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를 소개합니다

▲ 10일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패션스마트센터를 찾았다. 사진은 자동 재단실 입구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청년들이 잘 몰라요. 좋은 강사님 모셔서 진행하는데, 무상으로 진행하다 보니까 잊어버리고 강의 첫날 안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단 오면, 발 들이면, 코 꿴다니까요."

10일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패션스마트센터에서 만난 박광규 센터장은 가장 먼저 센터 복도 게시판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봉제 교육 ▲마케팅 ▲디자인 실무부터 ▲패턴 캐드(CAD) ▲3D 클로(CLO) 등 강좌 소개가 게시판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이번 해 12월까지 교육 일정이 꽉 찼어요. 교육을 다 수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취업했다든지 하는 이유예요."

모든 교육과정의 실습을 센터 내에서 끝마칠 수 있는 '원스톱' 센터 구성과교육이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도 청년들의 수요에 적격했다.

여기에 '봉제산업의 메카 금천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네트워크, 그리고 센터 직원들의 살뜰한 관심까지 더해지면, 디자이너의 꿈을 꾸던 청년들이 꼼짝없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실무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으로, 창업으로


센터는 서울특별시 지역별 스마트앵커 사업에 금천구가 선정되며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서울시 스마트앵커 시설 1호인 해당 센터는 금천패션협회와 디쓰리디(D3D)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면적은 1247㎡로, 교육장, CAD실, 공용 봉제장비실, 자동재단실, 청년창업공간 등이 있으며, 모든 시설 이용은 무료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강좌는 무료로 제공된다. 특히 '실무 맞춤형 교육'이라는 점이 센터 강좌의 특징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회사 실무나 창업에 필요한 기술은 차이가 있어요.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1년 이상 실무를 가르쳐야 하죠. 센터에서는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 중심으로 강좌를 구성해요."

강사진도 실무 맞춤형으로 초빙한다. 라이브커머스 교육은 실제 방송 및 홈쇼핑 25년차 PD가, 마케팅 등도 업계에서 잔뼈 굵은 실무자가 진행한다. 특히 3D 클로 등은 현장에서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만큼 교육이 많지 않아 특히 인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브커머스 교육은 25년 차 홈쇼핑 PD가 해요. 클로는 도입된 지가 얼마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 강사님이 귀하고요. 실무에 맞는 학원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학원비 부담이 있으니까."

▲ 3D 클로를 시연 중인 컴퓨터 화면 © 팝콘뉴스

교육생 중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창업공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현재 창업에 돌입한 것은 일곱 팀 열 명. 한 명은 금천구에 수선실을 오픈할 예정이고, 자기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정부 과제 프로젝트를 진행, 리사이클 의류 사업을 이미 시작한 팀도 있다.

직원들의 살뜰한 관심도 청년들의 진로 찾기에 탄력을 붙인다.

박광규 센터장은 약 30년을 국내 대기업 패션 브랜딩 업계에서 일했다.

교육생들 얼굴이며 사정은 대부분 꿰고 있다는 센터장은 '선배'의 마음으로 교육생들의 희망 진로에 필요한 또 다른 교육을 추천해주거나 창업에 나선 청년들을 상담한다.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덧붙인다.

"한 친구는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교육을 받는 친구인데, 창업은 지금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알바해서 번 소중한 돈, 아끼고 일단 취업을 해보자'는 쪽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금천구 패션 의류 중견기업 및 국내 패션 기업과 연계한 지역 취업 지원 사업도 기획 중이다.취업을 희망하는 교육생과 구인 중인 금천구 소상공인을 연결하고, 기업이 채용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등 협업하는 방식이다.


열린 작업장


시설의 목적에는 금천구 봉제기업들의 에로사항을 해소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구로 및 금천은 옛 구로공단 시절부터 봉제 산업의 메카로 알려진 지역구로,2017년 기준, 전국 봉제산업 노동자의 10분의 1(약 1만 명)이 지역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그간 봉제 일감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방글라데시로 넘어가면서 일감부족, 인력 투입 부족, 설비 부족 등에 시달리면서 점차 규모가 축소되는 모양새다.

