정도로 비좁아요. 걔네는 평생 땅도 못 밟아보고 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 그것도 없어서 겨우 먹는데…. 그러다 죽는 거예요. 그런데도 꽃 피는 봄이라고 고개를 들고 바람 따라 불어오는 꽃향기를 맡아요. 우리 동물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집회 참가자의 자유 발언 中

갈수록 그 수법이 잔혹해지는 동물학대 사건에 수많은 반려인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외치며 분노와 슬픔을 쏟아냈다.

동물권시민연대 RAY(대표 김은희)와 동물을 반려하는 시민들은 지난 9일 오후 1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무실을 꾸린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위원회 연수원 인근에서 '법으로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해 달라'는 취지 아래 약 1시간 반여에 걸쳐 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는 불과 며칠을 앞두고 공지됐음에도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동물의 생명권을 법으로 제정'할 것과 '동물학대 및 살해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집회는 끊임없이 벌어지는 동물학대 사건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던 반려인들을 결집하는 힘이 됐다. SNS를 통해 집회 소식이 순식간에 번져 나갔음은 물론 지방에 거주하는 반려인들은 차를 대절해가면서까지 집회에 동참했다.

▲ 동물권시민연대 RAY 김은희 대표가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불씨를 댕긴 동물권시민연대 RAY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학대 강력처벌', '애니멀 폴리스' 등의 문구가 담긴 새겨진 현수막을 대량으로 준비했다. 이는 인수위원회뿐 아니라 언론과 SNS, 당일 집회 현장을 지나는 시민에게까지 동물의 생명이 경시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리는 데 역할을 했다.

동물권시민연대 RAY 김은희 대표는 "최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동물학대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며 "(학대)사건 영상과 사진을 보고 나면 그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집에 가만히 앉아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에 요구하고자 한다.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그러한 사회라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그것을 법으로 명확하게 보장해 달라. 그래야만 개, 고양이 도살이 금지되고 길에 버려지는 동물이 사라지며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는 이들을 엄하게 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누가 더 잔인한 방법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길고양이를 죽였는지 내기라도 하듯 낄낄거리며 자랑하는 학대범들이 모여 있는 고어 방(채팅방)이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동물이 인간의 손에 의해 좁은 통 덫에 갇혀 도망가지도 못한 채 불에 타죽고 망치에 맞아 죽고 예리한 칼에 잔인하게 도륙당해 죽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들을 심신미약으로 풀어주고 도망갈 것 같지 않다며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 우리는 대체 어떤 나라에 사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김은희 대표는 이날 집회가 열리기 전에는 인수위원회 앞에서 몇 차례에 걸쳐 1인 시위를 벌여왔다.

▲ 반려견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한 남성이 피켓을 들고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오는 14일 오후 7시에는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경의선 책거리 '비아토르'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동물학대로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비아토르'는 지난해 동물학대로 숨진 고양이 자두의 보호자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자두 보호자는 이번 집회 현장에도 모습을 비쳤다.

인수위원회 앞 집회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계속해서 이어진다.

현재 김은희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눈과 턱뼈가 없는 반려묘 '샤인이'의 사진과 '샤인이는 물건이 아닙니다(Shine is not an object)'라는 메시지가 담긴 카드 한 장을 게시했다. '반려동물 생명권 보장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운동의 신호탄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친구 십여 명을 지목하며 "릴레이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 샤인이는 물건이 아닙니다. 릴레이 캠페인 두 번째 주자 샤인이. 비록 두 눈과 턱뼈는 없지만, 김은희 대표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묘생을 살고 있다.(사진=동물권시민연대 RAY) © 팝콘뉴스


김 대표는 "누군가는 유기하고 학대하고 또는 증오하는 대상인 개와 고양이는 우리 반려인들과 함께 숨 쉬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가족이고 자식이다"라며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하루라도 더 빨리 우리의 가족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분이 릴레이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 함께하면 바꿀 수 있고 지켜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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