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자 '보호' 위해 가산 적용... 미국, 사업장 규모별 차등 줄여나가
전문가 "최저임금 상향보다는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을"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022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작년에 이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다시 한번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언급한 바 있고,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노사 모두 손해"라는 골자로 언급한 까닭이다.

노동계는 사용자 측이 해외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례를 선례로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사례 및 국내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부재해,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 5일 최저임금 심의 '닻' 올려...차등 적용 다시 '수면 위'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위원회 전체 의원 27명 중 24명이 참가한 회의에서는 인상률과 함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에 근로자 위원으로 참석한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재계가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며"지역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고,사용자 위원으로 참석한 류기정 경총 총무는 "법으로 보장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그간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고 대응했다.

최저임금법은 4조에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며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할 수 있다.

이날 차등 적용이 쟁점으로 부각된 데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노동 분야 공약으로 노동유연화 정책과 함께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카드를 꺼낸 바 있는 까닭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서는 최저임금 관련 논의를 꺼내지 않고 있으나 경선 후보이던 지난해 8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이 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캐나다 몬트리올, 노동 환경따라 되려 증액...기업 규모별 차등 두는 미국도 평탄화 작업 중

최저임금심의위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는 지난해에도 논의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지난해 진행된 제4차, 5차 심의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근로자 위원은 "구분 적용의 대상 업종, 방법,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며 차등 적용에 반대 의견을 냈고, 사용자 위원은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구분 적용하는 국가가 많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은 "1988년 최저임금법에 '업종별 구분'이 적시되었을 당시와 현재의 단순 비교가 어려워 국회를 통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결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주요국가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국가 중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국가는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다만, 그 배경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몬트리올주의 경우, 연령 및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한다.18세 미만 청소년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의 약 94% 감액이 적용되고, 주류서빙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의 약 87% 수준의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다만, 청소년의 경우 주 28시간 미만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부가 조건을 달아, 감액적용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서빙 근로자의 경우,수입의 일부를 '팁'으로 수령한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총 임금을 적용하기 위한 조처로 시행된다.

사냥 및 낚시 가이드도 일반근로자와 차등 적용되나 '증액'이 내용이다.날씨 등에 따라 근로 시간이 불규칙할 경우를 고려해, 1시간 단위가 아닌 '구간 단위 시간'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5시간 이상 근로할 때는 일반 근로자의 약 2배가 증액되는 방식이다.

재택 근로자도 난방비, 전기세 등 사용자 간접 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 근로자 최저임금 기준 약 10%가 증액 적용된다.

호주의 경우, 장애 근로자, 21세 미만 청소년, 수습 근로자, 직업훈련생은 감액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만, 임시직 근로자의 경우 국가 최저임금의 25%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는다.

호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9년 구매력 기준 9.2유로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2019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업장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사례는 미국 일부 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많은 주가 최저임금 차이를 점진적으로 줄어, '최종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정책을 이행 중이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2016년 주 예산법안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인상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뉴욕시의 11인 이상 사업장과 10인 이하 사업장은 2016년에는 최저임금이 11달러, 10.50달러로 각각 달랐으나, 2019년부터 15달러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롱아일랜드와 웨스트체스터시는, 2016년 10달러가 적용됐으나, 매년 인상돼 2021년부터는 15달러가 적용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수습근로자, 견습생,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 근로자 등에는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고 있지만, 사업장 규모별로는 차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중이다. 2023년 15달러 동일 적용을 목표로, 지난 2017년부터 25인 이하 사업장과 26인 이상 사업장 사이 최저임금 간극을 서서히 좁혀나가고 있다.

미국이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에서 동일 적용 기조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는 데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결론적으로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 까닭으로 읽힌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원의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중윗값 기준으로 33.7%를 기록해, 법정 최저임금을 운영하는 OECD 29개국 중 가장 낮았다.

■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중 높아..."별도 지원책 필요"

다만, 국내의 경우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많은 만큼, 보호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 중 24.6%로 집계됐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중 약 27.4%(2019년 기준)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동시에, '근로자의 생활보장'을 위한 하한을 정하는 일인 만큼, 소상공인에 대한 보장은 별도의 지원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등적용을 그간 안 한 것은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시, 더 낮은 임금이 책정된 업종으로는 노동 인력이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낙인효과도 생긴다. 사업주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을 낮추기 위해 업종 변경을 하는 업체도 생길 수 있다. 행정 감독과 분쟁 중재가 필요하므로 행정 비용은 더 든다. 그것을 감당할 만큼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는지는 불분명했기 때문"이라며 "(소상공인 지원은) 그간 진행해왔던 현금지원, (코로나19) 피해지원, 대출, 임대료 지원 등 정책을 확대하면 된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다양한 방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원일희 인수위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민 경제에 부작용이 매우 컸다는 문제의식은 해당 분과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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