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재판부, "법무부 난민지침 비공개 조처 취소해야" 판결
지난 1일 관련 타소송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법무부, 재판부 판결 존중할 필요"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은 내전으로 무국적자가 된 주인공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공항에 숙박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서 18년 동안 머물렀던 이란인의 실화를 모티브로 가져온 작품이다.

황당해 보이는 영화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벌어졌다. 콩고 출신 A씨와 그의 가족은 지난해 2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1년 2개월간 갇혀 있었다.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난 그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인천공항 43번 게이트 환승구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A씨와 가족에 대해 법무부 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려 난민심사 기회조차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법무부는 난민인권센터가 제기한 난민지침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에 정보 공개 거부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18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난민인권센터가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이하 난민지침) 공개 요구를 거부한 법무부 조처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법무부 대상 소송에서 1심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무부는 "현행 지침이 국가안전보장 등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일반 외국인이 체류를 남용할 수 있다"며 정보 비공개 필요를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그 자체로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난민 체류 절차 등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통해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법무부는 난민지침 중 '난민 신청자 등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등' 정보 중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 체류 관리 지침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이번 판결이 실제 정보공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2007년 대법원의 지침 공개 판결 이후 2010년까지 정보공개 청구 분에 한해 지침을 일시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2015년 기존 '난민인정업무처리지침'이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으로 개정된 이후 "국가안보 등과 관련해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정보공개를 중지한 바 있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 역시 콩고 출신 A씨와 A씨의 가족 등 6명이 법무부 장관 등에 제기한 정보 비공개 취소 소송에서 "공개할 수 없는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현재까지 법무부는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A씨 가족은 최근 법무부 난민위원회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았다.

해당 소송에서 A씨를 변호했던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지침을 일부라도 볼 수 있어야 개선 의견을 낼 텐데, 일부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두 재판부가 각각 (지침을) 비공개로 검토한 후에 공개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법무부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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