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습니까?"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고민의 발견]에서는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다룹니다. 때로는 핫이슈를, 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채택합니다. 마지막 단락에는 고민과 닮은 책의 한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행복이요? 요즘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 볼 때 행복하던데"

제32회 도쿄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기쁨을 선물했던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희진 선수가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김 선수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선수들도 "맞아", "나도"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누구나 '행복'을 바라며 산다. 행복해지고자 애쓴다. 그리고 때때로 타인에게 묻는다. "언제 제일 행복하세요?"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과 강연, 노래와 춤이 도처에 깔려있건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은 '행복'의 정의를 잘 알지 못한다.

사전에서는 '행복'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하지만 '충분한 만족', '기쁨' 또한 '행복'만큼이나 애매하다. 얼마라야 충분하고, 무엇이 기쁨이란 말인가.

사람 다 다르듯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 또한 같을 수 없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고, 반대로 체중 감량 중인 이는 식욕을 이겨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 언제나 그랬지만, 특히 요즘에는 좋은 집과 차, 고가의 시계나 가방, 레어템 같은 물질이 '행복'으로 비치고 있다. 유명 대학에 진학했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 대기업 또는 복지혜택이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돈 많은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룬 이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좋겠다"며 부러워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집, 차, 가방, 시계, 공무원, 대기업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또 다른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돈'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매주 많은 이들이 성실하게 로또(복권)를 구매해 지갑에 부적처럼 넣고 다닌다거나 주식이나 비트코인 열풍에 편승하려는 까닭, 그리고 배우자를 고르면서 '연봉'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상은.

최근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역시 절실하게 돈을 바라는 이들이 456억 원이라는 거액이 걸린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인데, 참가자 모두가 '돈'이 곧 자신의 '불행을 끝내줄 수단'으로 생각한다. 게임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상금으로 무엇을 할지 묻는다. 나이와 출신 지역, 생김이 다 다른데도 답하는 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말을 한다. "집사고, 차 사고, 가족들…"

'돈' 때문에 고통받아본 사람들은 안다. '돈이 없는 삶'은 불편하고 불행하다.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돈이 없어 자식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비참하다. 아픈 가족이 돈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면 나머지 가족은 가슴에 납덩어리를 안고 산다.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친구에게 아이의 병원비를 꿔야 하는 부모 앞에서는 감히 '행복'을 말할 수 없다.

'돈 많은 삶'을 꿈꾸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연예인들처럼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사거나 전원주택을 지어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 오래된 차 대신 새로 나온 외제 세단 한 대에 작은 차 하나를 '세컨카'로 두고 상황에 맞춰 골라 타는 상상.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지만, 팬데믹이 종료된 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 생각 하지 않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고자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은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열심히 사는 것 또한 이러한 '목표'가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다. 혹 주변에 가진 돈의 액수와 행복의 크기가 같다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말은 있다. '가난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거나 '울더라도 벤츠 뒷자리에서 울어라'. 돈이 불행의 크기를 어느 정도는 줄여 줄 수 있다는 뜻에서 생긴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부인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고, '불행' 또한 돈으로 모두 예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돈을 떼어 놓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예전에 방송과 사업을 같이 하는 한 연예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요, 자려고 누웠는데 그날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 걱정할 것도 고민할 것도 없는 마음? 저는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배구선수 김희진 씨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 것은 그날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았기 때문이다. 확신할 수 있다. 만약 그에게 온종일 누워서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으라고 했다면 그는 그것을 '행복'이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보며 느끼는 행복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 오르는 일을 피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시험을 준비한, 체중을 줄이기 위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운동을 하고야 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여덟 개 정도 마쳤을 때, 그때야 비로소 우리에게는 두 개의 행복이 온다.

요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는 '나에겐 없고 남에게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복'이 너무 많다. 호캉스, 나에게 주는 선물, 플렉스 같은 '돈과 행복을 1+1'로 묶은 말들도 SNS상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기억해야 한다. 그것들이 행복이라면, 그것들을 잃어버렸거나 지겨워 버리고 난 후에는 행복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오래 두어도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을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남이 대신 만들 수 없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움직여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꾸준하게 걸어갈 때, 그때라야 만날 수 있다. 그것만이 '리얼'이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화에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돈이 너무 많으면 아무리 뭘 사고 먹고 마셔도 다 시시해져 버려."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너의 새는 돌아올 것이니.

왜 붙잡으려 하는가? 떠나는 것은 떠나게 하고, 끝나는 것은 끝이게 하라. 결국 너의 것이라면 언젠가는 네게로 돌아올 것이니, 고통은 너를 떠나는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네 마음에 있다. 놓아 버려야 할 것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마음에.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中

키워드

#고민의 발견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