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삶의 조건 나빠진다고 우울함에 빠지면 몸과 정신 모두 피폐해져
낙관주의는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점 발휘하는 데 큰 힘을 줘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요즘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작년에 10대와 20대 자살률은 각각 9.4%, 12.8%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해결되지 않는 취업 문제, 주거 빈곤, 경제적 어려움, 결혼 문제 등으로 청년들의 우울증이 증가했다.

기존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 행동에 대해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 경향이라고 한다. 세상(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가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특질 부정성 편파(trait negativity bias)'라고 부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정성 인식이 강하지만

이렇게 부정성이 우리 인식에서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거나, 적어도 내 인생은 괜찮게 흘러갈 것이라고 사람들이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은 학교 교육이나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들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습관으로 형성된 것일 수 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좋은 것'에 비해 '나쁜 것'에 더 많이 주의하는 것은 적응적으로 진화한 행동이다.

혐오 생각이나 부정적 행동들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생존을 위협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빨간불 신호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생존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독일의 생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도 "사람은 큰 행복보다는 작은 고통에 더 민감한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큰 행복은 행복으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작은 고통은 큰 고통으로 느끼므로 긍정적 감정에 의도적으로 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코로나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코로나19 유행이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과도한 인간관계는 그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하고, 또 인간관계가 왜곡된 방향으로 갈 때 사람들에게 오히려 고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잠시 쉬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사람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역경을 겪은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신중한 성격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록 우리의 본성이 부정적인 감정에 더 관심을 기울일지라도 우리는 매사 긍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것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것이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은 미국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새롭게 조망한 학문이다. 셀리그만은 인간의 나약함이나 인간의 불행을 줄이고자 하는 데에만 관심을 주는 대신, 인간의 강점이나 건강 증진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건강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낙관주의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우리가 과연 즐거움, 기쁨, 만족 같은 긍정적 정서에 충만하다면 더 건강하고 오래 살까?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그 유명한 장수-수녀 연구이다. 수녀 연구는 미국 켄터키 대학교의 대너·스노돈(D. Danner, D. Snowdon) 연구팀에 의해 수행된 연구이다. 이 연구의 정식 명칭은 '초기 인생에서의 긍정적 정서와 장수:수녀 연구를 통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왜 수녀를 택한 것일까? 신체 건강에 미치는 여러 요인을 통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있어서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수녀 집단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가톨릭교회에서 이제 막 수녀로서 시작한 22세 정도의 젊은 수녀들에게 자기 소개하는 글을 요청했다. 초기 이들의 긍정적 감정 상태를 파악한 후 세월이 지난 후에 이것이 본인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60년 후 연구가 종료된 후 당시의 수녀들은 75세에서 90세의 나이가 되었고, 연구에 참여한 수녀 중 42%는 이미 사망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제출한 자기소개 글에서 긍정적 정서가 나타난 문장의 수가 1% 증가할 때마다 사망 확률은 1.4%씩 감소했다. 가장 긍정적이었던 수녀는 가장 그렇지 못한 수녀보다 12년을 더 생존했다. 80세까지 가장 긍정적이지 못했던 수녀들 중 60%가 사망했고, 가장 긍정적이었던 수녀들 중 25%만 사망했다.

셀리그만은 "우리가 지난 4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부유해졌지만, 동시에 열 배 정도 더 우울해졌다"고 주장한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유복한 동네에 사는 청년들이 더 많은 우울증을 나타냈다고 한다. 내적인 공허함이나 충족되지 못한 삶에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장수-수녀 연구에서 보듯이 반드시 부유함이 우리에게 충족감을 주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신이 믿는 종교나 신념에 대한 긍정적인 이상향 등이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셀리그만을 위시한 긍정심리학자들은 낙관주의가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데 큰 힘을 준다고 한다. 낙관주의적 태도가 심리적으로 여유 있게 만들고 그것이 삶의 대안을 좀 더 폭넓게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자가 되기 위한 지침들은 무엇일까? 일단 비관주의적 변명 스타일은 무력감을 증대시키고, 낙관주의적 변명 스타일은 무력감을 중단시킨다고 한다. 즉, 우리가 좌절된 상황을 맞이할 때 자신에게 파괴적인 생각이나 말을 하는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쉽게 포기하거나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은 나쁜 일의 원인이 지속적일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나에게 나쁜 일은 지속될 것이고 살아가는 데 항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낙관적인 사람들은 나쁜 일은 잠시 생겼다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나쁜 일에는 특정한 원인이 있고 특별한 일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나쁜 일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일시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낙관주의로의 변화가 클수록 우울증에서 더 많이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는 "어차피 이 세상은 고통"이라고 했다. 어차피 이 세상이 고통이라면 그 고통에 지배당하며 정말 고통스럽게 사느냐, 긍정심리학의 관점에 따라서 그 고통을 낙관주의로 변화시켜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느냐 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달린 것이다.

참고도서

바움가드너, 『긍정심리학』, 안신호(옮긴이), 시그마프레스 2009

마틴 셀리그만,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김인자·우문식(옮긴이), 물푸레 2014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학생의 성격강점이 우울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천희창(Heechang Cheon);김지영(Jiyoung Ki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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