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 변하는 삶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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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고민의 발견]에서는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다룹니다. 때로는 핫이슈를, 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채택합니다. 마지막 단락에는 고민과 닮은 책의 한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동네 독서 모임에서 만난 나와 동갑의 셰프는 첫 만남에서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 소개했다.

미니멀리스트는 소비의 욕구를 최대한 억제하는, 이른바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때에 TV에 출연한 유명 미니멀리스트들의 집 안에는 TV, 냉장고 같은 '그래도 이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물건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장면 뒤에는 반드시 따라붙는 것이 있으니 "불편하지 않냐", "지장은 없냐"는 뻔한 질문들이다.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냉장고는 길게 보관해야 할 식품이 없으니 필요 없고, TV는 대놓고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보니 집에서 가장 먼저 퇴출시켰다"고. 답변조차 단순하고 간결하다.

미니멀리스트들의 등장은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이 땅에서는 "잘살아 보세"와 같은 류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래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겪은 50~60년대 가장들과 그들의 자녀인 70~80년대 가장들에게 현대의 '미니멀리스트'는 '일부러 가난하게 사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스트와는 지향점이 다른 '욜로(YOLO_You Only Live Once)'는 어떨까.

'현재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소비하는 삶'. 욜로족들이 주장하는 말이다. 쉽게 '(돈)있을 때 쓰자'라는 것이다.

최근에 이와 비슷한 단어 하나가 또 유행하고 있다. FLEX(플렉스)다.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것이지만, '플렉스했다'는 이들의 말이나 글을 보면 대부분 과한 소비 또는 불필요한 소비를 합리화할 때 이 '플렉스'를 가져다 붙였음을 알 수 있다.

욜로와 플렉스 또한 전 기성세대와 전전 기성세대에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철부지의 장난' 같아 보일 수 있다. 똑같은 물건을 색깔별로 사 모으거나,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정판 장난감이나 신발 등을 수집해 벽면 가득 진열하는 행위를 칭찬할 만큼 그들은 넉넉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을 앞에 앉혀두고 '자신의 어렵던 한때, 라떼'를 이야기하며 가치관을 이식시키려 무지 애쓴다. 그들도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새 학생들은 이런 어른을 '꼰대'라 부른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든, 욜로나 플렉서를 지향하든 그것은 각자의 취향이다. 이 둘은 그저 극단의 비교를 위한 것일 뿐, 삶은 어떠한 형태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정형화된 삶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유행하는 것이라서, 또는 좋아 보여서 누군가의 삶을 따라 하다간 무색무취의 투명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리스트라든지 욜로족 중 하나로 살고 싶다면, 그 길을 제대로 밟은 선험자의 생활과 삶을 탐색해 보는 것도 자신의 주관과 철학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잘 봐야 한다. 원조 미니멀리스트들은 "가난하게 살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욕심을 버리겠다"는 철학을 이야기했다.

요즘 말로 찐(진짜) 욜로족들은 "다 늙어서 돈 있으면 뭐 하냐"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현재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는 의지를 외친다. 절대로 이들의 표면만을 봐서는 안 된다.

철학을 가진 삶은 빛이 난다. 철학은 땅 깊은 곳에, 어쩌면 바로 눈앞에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찾길 원해야만 그것이 숨겨진 곳의 좌표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캐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누군가를 흉내 낸 삶은 절대로 보석이 될 수 없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조금만 검색하면 결혼식을 앞두고 망연자실한 신랑·신부들의 글, 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셔 놓고도 1년 넘도록 면회 한 번 할 수 없는 자식들의 구슬픈 넋두리를 볼 수 있다.

이럴 때 어떤 사람은 주머닛돈을 탈탈 털어 자신보다 어려운 누군가에게 기부한다. 또 누군가는 월세 받아 살아가면서도 세입자에게 월세를 덜 받는 것으로 고통을 분담한다. 그들은 모피코트를 걸치거나 샤넬 가방을 들지 않아도 빛이 난다. 사람들도 그들의 소식에 "멋있다"고 말한다. 물질 만능주의가 된 이 사회에서 보통의 아줌마 아저씨인 그들은 어떻게 멋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 걸까. 비단 돈 때문일까?

지금껏 이 글을 읽은 당신을 정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보석을 캐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언급한 셰프는 아버지의 죽음 직후 미니멀리스트를 선언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떠난 뒤 아버지의 돈을 뺀 나머지 유품들이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서 물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나누는 일에만 몰두해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자신의 사후 그리고 자신의 물건들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나는 아버지의 안경과 이 책 한 권이면 된다"는 말을 던지면서 그렇게 미니멀리스트가 됐다고 했다.

좀 더 심플하게 생각해 보면, 인간은 그저 먹고 자고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니 나는 쓸데없는 욕심에 삶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의 '지금'이 좋다. 더 이상 얻고 싶지도, 잃고 싶지도 않은 지금이 좋다!

'No lost, No gain!'

-류승수 작가,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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