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시니어클럽 카페 '마실다실' 임명숙 바리스타

▲ 양천시니어클럽 카페 '마실다실' 임명숙 바리스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굿업! 평생현역 코너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새로운 일터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중장년을 만나러 갑니다. 굿업은 정말 대단하다는 Good Up과 좋은 직업(業)을 뜻합니다.

양천시니어클럽의 카페 '마실다실'에서 만난 임명숙(73) 씨는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어르신 일자리를 위한 카페에서 일한 지 7년 된 최고참인 데다가, 여기 목동에서 살기 시작한 것도 50년이 됐다. 처음 이사 왔던 1971년의 목동은 논밭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동네가 최근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활기가 돈단다.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공직에서 일했던 나이 차 많은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했어요. 첫애를 21살에 낳았으니까요. 두 아들을 기르느라 평생을 매달렸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이 출가해 떠나고 나니 허전하더라고요.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다가 모두 떠나자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성당에서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수술한 무릎이 버티질 못했어요. 2015년쯤 친구의 구청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이곳 카페와 인연을 맺게 됐죠."

▲ 임명숙 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카페 운영을 멈춰야 했을 때 일자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당시는 양천구청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위치도 이름도 달랐지만, 커피라는 매력에 푹 빠지기에는 충분했다고. 2년 차에 추가적인 교육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임 씨는 커피의 최고 매력으로 '향기'를 꼽았다. 출근 후 주변에 흐르는 커피 향에 빠지면 하루를 활동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체력적으로 부담 안 되는, 쾌적한 근무환경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급여의 수준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이곳 '마실다실'의 일자리는 동네에서 경쟁이 치열한 곳이 됐다.

"카페에서 일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손님을 만난다는 것이죠.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라 단골도 많지만 새로운 손님들도 많이 와요. 낯선 얼굴이 어떤 메뉴를 고를지 손님을 만날 때마다 기대가 되죠. 커피를 추출할 때마다 레시피에서 벗어나지 않는 양과 온도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데, 맛있다 하시는 분이 있으면 온종일 기분이 좋아요."

2019년 양천시니어클럽이 생기면서 카페의 운영 주체도 바뀌었다. 일하는 입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임 씨는 "능동적으로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청에서 직접 운영할 땐 조심스레 잘 차려진 자리에 어르신들이 정해진 일만 하는 구조였다면, 시니어클럽이 맡고 나서는 재료의 구매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어 카페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일하는 우리들이 직접 손님을 대하고 있으니까, 커피의 맛이나 메뉴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요. 원두에 대한 평가라던가 새로운 메뉴에 대한 의견을 시니어클럽에 전달해요. '쑥 라떼'도 그렇게 탄생한 메뉴예요. 고객들 반응이 좋아요(웃음)."

▲ 양천시니어클럽 카페 '마실다실' 임명숙 바리스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임 씨는 동네의 터줏대감 측면에서 봐도 시니어 카페와 양천시니어클럽의 등장은 지역에 생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페가 생기고 나서 지역주민에게 저렴하고 맛있는 음료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효과는 적지 않았어요. 커피 맛에 눈을 뜨시기도 했고(웃음). 카페가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했어요. 그간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동네 사교모임이나 동창회의 단골 개최 장소가 됐죠. 동네에 그렇게 많은 모임이 있는지 카페에서 일해보고 알았을 정도니까요. 또 시니어클럽을 통해 카페를 비롯한 학교급식 등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면서 주위에 일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일을 시작하면서 모두 늘어지지 않고 저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활력을 즐기는 것 같아요. 출근 덕분에 스스로 단정하게 유지하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요."

현장의 관계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동의한다. 양천시니어클럽 임석민 팀장은 "노년 세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노년기에 겪게 되는 고독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사회적 고립을 막는 효과와 함께 세대 간 어울림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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