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취미, '유화 그리기'

▲ (사진=아트마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수채화가 맑고 깨끗하면서도 여리여리한 느낌이라면, 유화는 짙고 생생하며 거친 느낌이다. 그렇기에 유화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나이프 자국에 불과한 모습이 꽃잎이 핀 듯, 파도가 부서져 오는 듯 생생한 질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아니 직접 물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취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 감동은 더 클 것이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수채화보다는 우리에게 멀게 느껴졌던 유화의 매력


학창 시절, 누구나 미술 시간에 수채화를 그려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림 그리고, 색칠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수채화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미술 교과서에서, 미술관에서 보며 마음이 끌렸던 그림이 유화일 때도 많다.

그것은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없었으니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유화의 생생함이 입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납작한 종이 위에 인쇄된 그림만으로도 그 입체감이 느껴질 정도이니 직접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은 더 크다.

하지만 학교에서 유화를 그려본 경험이 없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화는 물 대신 기름을 섞어서 만드는데, 재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건조도 느리다. 또한, 물감이 묻었을 때 이를 닦아내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유화를 그려볼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화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어렸을 적 보았던 "참 쉽죠?"라고 자주 묻던 아저씨, 밥 로스의 그림도 유화였기 때문. 게다가 성인이 되어 미술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그림 역시 유화인 경우가 많다. 유화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올린 뒤에 덧칠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도 하고, 페인팅 나이프를 이용해 바위나 나무, 꽃 등의 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제는 유화물감을 살만한 여유와 캔버스가 마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있는 2030에게 유화 그리기는 한 번쯤 해볼 수 있을 만한 취미가 된 것이다.

▲ (사진=아트마스) © 팝콘뉴스


다채로운 감각으로 채워지는 캔버스와 우리의 시간


원하는 이미지를 꿈꾸며 형태를 잡고, 팔레트 위에서 직접 원하는 색을 만들어 채색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유화 그리기 과정은 꽤 즐겁다. 색은 시신경을 통해 우리의 뇌로 전달되며 우리는 그 안에서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게다가 크림 같은 질감의 유화물감으로 진행되는 그리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캔버스로 향하는 새로운 감각을 선물하기 시작한다.

유화를 그리다 보면 다양한 표현법에 관심을 두게 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취향이 하나의 표현법으로 향해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프화는 스케치 안에 섬세하게 색을 채워나가는 일반 페인팅과는 달리, 형태 없이 거칠게 한 번의 터치로 일부씩 채워나가기 때문에 그림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 역시 어렵지 않게 그려 나갈 수 있다. 또한, 색채와 형태, 두께에 의한 입체감까지 함께 표현되기 때문에 그리는 방법에 따라서 조각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이러한 나이프화는 유화물감을 덩어리째로 퍼내듯이 떠서 캔버스에 발라서 표현한다. 꽃잎은 동그란 나이프를 사용하며, 하늘 표현은 넓적한 면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프를 사용한다. 이렇게 나이프 모양에 따라 그 표면의 모습 역시 달라진다. 또한, 나이프로 덩어리진 부분을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으로도 얇은 선을 표현할 수 있다.

단점은 위에서도 말했듯 건조가 느린 편이라는 점이다. 제작하고 난 뒤 최소 1개월이 걸리며, 완벽히 건조될 때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건조가 느린 물감의 특성상, 화면 위에서 물감이 자유롭게 섞이며 그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그러데이션이나 우연히 생겨난 추상적인 색도 표현할 수 있다.

▲ (사진=아트마스) © 팝콘뉴스


결과가 아닌 과정마저도 즐거운 유화 그리기


최근에는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이용되기도 하고, 부모님과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유화 화실을 찾는 이들도 많다. 아트마스 남보라 강사는 청년들에게 유화를 추천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심신의 안정과 새로운 힐링을 원하는 2030세대에 유화 그리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여러 색이 섞이는 과정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고, 짧은 시간 안에도 퀄리티 좋은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어 인테리어 소품이나 집들이 선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도 화실을 찾는 수강생 중 색을 섞는 과정이 너무 예쁘니, 팔레트에서 색만 섞다 가도 기분이 좋겠다는 이들도 많다. 물론 이후 그림을 완성해가지만,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기분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수많은 상황에 놓이잖아요. 즐거움도 있지만, 과정 자체에서 불안과 압박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데 하얗게 비어있는 캔버스 화면 안에서 알록달록한 색채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화면 만들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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