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그대로 옮겨 시대상을 보여주는 극단 동감(同感), 진성웅 대표

▲ 극단 동감 진성웅 대표(사진=진성웅 대표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보연 기자) * [talk! talk! 튀는 인생] 코너는 평범(平凡)함과 비범(非凡)함이 공존하고, 톡톡 튀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현시대를 뜀박질하는 청년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상실된 꿈


지난주, 대학로 모처에서 서글서글한 웃음과 강인함을 지닌 극단 동감의 진성웅 대표를 만났다. 1989년생인 진 대표는 현재 연출, 배우, 교수로 활발한 활동 중이나, 학창 시절엔 꿈이 없었다. 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기 전까진 말이다.

"길에서 우연히 명함을 받은 후, 엄한 집안 환경에 용기가 안 나 명함만 닳도록 만졌다"는 그는"5개월 만에 용기를 내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기우와는 달리 대신 기획사에 연락을 취하셨다"며 "카메라 테스트 후, 1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꿈 없던 학생에게 기획사 계약은 막연한 동아줄과 같았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진성웅 대표는 그 1년 후, 재계약이 무산됐고 유(有)가 아닌 무(無)로 돌아가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진 대표에게 기획사 생활, 1년이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연기 교육을 했던 강사가 연극영화과를 권유,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렸기 때문이다.

▲ 인덕대학교 젊은연극제가 열린 서강대 메리홀에서 진성웅 대표의 은사인 양미경 교수와 진 대표 부모의 모습(사진=진성웅 대표 제공) © 팝콘뉴스


동감, 즉 감동...

현실은 곧 작품 소재


2016년,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극단을 창단한 그는 연극배우의 꿈이 컸고 현재진형행이기도 하다. 누구나 계기와 사정은 있기 마련, 진성웅 대표가 연출을 시작한 건 은사의 권유로부터다.

"탤런트 겸 교수인 양미경 선생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진 대표는 극단명도 허투루 짓지 않았다. 따뜻함을 지향하는 그는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3개월의 고민 끝에 동감으로 결정했다"며 "동감을 역으로 읽으면 감동이다. 동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고 미소를 드리웠다.

동감, 감동이란 말만 들으면 온기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극단 동감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따뜻함만 있는 게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는 작품을 선호하는 진성웅 대표는 "우리 극단은 기본 틀에서 벗어나 현 시국에 대해 말한다. 작품 소재도 뉴스를 통해 얻는다"라며 "무대에 올린 작품만 보면 연도별로 기록이 돼 있어 그 해에 무슨 사건이 있었으면 알 수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진 대표는 이어 "극단 동감은 초고 작업 후, 공동창작을 한다. 사회의 현실에 대해 말하는 집단이므로 한 사람의 언어가 아닌 다성적 언어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에 배우들의 다성적 언어까지 들어가 작품에 스며들게 된다. 공동창작이니 역할 등 많은 부분이 타협이 된 상태로,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 지난해 민송아트홀 1관에서 열린 극단 동감의 연극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사진=진성웅 대표 제공) © 팝콘뉴스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지론이 담긴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진성웅 대표는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타인의 무게'를 꼽았다. "이 작품은 행당동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문을 연 진 대표는 "자세한 부분을 말할 순 없지만, 작품 준비 전 취재 과정을 포함해서 가슴이 먹먹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그는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란 작품은 말 그대로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더불어 극단 동감의 무대뿐만 아니라 조이 연극 동호회 공연 준비에 재능기부를 한 작품이기도 하다"며 "직장인 중에도 무대에 오르는 게 소원일 정도로 배우가 꿈인 이들이 많다. 생업을 포기할 순 없고 틈틈이 시간을 내 동호회 활동으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가고 있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또한, 진성웅 대표는 "동호회에 많은 이들 중에 박정현 씨는 1년 정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연기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정현 씨가 무대에서 관객들의 웃음, 박수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인생의 주체는 본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그를 응원한다"고 따스함을 드러냈다.

▲ 극단 동감 진성웅 대표(사진=진성웅 대표 제공) © 팝콘뉴스


치열한 삶, 지금의 날 만들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던가. 지난해에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로도 임용돼 넉넉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가지고 있는 진 대표는 20대에 50여 가지가 넘을 정도의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야말로 치열한 20대를 보낸 그는 "20대의 고생이 지금 내겐 큰 자양분이 됐다. 개개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감정이 조금 깊어졌다. 그런 부분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동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작품을 만들어 잠시나마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게 극단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출가로서 뮤지컬 제작의 꿈도 가지고 있는 진 대표는 "내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아는 연출가가 되는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라며 "내가 지향하는 바대로 따뜻함과 냉철함이 공존하는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한 작품 한 작품 마지막 공연이 끝난 다음 날, 혼자 무작정 걷는다는 진 대표는 "걷는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 그 시간이 내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됐다"라며 "예전에 경기도 대장정을 해봤다. 여건이 주어진다면 국토대장정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 대표, 사랑하는 이들과 가까이 살며 가끔 옥상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진 그. 과거와 현재까지 많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 끊임없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진성웅 대표가 만드는 가슴 따뜻하지만, 현실이 담긴 따끔한 작품들이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다독거려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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