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인상·'이중가격' 고착화는 왜?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부동산 안정화를 자신했던 정부가 내놓은 다수의 부동산 정책이 각종 풍선효과를 낳으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개정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 3법 역시 시행 효과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지만, 폭등하는 집값을 잡지 못하면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 정부 "계약갱신요구권 실제 사용률 높아, 거래 투명성 제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 급감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을 우려했지만 전세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넘어선다는 통계 등이 있다"라며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3법 시행 전 임대차 갱신율이 1년 평균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이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6월 한 달 동안 임대차 신고제 도입으로 갱신요구권 사용 여부 확인이 가능한 신고자료 분석 결과, 갱신 계약의 63.4%가 법이 부여한 계약갱신요구권을 실제 사용했다"라며 "전월세 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갱신 계약 중 76.5%가 인상률 5% 이하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부터 시행된 임대차 신고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확정일자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신규·계약갱신 여부, 갱신요구권 사용여부, 임대료 증감률 등 전월세 거래명세 확인이 가능해지며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 업계 "오히려 '이중가격' 부작용 발생, 미봉책 아닌 장기 계획 필요"

정부의 분석과 달리 전문가들은 갱신율의 상승만으로는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아파트와 신규 계약인 아파트 사이에 전세금이 수억 원씩 차이 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부작용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가 지난 14일 11억 9000만 원에, 17일엔 6억 원에 거래돼 2배 가까운 가격 차이를 보였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 2법 시행 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2.37% 상승했는데 시행 이후 1년 동안에는 16.69%나 올랐다.

평균 전세금도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2020년까지 4억 원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6월에는 6억 2678만 원으로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에선 비록 신규 계약분의 임대 가격은 올랐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임대료가 오르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지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대들은 2년 뒤에 다시 높아진 시세로 신규 임대를 해야 하므로 결국은 단기적인 효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의 주거 안정 기간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4년마다 크게 오른 임대료 인상을 맞닥뜨리는 것은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 기간의 연장은, 우리 사회가 순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야 한다"라며 "현재 2년 단위로 설정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적용하고 임대차2법 폐지도 고려할 수 있다. 이후 우리 사회가 3년이라는 기간에 익숙해지면 그때 4년으로 연장하는 식으로 장기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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