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하고 단정한 전통의 멋이 가득한 원목가구, '우드아트'

▲ 우드아트 권영숙 사장(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지금은 갖추고 있는 가전의 종류가 늘어나고 공간 구조 또한 복잡해졌기에 인테리어에 있어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지만, 옛날에는 농(籠)으로 대표되는 가구가 인테리어의 전부를 차지했다. 그렇기에 중요 혼수품 중 하나인 가구를 허투루 해갈 수는 없었다. 경제력이나 크기, 취향과 유행에 따라 구매한 가구는 친정의 얼굴과도 다르지 않았다. 또한 식구들의 옷은 물론, 함부로 두어서는 안 되는 패물이나 집문서까지 보관했으니, 서민들에게는 금고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해왔다.

전통가구는 이러한 귀하고, 소중한 의미를 담아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새것이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전통가구 한 채만 있어도 집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가구들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나전칠기 장인이 고르는 고가구


우드아트 이종근 대표는 나전칠기 기술자로서 몇십여 년간 나전칠기 장롱을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배웠던 것이 나전칠기뿐이었기에 다른 직업을 고려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31세, 아내인 권영숙 사장을 만났다.

"내 친구가 애 아빠 친구랑 결혼을 먼저 했어. 그러고 1년 있다가 내 친구가 자기 남편 동료와 나를 중매선 거지. 남편끼리 친구고, 아내끼리 친구예요. 그때가 내가 31살이었어."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면서도 권영숙 사장은 한 번도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가진 게 없더라도 나전칠기 기술자라면 버는 돈은 많겠거니 여겼고, 열심히 모으고 모으면 나중에는 남보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밥 굶을 걱정은 안 하겠거니 싶었다. 그만큼 나전칠기 가구가 워낙 고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생계를 이어가기가 녹록지 않았다.

"나전칠기가구 가격이 비싸다 보니까 판로가 쉽지 않아. 뒷바라지해야 하는데 돈을 못 벌어주니까 고생이지. 없는 살림에 몇 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은 기존에 일하던 나전칠기공장을 떠나 조그만 공장을 직접 차렸다. 20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되던 공장은 점차 그 인원이 줄었다. 15명, 7명. 그렇게 직원이 줄어드는 동안, 직원들에게 밥해주며 잡일을 도와주던 권영숙 사장 역시도 공장에서 나와 다른 직장을 다니며 맞벌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나 지났을까.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던 공장도 문을 닫고, 부부는 나전칠기가 아닌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포터에 나무 궤짝을 싣고 달리면서 길거리 과일 장사도 해봤고, 수입 화문석 돗자리를 팔아보기도 했어요. 그다음에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어다 소매에 판매하는 것도 해봤지. 그런데 그렇게 물건을 대줄 때마다 돈을 한 자락은 깔고 줘. 그러니까 외상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 남편이 외상값을 잘 못 받아와. 거칠게 말을 하질 못하다 보니 돈 받기가 힘들었어. 그러니 그 장사도 오래 못했지. 그다음에는 용달을 했어. 나전칠기공장에서 일했던 과거가 있다 보니 아는 공장은 많았거든. 나전칠기는 한 공장에서 모든 공정을 완성하는 게 아니에요. 나무로 농 짜는 공장, 무늬 치는 공장, 자기 치는 공장이 따로 있다 보니까 각 공장으로 가구를 날라줘야 해. 그 일을 했었지."

그렇게 용달 일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가구 가게를 하고 있던 친구가 가겟세를 못 내서 가게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종근 대표에게 이 가구 가게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25년 전 그때 이종근 대표와 권영숙 사장은 용달 트럭 대신 이 가게를 선택했고, 이 자리를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다만 그 가구 종류만은 조금 변했다. 과거에는 다른 가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구 가게였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5년 만에, 10년 만에 가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고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가구는 대부분 압축해서 만든 나무판에 시트지를 붙여서 모양을 내요. 그러다 보니 가구를 10년 쓰면 시트지가 다 일어나요. 게다가 서랍 레일도 망가지지. 그러니 오래 이 자리에 있으면서 AS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오더라고."

그때부터 권영숙 사장은 원목 가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급스러운 원목 고가구를 몇 개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일반 가구보다도 원목 고가구가 늘어났고, 지금 우드아트는 원목 고가구 전문점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 나무 향 담은 고가구(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정감 있고, 진하며 고풍스러운 고가구의 매력


