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기준 그대로, 현시점에 맞춘 변화 있어야

▲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이래서 내가 너희들을 혐오하는 거야. 갱생이 안 돼서."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 나오는 배우 김혜수(판사 심은석 역)의 대사이다. 드라마에는 또 다음과 같은 속 시원한 대사도 나온다.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자기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돈다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소년심판'이란 법정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드라마뿐 아니라, 촉법소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뉴스를 접했고, 3월엔 학교 동료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소년심판' 이야기로 토론이 이루어졌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이 드라마를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끔찍한 사건들을 드라마로라지만 접하게 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딸아이가 핫한 드라마가 시작됐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니 같이 보자며 텔레비전을 틀었다. '돼지의 왕'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드라마였다. 그런데 1화를 보며 얼굴이 하얘진 나는 다음 화를 이어서 볼 엄두가 안 나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이 드라마 역시 중학생들의 끔찍한 학교폭력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학교 안팎의 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관련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제작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아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수위가 너무 높고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소개 내용을 접할 때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기까지 하다.

최근 촉법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중 가장 주목받았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촉법소년 처벌 현실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이 공약이 발표될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행각에 고통받고 불안해하던 사람들이 매우 반가운 반응을 보이며 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많았다.

촉법소년을 악용해 친구를 죽음으로 내모는 집단폭행을 하고, 친구나 어린 후배들을 대상으로 집단 성폭행하고도 뻔뻔스럽게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무면허 운전이나 차량 절도 사건을 개념 없이 행하고, 경찰관까지 폭행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청소년들의 범행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공분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과 촉법소년의 연령을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나라 소년법 취지에 맞지 않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재범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를 우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청소년들의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잔혹하거나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소년법'의 취지가 소년을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인데 처벌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소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고, 처벌받은 아이들이 다시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법에서 형사미성년자를 14세로 규정한 것은 70년 전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에 반해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동안 별 변화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과거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인식 또한 과거에 머물러 있다.

교육자로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교화하고 선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흉악한 중범죄를 행하고도 '촉법소년'을 등에 업고 뻔뻔하게 웃으며 반성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 것이 과연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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