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잘' 버려봅시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M잘: 밀(M)레니얼 기자는 잘 살고 싶어서] 잘 사는 방법을 찾아 나선 기자의 방황기를 담습니다. 잘 살기를 너무 오래 미뤄뒀다는 생각도 들고, 누군가는 좀, 덜 헤맸으면 해서요.

▲ 25일, 쓰레기를 '잘' 버려보기로 했다 ©팝콘뉴스

자취 경력 9년 차. 이사는지역을 건너서 두 번에, 한 지역에서 거처를 옮긴 횟수까지 합하면 대충 다섯 번을 경험했다. 전부 빌라, 원룸촌, 상가주택, 다세대 주택 등지였는데, 그러다 보니집을 보는 조금 별스러운 기준이 생겨났다. '분리수거함이 있는가'다.

쓰레기 처리가 마땅치 않은 곳에는, 반드시 건물 현장이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번 집을 고른 이유 중 하나도 '분리수거함'이 별도로 설치 및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플라스틱, 종이, 캔, 유리, 스티로폼 쓰레기의 제자리가 있다는 점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재활용하자면 자꾸 '애매하게' 남는 쓰레기들이 생겼다.

생각날 때마다 쓰레기 처리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한두 번이다. 아예 날을 잡고, 이 걸리적거리는 '애매함'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기로 했다.

■ 첫 번째 과제: 묻고 자르고 뜯고 분리하라

우선, 분류가 헷갈려 항상 미뤄뒀던 쓰레기의 분류법부터 찾았다. 각 지역 종량제봉투를 살펴보면, 관할 지역 민원센터 혹은 관련 과의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지역의 재활용 관련 과를 찾아보기가 번거롭다면, 해당 전화번호로 연락, 재활용 관련 과로 전화 연결을 문의할 수 있다.

기자 역시 한 차례 전화를 돌려 고양시청 관계 과에 관련 문의 사항을 질문할 수 있었다. 우선, 손거울부터. 플라스틱에 철제에 유리까지 붙어있는데 어디로 버려야 하나요?

▲ 처리하기 번거로워 오랜 시간 재활용 쓰레기통 한 편을 차지하고 있던 재활용 쓰레기 4대장. 왼쪽부터 코팅된 공책 표지, 폐건전지, 손거울, 휴대폰 충전 케이블 및 휴대폰 무선 충전기 © 팝콘뉴스

Q. 손거울은 어디로 버려야 하나요?

1㎡ 미만의 거울이라면, 재활용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거울은 거울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해 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분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 코팅된 종이는 코팅 부분을 따로 뜯어서 일반 쓰레기와 종이 쓰레기로 분리해 버리면 된다. 공책 표지는 종이 위에 코팅지가 덧발라진 형태다. 기자는 이날 스프링 공책의 표지 코팅이 표지에서 따로 분리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세상에. © 팝콘뉴스

Q. 반질반질한 공책 표지처럼 코팅된 종이는 어떻게 분리해야 하나요?

공책의 경우, 비닐 코팅된 종이나 (공책 고정용) 스프링은 제거해서 따로 배출해야 한다. 코팅 부분을 벗기기 어려운 경우 종이 쓰레기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Q. 휴대폰 충전 케이블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요?

충전 케이블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만약 단지 내 재활용 쓰레기장에 '소형가전함'이 있다면, 그곳에 분리 배출하면 된다. 전선 쪽은 플라스틱 등으로, 단자는 소형가전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다만, '소형가전함'이 없는 단지라면, 배출자가 각 부분을 정확히 분리해 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플라스틱이나 고철로 분리하면 된다. 선별업체에서 다시 분류 및 해체과정을 거친다.

딱 떨어지는 답변을 듣고 편안해진 속으로 다른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작업에 나섰다. 우선, 우유 팩과 두유 팩 쓰레기를 종이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냈다.

이달에 발생한 종이팩 쓰레기는 두 팩의 우유와 한 팩의 두유.

종이 팩은 펼쳐서 버려야 하는데, 팩의 꼭지에 각 모서리를 여민 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접합 면을 따라 뜯어내면 쉽게 펼쳐진다. 펼친 종이 팩의 코팅된 내부를깨끗하게 씻어내고 바싹 말린 다음, 노끈이나 고무줄로 묶어서 배출하면 된다.

▲ 우유 팩과 두유 팩. 꼭지를 가위로 잘라 펼치면 깔끔하게 펼쳐진다(왼쪽). 기자의 우유팩에는 아직 신설 분리배출 표시가 적용되지 않아 '종이 팩' 표시가 남아있었다(오른쪽) © 팝콘뉴스

우유 팩과 두유 팩은 다시 따로 분리 배출한다.