원목 고가구와 일반 가구의 다른 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나무 향이 그 첫 번째 다른 점이다. 원목 가구는 특히 서랍을 열 때면 그 향이 더 진하게 풍긴다. 오동나무는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니 오동나무는 제외하고라도 소나무에서는 소나무 향, 편백나무에서는 편백나무 향이 풍긴다. 방 안에 고가구 하나만 있어도 나무 향이 맡고 싶다는 이유로는 산림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두 번째로 무게가 가볍다. 일반적인 가구는 MDF 합판으로 만들어진다. MDF란 나무 톱밥, 즉 목재 칩을 섬유화해 접착제와 섞어 압축한 목재로, 무게가 상당하다. 그런데 원목으로 만든 가구는 오히려 가볍게 들린다. 나무를 통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서랍 바퀴가 없어 오래 사용한다. 가구 서랍, 특히나 무거운 물건을 보관하는 서랍은 금세 레일 바퀴가 망가지기 마련이지만, 고가구는 바퀴 없이 제작하기 때문에 고장 날 우려도 없다. 그렇다고 서랍을 쓰기 불편할 이유는 없다. 서랍이 가벼워 쉽게 열리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모서리가 둥글어 위험하지 않다. 고가구는 어르신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데, 어르신들의 경우 가구 모서리나 서랍 모서리에 베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고가구는 모든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할 수 있어 이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나무를 볼 줄 아는 이종근 대표와 권영숙 사장은 가구를 볼 때 디자인, 목재, 칠을 고루 살펴 좋은 가구를 골라낸다. 겉보기에 디자인이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지, 좋은 나무로 만들어 튼튼한지, 칠이 고루 되어있는지 꼼꼼히 검사를 받아야만 우드아트 내에 전시될 자격을 갖춘다.

▲ 우드아트 전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평생 가구를 판매한다는 것의 장단점


고가구를 위주로 판매하는 지금은 일반 가구를 판매할 때처럼 고객들의 AS문의는 없다. 하지만 평생 쓸 만한 튼튼한 가구를 판매한다는 것은 또 다른 단점을 품고 있다.

"한 번 사면 고장이 없으니까 오래 쓰잖아요. 그럼 가구를 바꾸러 오는 고객은 없는 거죠. 물론, 한 번 고가구를 사 가셔서 쓰시다가 다른 일반 가구도 고가구로 바꾸러 오시는 단골분들은 꽤 많은 편이에요."

고가구가 흔치 않은 요즈음, 판교나 분당에서도 성남 수정구 수진동에 있는 우드아트를 찾아오는 일도 늘었다. 그리고 25년간 한 자리를 지키다 보니 오가며 바라만 보시던 어르신들 역시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어르신들이 여기 들어오고 싶어도 비싸 보여서 못 들어왔다는 거야. 그런데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만큼도 아닌데, 진작 살 걸 그랬대. 그러면서 하나를 사도 집에 들여놓고 나니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장식을 쓰다듬게 된대. 심지어 밥 한 끼를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면서 좋아하시는데, 그럴 때는 정말 내 기분도 좋아요."

물론 일반 가구와 비교하면 고가구의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TV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 가구가 20만 원대인 데 비해, 고가구는 60만 원대를 자랑하니 약 3배 차이다. 그런데 그 수명과 만족도 역시 세 배 이상이기에 그 금액이 아깝지는 않다. 그래서 우연히 고가구 한 채를 구매하고 난 뒤, 줄줄이 다른 가구를 바꿔나가는 고객도 있다.

"여기 자주 오시는 단골 중에 한 분이 그래. 예전에는 옷 사는 걸 좋아했대.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나가서 옷을 샀다고. 그런데 고가구를 알게 된 뒤로는 그렇게 가구를 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거야. 그분이 여기서 세트로 고가구를 맞춰가셨지."

▲ 박람회 전시 모습(사진=우드아트) © 팝콘뉴스

박람회부터 맞춤제작으로 쉽게 만나는 고가구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고가구를 쉽게 만날 기회가 없으니 우드아트에서는 각종 박람회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서현역 광장이나 코엑스, 킨텍스가 주 무대다. 7월에는 13일부터 23일까지 서현역 광장에서 공예관 전시회가 열린다. 그럴 때면 우드아트는 중심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가구를 전시한다.

"몇 년째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거기서 얼마를 팔고 안 팔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기서 한 채를 사고 가셔서 다른 세트를 더 사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그 당시에 예쁘다고 생각만 했다가 나중에 다시 오시기도 해요. 그런 분들은 전화 와서 매장으로 따로 오시겠다고 말씀하시고 방문하시거든요. 그리고 고가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이렇게 고가구를 알아갈 수 있잖아요."

또한 우드아트에서 만나는 모든 원목 고가구는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대로 크기를 바꿔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고, 전반적인 디자인도 변형할 수 있다. 한정된 공간 안에 모든 가구를 놓을 수 없기에 사진을 보고 선택하면 그대로 제작해주기도 한다.

과거 좋은 농은 여자의 자부심이었다. 이제 고가구를 찾는 이들에게 있어 농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 누리고 싶었던 부유함에 대한 동경일 수도, 혹은 향유하고 싶은 고급스러운 취향의 과시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래 손때 묻을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튼튼한 고가구를 들인다는 것은 나이 들수록 더 반질반질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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