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4일 원심 확정판결 "조 씨 양형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어"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스물여섯 청년이 일흔 가까운 나이의 노인이 될 때까지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이야기다. 이로써 조주빈이 경찰에 검거된 2020년 3월 이후 19개월 만에 조 씨에 대한 모든 재판은 막을 내리게 됐다.

14일 오전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범죄단체 조직, 살인예비, 유사 강간, 강제추행,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조주빈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억여 원 추징 등의 명령도 원심판결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범죄집단조직죄 및 살인예비죄의 성립, 심신장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압수 절차의 적법성, 죄형법정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조 씨 등에 대한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씨와 범행을 함께 저지른 강모 씨(25)와 천모 씨(29)는 각각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임모 씨(34), 장모 씨(41)는 각각 징역 8년, 7년을 확정받았다.

1995년생인 조주빈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을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으며 매스컴을 통해 얼굴과 신상이 공개됐다.

이후 1심 재판에서 조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박사방에서 가상화폐로 얻은 이익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등 53회에 걸쳐 약 1억 800만 원을 손에 쥐고 이를 은닉했으며, 이 혐의로 지난해 2월 추가 기소됐다. 이 때문에 기존 40년이던 형은 징역 5년을 추가 선고받으면서 총 45년이 됐다.

그러나 올해 6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3년 적은 징역 42년형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조 씨가) 자신의 범행 심각성과 중대성을 제대로 깨닫고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범행의 악의적 계획성과 치밀성, 피해자 수와 피해의 정도,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과 피고인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조 씨를 엄히 처벌하고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형사처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조 씨 아버지의 노력으로 일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주빈이 복역을 다 마치고 출소하는 때는 2062년 3월 18일이다.

▲ (사진=대한민국 법원, 그래픽=팝콘뉴스) © 팝콘뉴스


조주빈은 어떤 사람?


1심 재판이 진행될 당시 조주빈은 "속죄하며 갚으면서 살겠다"며 "죄인 조주빈, 악인 조주빈의 삶은 모두 끝났다. 더는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는, 악인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태어나 반성하겠다"고 울먹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씨는 자신을 취재하는 한 방송국의 PD에게 "자신이 악마로 보이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스스로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등 다소 엉뚱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학 시절 학보사에서 편집국장을 맡는 등 지성인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거나, 미투운동이 거셌을 당시에는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이른바 깨어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주빈이 검거 직전까지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짓을 보면 사람에 대한 연민은커녕 범죄에 대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지냈던 후안무치의 정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피해자들을 극단의 상황까지 놓이게 하거나 그들이 울며 애원하는데도 이러한 모습까지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 것을 보면 평소 그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감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조 씨는 박사방을 운영하며 조직원들에게 자신은 절대로 경찰에 검거될 수 없다는 둥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아나운서와 정치인을 들먹인 일도 있는데 이러한 행동은 조 씨 스스로 자신을 권력자로 착각하는 일종의 과잉된 자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박사방에서 성 착취 영상물을 공유하며 회원들에게 현금이나 카드가 아닌 가상화폐 등으로 결제하게 한 뒤 이를 현금으로 바꿔 인출한다거나, 고수익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마치 괜찮은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처럼 속인 뒤 입금에 필요하다며 통장 사본과 주민등록증 등을 건네받고 나중에 이를 빌미로 "주변에 알리겠다"며 협박한 정황 등을 보면 조 씨가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조 씨는 학보사 시절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으로 글 하나를 작성했는데 본문 중에는 다음과 내용이 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학보사 기자들은 꼼꼼하게 세심하게 두 번 세 번 작성한 기사를 읽습니다. 그리고 발행할 때가 되면 더 이상 잘못된 점은 보이지 않게 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실수들은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보이게 되더군요. 그럴 때면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에 몇 차례 내리박습니다. 며칠이고 속이 타고,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습니다. '정말 노력했는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고 자책도 끊임없이 합니다."

한때 반성할 줄 알던 대학생은 무엇 때문에 반성은커녕 범죄자인 자신을 스스로 우상화했을 정도로 비뚤어졌을까. 과연 돈 때문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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