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 숲노리누리협동조합 숲길체험가이드 수업 참가자들(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린 와중에도 숲 해설과 함께하는 숲길체험가이드 수강을 위해 15명 남짓한 인원이 중랑캠핑숲에 모였다.

체온을 체크하고 손 소독제와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서야 숲으로 향하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시국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종의 의식같이 느껴진다.

숲 입구에 들어서자 숲노리누리협동조합 이영미 이사장의 해설이 시작됐다. 자잘한 꽃이 다발로 피어 꽃 무리를 만들어낸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서 선 그는 우선 꽃의 색과 모양, 암술과 수술의 구조를 살펴보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꽃, 풀잎, 나무, 숲…자연을 누비며


이영미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한 무리의 수강생들이 꽃을 관찰하기 위해 나무를 에워쌌다. 어느 것이 암술인지, 잎은 어떻게 생기고 색은 왜 서로 다른지 저마다의 의견을 나누며 꼼꼼히 살펴본다.

꽃의 이름은 백일홍, 백일 동안 꽃이 붉게 핀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단독으로 꽃을 피우는 백일홍이 있고 배롱나무(목백일홍)에서 자라는 꽃을 자미화라 하는데 개화 후 오랫동안 지지 않아 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일홍도 설화에서 접해본 것이 전부인데, 나무에서 피는 백일홍을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여러 개의 꽃 무리를 보며 새삼 자연의 신비에 대해서 생각한다.

요즘과 같이 자연을 점점 접하기 어려워지는 때, 산림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숲 해설사의 존재는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그 명맥을 잇고 대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이다.

▲ 해설을 들으며 숲을 둘러보는 사람들(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국토의 70%가 산지인 나라에 산림을 아는 이가 적다면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을 터.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인 숲노리누리협동조합은 지난 2005년, 학부모자연활동자원활동가 모임 '좋은바람'을 시작으로 서울의 주요 산과 공원 둘레길 등 자연을 매개체로 한 모든 공간에서 숲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의 은퇴 후 삶을 위한 제2의 직업을 개발 중이다. 산림을 주체로 나무와 꽃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론과 실습을 통해 평소에는 쉽게 지나쳤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이 과정에서 숲을 직접 찾고, 흙을 밟으며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과정을 거쳐 건강을 도모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걸음걸이와 자세가 어떤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등을 체크할 수도 있다(개발 예정).

은퇴 후 시니어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돕고 꾸준한 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 복지 서비스 제공으로 산림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일궈나가겠다는 것이 숲노리누리협동조합의 장기적인 목표다.


행복 별거 있나? 이런 게 '소확행'이지


▲ 모아온 나뭇잎을 배열하는 참가자(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숲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울창하게 우거진 녹음이 우리를 맞이했다. 선별진료소도 운영을 잠시 멈출 만큼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머리 위로 쏟아지는 공격적인 직사광선도 나무와 풀 앞에 잠시 그 기세가 주춤한다.

서늘해진 공기에 잠시 숨을 돌린다. 오랜만에 찾은 숲의 공기는 두터운 KF94 마스크도 뚫고서 코를 간질였다.

부지런한 걸음도 멈추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넓게 펼쳐진 평상에 앉았더니 어느새 손에 쥐어지는 투명 필름과 동전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쇠링.

체험의 마지막 순서인 '풀잎 손수건' 만들기에 필요한 준비물이다.

이영미 이사장의 안내에 따라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이 세잎클로버, 단풍잎 등 여러 가지 모양의 나뭇잎을 차곡차곡 모아왔다. 나뭇잎을 원하는 모양으로 손수건 천 위에 배열한 뒤 투명 필름으로 덮는다. 그리고 함께 받은 쇠링으로 나뭇잎을 꼼꼼하게 적당한 완력으로 문지르면 끝.

하하 호호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손수건 만들기에 집중하자 금세 주위가 고요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와 간혹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이 주변을 채우는 소리의 전부다.

나뭇잎의 잎맥을 세심히 문지르며 모양을 관찰한다. 꾹꾹 짓이겨지며 새어 나오는 즙이 천을 물들이며 그야말로 자연의 무늬를 천 위에 그려냈다. 본지 기자가 만든 손수건은 힘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초록색 물감이 제멋대로 번진 수채화처럼 돼버렸다.

인내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작업한 이들은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인 무늬가 선명하게 남았다. 자랑스레 손수건을 든 참가자를 바라보던 다른 참가자가 "행복이 뭐 별거 있나, 이게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지"라며 웃었다.

이영미 이사장은 "자연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하며 겪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큰데, 자연을 대하고, 바라보고 어떻게 학습해 나갈지를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많은 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고 뿌듯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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