이에 센터는 그간 봉제기업들이 다양한 부족으로 외주로 넘기거나 포기했던 작업을 센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장비 및 공간을 대여하고 있다.

특히, 자동재단실은 그간 오랜 시간이 걸려 사람이 하던 작업을 기계가 단기간에 해결하게끔 한 공간이다. 당장 숙련공의 숫자가 부족한 만큼, 일부 작업을 기계로 넘긴다는 기획이다.

"한 20년 전부터 봉제를 배우는 사람이 없어요. 숙련공이면 다 60세 가까운 분들이고, 그사이에 젊은 분들이 재봉을 안 배웠어요.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웠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니까(다시 숙련공이 성장하지 않고). 그 갭을 줄이려고 같이 고민을 하는 중이죠."

▲ 패턴 파일을 입력하면, 기계가 알아서 패턴에 맞춰 원단을 재단한다. 사업자가 작업을 맡기면, 신청한 예약 시간동안 작업이 시행되며, 상근 직원이 그 작업을 검수 및 정리하는 식. 사업자가 찾아와 작업을 함께 살피기도 한다 © 팝콘뉴스

재단실 등 시설은 시설 내 창업 청년, 지역 소상공인, 봉제 소기업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온라인 예약을 통해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자동 재단실은 이용수요가 높은 만큼, ▲매주 한 회차는 재단실 최초 이용자를 우선 배정하고, ▲재단 동시 의뢰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등 이용 기회가 한 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올해 1월부터 누적 재단 수량은 7만 여 장으로, 누적 방문 업체는 약 440만 개, 자동재단실을 통한 누적 수혜 비용은 약 1억 3천 만 원 수준에 달하는 등 시설은 제 몫을 꾸준히 해내는 모양새다.


"패션계 BTS, 못할 것 없죠"


한편, 재단실과 교육 및 실습실, 창업 공간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성과로 가지를 치고 있다.오며가며 청년 창업인에 잔뼈 굵은 지역 기술인들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유효한 조언이 된다.

"단추 다는 기기 같은 경우에는 봉제기업에서도 또 외주를 주거든요. 그런데 센터에 기기가 있으니까 가끔 재단시설 이용하러 오시고 그래요. 왔다가 '청년들 작업 좀 보고 가시라'고 부탁드리면 봐주시기도 하고, 조언도 하고."

금천구 봉제기업으로 교육생들과 함께 견학을 나서거나 금천구 기업들의 소재를 활용해 청년 창업자들이 옷을 만들도록 협업 창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역 봉제기업들은 아직 '반신반의'한 시선이지만, 청년들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으로 견학 나가면) 아무래도 데면데면해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니까. 외주를 준다고 해도 창업인들은 우선 소량 생산을 할 거잖아요. 기업으로서는 도와는 주고 싶은데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인 거죠. 그런데도 웬만하면 해주시려고 해요."

▲ 창업공간 한 편에 금천구 기업들의 소재 샘플이 진열돼 있다. 정면은 라이브 커머스 방송, 사진 촬영 등이 이뤄지는 세트 © 팝콘뉴스

향후 '스마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요 예측에 나서 창업 상담에 활용하고, ICT 융합 패션 등 패션산업을 선도할 기획도 세우고 있다.

센터는 금천구에서 청년 디자인 창업자들을 키워, 그 작업을 그간 교류하던 금천구 봉제기업들과 함께 하고, 이를 통해 지역 인프라가 다시 '흥'하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최종 목표는 'K-패션'의 부흥이다.

"제조산업을 활성화하고 침체된 'K-패션'을 부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이걸 위해 청년 디자이너들을 '패션계의 BTS'로 키우려고요. 못할 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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