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뒤에 숨은 불법과 이기심 그리고 안전사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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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박윤미 기자)*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골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습니다. 그동안의 일방향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뉴스입니다. 예민한 사안의 경우 의견을 주신 분들의 성함을 닉네임으로 대신하거나 블러 처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틀 전 일곱 살인 제 아이가 제 눈앞에서 전동킥보드와 정면충돌했습니다. 후두부 약 2cm가량 찢어지고, 안면부 우측에는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아 음식을 먹기 힘든 상태입니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경과를 두고 봐야 하고 또 옆에 있던 큰아이는 동생의 사고를 목격한 뒤로 겁에 질려 있습니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엄마의 글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사업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자녀 둘을 데리고 외출했다가 둘째 아이와 미성년자가 몰던 전동킥보드가 정면충돌한 사고와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청원자는 또 당시 사고가 인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전동킥보드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나열하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사업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동킥보드(이하 킥보드)는 차나 오토바이처럼 큰 비용 없이도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자전거처럼 근력이 있어야 하지도 않고,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운행 가능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하는 집이 많아지면서, 도로는 물론 주택가 주변에서도 킥보드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장거리 이동보다는 일정한 구역에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일의 특성과 킥보드의 스피드, 거기에 별도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특성 등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킥보드 수요가 많아지면서 국내 킥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공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킥보드 또한 공유해서 이용하는 문화로 순식간에 자리잡았다. 새 아파트 단지 및 지하철 등지에서 공유 킥보드 거치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덕분에 버스와 택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그러나 공유 킥보드 시스템으로 누구나 손쉽게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시 모를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차 운전자들은 킥보드의 도로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차 쪽에서 져야 하는 과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들도 속도가 맞지 않는 킥보드 때문에 라이딩에 흐름이 끊긴다며 볼멘소리다. 거리 곳곳에 방치된 킥보드는 보행자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까지 받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만 약 14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사업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거리에 내놓은 전동킥보드 숫자는 약 5만 5000여 대. 지난 2일에는 미국의 전동킥보드 사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만든 킥보드 '버드'를 국내에 선보이며 강남에서 공유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외국의 전동킥보드 사가 국내로 진출할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외국의 전동킥보드 업체들까지 국내 공유시장에 뛰어들면서 약 5~6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7월 말 밝힌 '2020년 차대 전동킥보드 사고'는 총 1447건이다. 2017년 181건에서 3년 새 무려 8배 이상 급증했다. 사고로 인한 피해 금액은 2017년 8억여 원, 2020년 37억여 원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김재영 교수팀이 2017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전동킥보드 사고로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 총 256명을 분석한 결과 48.8%인 125명이 두개안면부 외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별로는 열상(56명) 환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뇌진탕(49명), 치아 손상(27명), 피부 박탈(17명), 두개안면골절(16명) 환자 순이었다.

이처럼 킥보드 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데다, 이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이 늘자 정부는 지난 5월 13일 도로교통법을 손질했고,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에 대한 법률을 강화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킥보드는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장치자전거(이륜차에 속함)’에 속한다. 또한 킥보드는 만 16세 이상이면서 제2종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만 13세 미만 어린이 혼자 킥보드를 운행하다 적발되면 그 어린이의 보호자에게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킥보드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자전거도로에서 타야 한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할 수 있다.

공유 킥보드를 거치대가 아닌 아무 곳에 두고 가는 일부 이용자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통행 불편을 겪는 것도 최근 이슈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지난 5월 개인형 이동장치 즉 전동킥보드 및 바퀴 등에 대해 견인료(4만 원)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킥보드 관련 법적 장치 마련에도 민원은 여전하다. 공유 킥보드 사의 헬멧 대여 등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도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은 쌓여있다.

다행히 머지않아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이 마련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두루뭉술한 법이 아닌 날카롭고 섬세한, 만인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 담겨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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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물었다. 응답자 일곱 명 중 한 명을 제외한 여섯 명이 킥보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정적이기보다는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올해 고3인 송호경(19) 학생은 지난해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했다. 여전히 학교와 학원은 서울에 있고, 통학 시 지하철을 이용한다.

송호경 학생은 "헬멧을 써야 하는데 쓰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못 본 것 같다"며 "속도제한도 있다고 들었지만, 인도에서 타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인도 한복판 사람 많이 다니는 길에 킥보드 두 대가 놓여 있는 걸 봤다. 킥보드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림(29) 씨는 7인 중 유일하게 공유 킥보드 사업을 환영했다.

연희 씨는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모두 지금처럼 자리 잡기까지 혼란을 겪었다"며 "차도 체력도 돈도 없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급한 일 있을 때 전동킥보드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임종구(43) 씨는 도로교통법 개정 전까지 전동킥보드 유저였다.

그는 "내가 사는 일산은 전동킥보드 타기 진짜 좋다. 그래서 신나게 타고 다니다가 법 생기고 팔아버렸다"며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전동킥보드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다. 제한 걸어 놓은 속도보다 더 세게 달릴 수 있다. 속도 제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법을 만들고도 단속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단속도 안 하는데 킥보드 괜히 팔았나 싶은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18년째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박준희(37) 씨는 전동킥보드 유저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는 "가끔 인도와 차도를 병행해 달리거나 헬멧 같은 안전장치도 없이 킥보드 운전하시는 분들을 본다. 킥보드는 구조적으로 바퀴가 작아 작은 돌멩이나 균열만 있어도 그 충격을 운전자가 다 흡수하게 돼 있다. 바이크보다 훨씬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바이크보다 안전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며 "킥보드 운전자분들은 반드시 안전장비를 착용하셔야 한다. 안전장비가 삶의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줄리아 킴 씨(45)도 군인 신분인 채영선(21) 씨도 전동킥보드들로 인한 사회의 무질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줄리아 킴 씨는 "교통법규 문제 등 준비할 게 아직 많지 않냐"며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채영선 씨는 전동킥보드를 '킥라니'라고 표현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출몰하는 고라니 같은 존재라며 채 씨는 "사고유발자"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정노윤(36) 씨는 "안전 문제로 킥보드 자체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안전규칙을 충분히 습득하게 한 뒤에 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람들 편하라고 만들어 놓은 물건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에 그만큼 안전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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