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것보다 중요한 관리, 어려서부터 경제 관념 기르기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항상 경제적인 풍요가 그리웠다. 풍요까지는 아니더라도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옷, 신발, 가방 등이나 먹거리 등을 제대로 사지 못하는 삶을 살았기에 많은 결핍을 느끼며 자존감마저 낮은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냈다.

직장을 잡고도 결혼 전까지 월급봉투를 아버지께 드리고 필요한 용돈을 타서 썼기 때문에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결혼 후 밤마다 가계부를 참 열심히 썼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싼 것을 구매하고, 최소한의 생활비 외의 돈은 저축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과 미래를 선사해줘야겠다는 목표를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로 세우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목표와 계획이 있었기에 소비와 저축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열심히 실행하며 살았다. 그렇게 집을 장만하고 차를 사고 나름의 재테크 철학을 가졌다.

아이들이 초등학년, 중학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경제 관념을 심어주고 싶어서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일주일 치 용돈을 주고 용돈기입장을 쓰며 씀씀이를 체크하도록 했고, 일주일 치 용돈 관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엔 한 달 치 용돈을 주며 관리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매일 저녁 엄마가 가계부 쓰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지켜보며 자신들의 용돈기입장을 따라 작성했다. 직접 경제활동을 실행하고 기록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균형, 저축의 개념, 경제 관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고 싶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의 계획에 즐겁게 동참해 주었다.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경제신문을 스크랩해 소개해주기도 하고,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나 '청소년 경제콘서트' 같은 아이 눈높이에 맞으면서 그 시기에 유행하거나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제 관련 책을 사거나 빌려서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해 2월에는 아이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입학 기념으로 청약통장과 펀드 상품을 골라 선물했다. 자연스럽게 청약통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주택 마련에 대한 꿈을 심어주었고, 은행에서 추천하는 펀드에 가입해 목돈(종잣돈) 마련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학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은 적합한 금융상품에 관한 조사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얻은 사회초년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이나 청년 우대 상품 등을 찾아와서는 자신들도 가입하면 어떨까 제안하며 한 달 용돈을 소비와 저축에 적절히 안배했다.

취직을 하자 월급을 받기도 전에 월급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며 상의를 해왔다. 내민 쪽지를 보니 맨 위에 월급 액수가 적혀 있고, 그 아래 데이트 비용 얼마, 증권 투자 얼마, 펀드 얼마, 적금 얼마, 연금보험 얼마 등 지출 계획을 아주 자세하게 액수까지 안배해 기록했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를 보아도 그렇고, 요즘 아이들은 경제 관념을 꽤 빨리 갖는 것 같다. 인터넷이나 각종 미디어의 영향도 있고,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경제 관련 강의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경제 공부를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일까, 부모의 경제 관념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서일까, 더욱 야무지고 똘똘하게 신(新)경제 인류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책무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관념은 빨리 기를수록 좋다. 아이들이 사회초년생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경제 관념을 꾸준히 기르게 하자.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경제 관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처럼 무조건 절약하고 저축해 부자가 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되기는 쉽지 않은 시대다. 자식이 한 사람의 경제적 독립 개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경제 상식과 경제 관념을 미리미리 갖추고,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자신만의 경제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경제 관념을 기르기 위해 유튜브나 뉴스, 신문 기사 등을 통해 경제 상식을 쌓는 것도 좋겠다. 또, 서점에 나가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경제 관련 서적을 들춰보고 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있으면 사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투자에 성공하고 부를 축적한 유명 경제학자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경제 선생님이 바로 '경제 관련 책'임을 기억하자.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로 우리를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한다. 어떤 세상이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경제 관념을 미리미리 차곡차곡 쌓아 풍요롭고 행복한 경제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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