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프리지아 사건으로 본 명품 그리고 허울
짝퉁에 '좋아요' 누른 수백만 구독자들 뒤늦게 '실망'

▲ 프리지아(사진=효원CNC)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프리지아'로 난리다. 온라인 포털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다. 언론이며 유튜브까지 프리지아 없는 곳이 없다.

▲프리지아[Freezia]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주 키워드 '프리지아'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아름다운 향의 노란색 그 꽃이 아니다.

프리지아(Freezia)는 스물여섯 살 대한민국 여성 유튜버 송지아 씨의 닉네임이다.

그녀는 한양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부모의 절대적인 지원 덕에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 어느 하나 아쉬움 없이 누렸다는 소위 '금수저 집안' 출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생김과 꾸밈이 비슷하고 몸매 또한 연예인 못지않은 정도로 탄탄하고 날씬하게 관리해 또래 여성들에게는 부러움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 핫 셀럽이다. 특히 프리지아는 도시적인 외모와는 달리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남성들은 프리지아의 매력에 심취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소리도 있다.

시대를 잘 만나기도 했고 스스로 자신을 잘 가꾼 덕에 프리지아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수년 힘들여 트레이닝해야만 설 수 있을까 말까 한다는 방송국 카메라 앞에도 모셔지다시피 설 수 있었다.

그녀는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 넷플릭스에도 등장했다. '솔로지옥'이라는 프로그램 섭외를 받고 출연한 것인데, 남녀 출연자 대부분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가진 이유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프리지아의 외모와 매력이 단연 눈에 띈 덕에 그녀의 인기는 그야말로 수직상승에 고공행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 프리지아가 인기의 정점을 막 찍으려던 참에 유튜브 시청자와 팬들에게 사과하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녀를 알지 못했던 이들도 '프리지아'를 제목으로 하는 기사들을 접하면서 그녀의 실체를 알고 쓴웃음 짓고 있다.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인 프리지아는 그동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신이 가진 명품 옷과 액세서리 등을 자주 소개했다. 돈 많은 유튜버들이 한 번에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어치 물건을 쇼핑하고 그것을 카메라 앞에서 하나하나 소개하는 '하울' 콘텐츠 영상 또한 프리지아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다.

프리지아가 걸친 옷과 착용한 액세서리는 바로 핫템이 됐고, 그녀의 화장법과 화법 등을 따라 하려는 이들도 적잖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프리지아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간 카메라 앞에서 '진짜'처럼 보여줬던 것 중 많은 것들이 '가짜'라는 사실이 예리한 눈을 가진 시청자들에 의해 밝혀졌고, 며칠 뒤 프리지아 또한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내내 비단일 줄 알았던 그녀의 명성에는 심각한 얼룩이 들었다.

▲ (사진=프리지아 인스타그램) © 팝콘뉴스


▶명품[名品]

프리지아의 인기 그리고 이번 짝퉁 사태는 MZ세대의 선망이 빚어낸 하나의 허울이 아닐 수 없다.

MZ세대는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돈 걱정 없이 사는 모태 금수저들을 동경한다. 거기에 뛰어난 외모와 구김살 없는 쿨한 성격까지 가졌다면 그를 '인싸'로 인정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중에는 명품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최신 버전의 스마트폰을 제때 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부모를 원망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중·고등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은 일부 성숙한 초등학생들도 명품을 줄줄 꿰고,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룬다.

희한한 것은 '엄친아'나 '엄친딸' 소리에는 귀를 막으면서 '친구의 부자 부모'나 '친구의 부자 조부모' 이야기에는 엄청나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부모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부자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방송하는 BJ나 유튜버 등에게 많은 돈을 후원하고 '회장님' 소리를 듣는다거나, 가짜 명품을 휘감고 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부럽다"라는 찬사를 듣는 일과 그것에 중독된 사람들. 어쩌면 개인 프리지아가 보여준 촌극은 대한민국 랜선 문화의 부패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프리지아는 방송에 얼굴을 비치면서 얻은 인기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녀의 SNS에 광고 하나를 게시하려면 3000만 원을 내야하고 유튜브에는 9000만 원을 써야 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의 광고주들도 슬슬 발을 빼고 있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자신만의 브랜드 론칭을 꿈이라고 밝혀왔다. 그야말로 '명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비쳐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짝퉁을 카메라 앞에 들이밀며 당당한 표정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계획이었든 실수든 범죄는 범죄다.

프리지아의 아름다운 외모와 럭셔리한 삶에 빠져 그를 동경하며, 그녀가 광고하는 제품들을 소비했던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프리지아는 다시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명품을 자랑할 수 있을까.

이번 프리지아 사태는 반드시 '명품 복제품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유튜버 한 개인의 망신이나 방송가의 손절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가짜는 절대로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청소년과 2030세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깨닫는 중요한 사건이 되기를, 그래서 대한민국이 한층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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