환경당국은 올해 생산된 우유 팩과 두유 팩에 각각 '일반 팩', '멸균 팩'이라고 적힌 새로운 분리 배출 표시를 인쇄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질이 달라, 함께 배출시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반 팩과 멸균 팩 칸이 나눠진 분리배출함은 현재까지 네 개 지역 일부 단지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아직까지는 배출자 개인이 별도 분리 배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종이 쓰레기는 ▲박스, 신문지, 인쇄물 등 일반 종이 쓰레기 ▲우유 팩 ▲두유 팩 3종인 셈이다.

혹 이 밖에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환경부 발 스마트폰 앱 '내손안의분리배출'에서 검색하거나 찾아보면 된다.

자, 여기까지. 묻고, 뜯고, 자르고, 씻었으니, 이제 본 게임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자.

■ 두 번째 과제: 인센티브제를 확인할 것

▲ 나가기 전 소지품을 확인한다. 에코백 챙겼고, 종이 쓰레기 챙겼고, 캔 쓰레기도. 생각보다 한가득이다 ©팝콘뉴스

쓰레기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면 곧장 재활용품 수거함이 나온다. 고양시의 경우, 다세대 주택의 분리배출 방법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설치된 분리수거함에 버리거나 둘째, 별도 '표준 투명 비닐'에 버리거나.

현재 고양시를 비롯한 몇 개 시도는 다세대 주택 등 별도의 분리배출함 설치 의무가 없는 주거지구를 대상으로 배출자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표준 투명 비닐'을 가구별 배포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투명 페트병과 캔·유색 페트병·플라스틱 등 2종이다.이 같은 사업이 따로 없는 지역의 경우 배출자 개인이 '속이 보이는 투명 비닐'에 투명 페트병과 이외 쓰레기를 분리해 버려야 한다.

이날은 분리수거함이 꽤 비워져 있어 분리수거함에 바로 쓰레기를 버려보기로 한다.우유 팩과 두유 팩은 따로 한 편에, 종이쓰레기는 종이 함에, 휴대폰 배터리 충전 케이블은 플라스틱 함에. 묵은 쓰레기가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 케이블과 무선 충전기는 플라스틱 함에, 종이 쓰레기는 종이 함에 © 팝콘뉴스

캔 쓰레기는 왜 버리지 않았느냐고? 이건 따로 쓸 데가 있다. '무인 재활용품 수거함'이 오늘은 이 캔 쓰레기의 제자리다.

고양시는 대화동과 정발산동에 재활용 쓰레기 무인회수기를 운영 중이다. 대화동 회수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발산동 회수기는 플라스틱과 캔 쓰레기를 수거한다. 단순히 수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가 수거한 쓰레기를 인식해, 그 개수만큼,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이다.

현재 고양시뿐 아니라, 여러 시도가 무인수거함을 이용한 분리 배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 고양시는 민간업체 '수퍼빈'과 협력해 해당 무인수거함을 운영 중이고,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일부, 세종, 광주, 울산, 부산, 창원 등지에서는 '오늘의 분리수거'와 협업, 관공서, 주민센터 등에 수거함을 운영 중이다.

'오늘의 분리수거'와 협업한 지역의 경우 별도 앱 '오늘의 분리수거'를 통해 위치 및 포인트 확인이 가능하다.

▲ 수거함의 별도 통로로 캔을 넣으면 컨베이어밸트를 따라 안으로 이동, 곧 함 안으로 떨어진다. © 팝콘뉴스

이날 기자가 적립한 것은 130포인트. 캔 하나당 10포인트가 쌓였다. 다만, 집에서 제법 거리가 있다 보니 적립 포인트보다 설치 장소까지 가는 데 드는 교통비가 훨씬 크다는 것은 아쉬웠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이지만, 확대 계획은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외에도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폐건전지, 우유 팩 등을 일정 무게 이상 전달하면 새 건전지, 롤휴지 등으로 교환하는 등의 인센티브 사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세 번째 과제: 전화하라. 한 번도 알았던 적 없는 것처럼

의외로 가장 고전을 겪었던 부분은 '폐건전지' 배출이었다. 폐건전지 수거함은 폐형광등 수거함과 함께 대체로 동네 행정복지센터 앞에 설치돼 있지만, 기자가 사는 동네에는 아직 설치 전이라고 했다.

폐건전지 스무 개를 전달하면 새 건전지 두 개를 주는 인센티브 사업 역시, 재고 소진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혹 설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등이 따로 있지는 않을까?

고양시청 관계자는 이 같은 질문에 "폐건전지 수거함이 있는지 각 행정복지센터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답했다. '일단 전화'. 기자처럼 헛수고하지 않으려면 기억해두면 좋겠다.

▲ 기자가 찾아간 행정복지센터에는 폐건전지 수거함은 없었지만, 대신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팝콘뉴스




결국 이날 폐건전지를 버리지는 못했다. 뭐, 아직 열다섯 개를 모은 것이 다였다. 스무 개를 채우면 새 건전지 두 개로 바꿔준다니까. 기왕 이렇게 된 것,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아무튼, 기자는 '잘' 버리고 왔습니다. 이제, 같이 잘 버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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