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감소 없는 주4일제 도입해야...노동시간 양극화 심화 막기 위해 별도 정책 필요도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대선을 앞두고 노동 의제로 '주4일제'가 언급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를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데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4일제를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고 이행 로드맵을 공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노동자 당사자와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고 있다. 아직 주52시간제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노동시간 양극화, '워라밸'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노동자 51% 찬성..."내 일은 아닐 것" 우려 불식할 추가 정책 필요도

지난 10월 한국리서치의 주4일제 찬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1%가 찬성에, 41%가 반대에 손을 들었다. 절반 가까이가 주4일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다.

노동계 역시 주4일제라는 목표에는 공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주4일제가 과다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중위소득 근로자가 아닌 적당시간 노동하는 근로자에게 먼저 적용되면서, 되려 정책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현재 주4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에듀윌, 카카오게임즈, 밀리의서재 등이다. 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 등이 4.5일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 인력 풀이 제한적인 IT 계열 기업이다.

하지만, 대체 인력 수급이 비교적 수월한 직종이나 영세 사업체의 경우 아직 주52시간제가 자리 잡지 않아 추가 근로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자칫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52시간제는 지난 7월부터 5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대구 소재 디자인 회사에 재직 중인 A씨는 "주4일이 도입되면 당연히 좋다"면서도 "내 일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고, 때때로 주말에 출근한다고 덧붙였다.

월 급여가 줄어든 시간만큼 더 깎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는 주4일제 실험은 급여를 유지하면서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영세 사업체에서 이 같은 지침이 얼마나 시행될 것이냐는 목소리다.

대구 소재 병원에서 일하는 B씨는 "토요일에 근무하고 있는데 수당이 아니라 연차로 받고 있다. 연차를 다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수당으로 다시 돌려주는 것도 아니"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주4일 근무가 도입되면 원래도 안 오르는 월급인데 더 깎이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책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시간 저소득 근로자 대상으로도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임금 불평등 추세와 대안 모색'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2003년 45.0시간에서 2021년 32.7시간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월평균 임금 기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는 2002년 41.2%에서 2021년 46.8%로 늘었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임금 역시 감소한 모습이다.이런 상황에서 주4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되려 추가적인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 최소노동시간보장제, 비정규직 평등수당으로 간극 해소 필요

정의당은 이 같은 간극 심화를 막기 위해 로드맵과 함께 '최소노동시간 보장제'를 함께 제안하고 있다. 주 15시간 이상 계약을 제도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평등수당 정책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단시간 노동자에게도 퇴직금, 추가수당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보완하겠다는 기획이다.

한편, 주4일제 도입이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노동시간 감축 논의와 연계될 수 있다는 시선도 보인다. 노동시간이 감축될 수밖에 없는 업종 노동자에 대한 지원 논의에서 임금감축 없는 주4일제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탄소배출 유발 계수가 가장 높은 18개 업종의 경우, 평균 근로시간이 주 36~40시간이 51.3%로 가장 높았고, 41~48시간(22.1%), 52시간 초과(11.9%), 48~52시간(9.1%) 순이었다.

해당 업종에서 평균 노동시간이 주 40시간 이하로 감소할 경우, 탄소배출 감소 효과는 43.1% 수준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해당 이슈페이퍼를 통해 "탄소배출 상위그룹 산업은 대부분 장시간 노동 사업장으로 이곳의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탄소배출 감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후 위기라는 중장기적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감축 방안 관련)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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