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수준 '장치' 마련 필요..."오프라인 유대관계 찾게끔 해야" 목소리도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교육계, 게임계 등에서 줄곧 뜨거운 감자였던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셧다운제의 자리를 메울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데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그간 교육계, 시민단체 등은 셧다운제 찬반을 막론하고,셧다운제가 미디어 지형 변화 등으로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책을 요구해 왔다.

■ 교육계 "가정 내 규제만으로는 어려워... 게임업계 자정 요구해야"

25일 문체부, 여가부 등 관계부처는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기존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 시간 제한제도를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청소년과 보호자가 게임사에 요청 시 원하는 시간만큼 인터넷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제도로, 일종의 자율적 셧다운제다. 지난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가 7개 대형 게임사 40개 게임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이용률은 1~28% 수준이다.

교육 단체, 학부모 단체 등은 이 같은 정부의 대안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자정 노력이 빠진 방침은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피로도 시스템 등 게임업계가 (게임 과몰입 방지) 장치 마련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장치 없이 학부모가 자녀들을 규제하려다 보면, 가정 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 내) 별도의 장치 없이, 게임 예방 교육이나 이해도 높이는 교육을 늘리겠다는 건, 카지노를 열고 근처에 도박중독상담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향후 게임 과몰입 사전 예방을 위해 청소년 당사자에 대한 리터러시(이해력)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가정 및 교육 현장에 게임 지도 지침을 배포하겠다는 방침이다.

■ 게임 그만둔 이유 "다른 활동이 더 재미있어서"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를 보면, 초등학생의 PC 및 모바일 게임이용률은 부모와 자녀 간 유대관계가 좋을수록, 부모의 자녀에 대한 미디어 이용 가정지도가 적절할수록 낮았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단 청소년 5062명에게 '게임 중단 이유'를 물어봤을 때 '재미가 없어서(36.6%)'라는 응답 다음으로 '게임 외에 다른 활동이 더 재미있어서(20.6%)'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배상률 청소년정책연구원 실장은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셧다운제로 인해 밤 12시 이후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면서도"문제의 핵심은 (게임에 과몰입하는) 아이들이 게임이 너무 좋아서, 학업 시간이나 가족 간 소통, 친구와의 놀이를 다 물리치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 친구 사이 인적 네트워크가 결손나면서, 가장 쉽게 접근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은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그간 셧다운제는 게임이 모바일로 장소를 옮기고, 게임 외 SNS 등 스마트폰 과몰입 등이 문제로 부상하면서, 당초의 목표였던 '수면 시간 보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정부는 향후 청소년보호법 개정 및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 지원으로 셧다운제 폐지에 나설 방침이다.

또, 게임 과몰입 청소년의 일상회복을 위해 기존 위(Wee)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등에서의 상담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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