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백신으로 조금씩 되찾는 일상

▲ 대원경로당 출입문에 붙여진 안내문(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1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경로당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정적이 대신 채우고 있던 빈자리는 하나둘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원래 주인을 되찾았다.

서울 구로구 도림로에 있는 대원경로당의 풍경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 안으로 향하는 현관 입구에는 운동화, 단화 등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문 너머로는 어르신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활기에 찬, 즐거움이 가득한 소리는 전염병이 잿빛으로 뒤덮은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이는 듯했다.

2층에서 대원경로당의 이상균 회장(83)을 만날 수 있었다. 경로당이 문을 닫고 있던 1년 넘는 기간에도 이상균 회장은 매일 같이 경로당을 찾았다. 다시 회원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상균 회장은 "찾는 이가 없어도 꼬박꼬박 경로당을 찾아 수도가 얼지 않도록 관리하고, 먼지를 쓸고 닦고 하며 깨끗하게 관리했다. 어쩌다 경로당 앞을 지나는 회원과 마주치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문을 열면 안 되겠냐는 하소연이 이어지곤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지만, 경로당이 아니면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회원들의 사정을 낱낱이 알고 있는 터라 가슴이 아팠다는 이상균 회장.

경로당의 문을 닫았던 기간이 지옥 같았다며, 다시 회원들과 얼굴을 마주하니 이제야 숨 쉬는 기분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이 이어졌다.

▲ (왼쪽부터) 전인선, 김찬희, 김완순, 이난우, 이연선 어르신과 안부를 나누는 대원경로당 이상균 회장(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박금택 어르신(81)과 함께 테이블에서 화투를 치고 있던 송운천 어르신(80)이 말을 보탰다.

송운천 어르신은 "경로당에 나와서 얘기도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밥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금방 갔는데 문을 갑작스럽게 닫아버리니 얼마나 심심해"라며 그간의 설움을 호소했다.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이제 경로당 문을 열었으니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밥 한번 먹고 싶다. 제일 하고 싶었던 게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다"며 백신 접종을 마친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 이전처럼 경로당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층으로 내려가니 입구에 발을 디뎠을 때 들었던 즐거운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인선(70), 김찬희(79), 김완순(83), 이난우(83), 이연선(80) 어르신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틈새에 끼어들었다.

이연선 어르신은 "집에서는 TV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심심하면 일어나고 다시 앉고를 반복했다"며 경로당이 문을 닫는 동안 생활이 단조로워지고 활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어르신들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끔 근처 안양천으로 산책하러 나가고 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길을 오가다 낯익은 얼굴을 만나면 주먹 인사로 반가움을 전하는 게 전부였던 1년간의 생활.

이난우 어르신은 "경로당이 문을 여니 날라 갈 것 같이 좋다"며 환히 웃었다. 소녀같이 해맑은 웃음소리에 같이 앉아 있던 경로당 회원들도 덩달아 함께 웃었다.

한편, 정부는 전 국민의 25%인 1,300만 명이 1차 접종을 완료하게 되는 7월부터는 접종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접종 완료자는 사적모임 인원기준에 제외돼 모임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1회 이상 접종자는 대면 종교활동 참여 인원 기준에도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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