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는 '긍정적'...가능성은 '글쎄?'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하며 높은 성장폭을 보이는 가운데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본래 2~3년 내 흑자로 전환한 후 상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연내 추진 계획을 확정 지은 것이다.

김슬아 대표의 결정의 배경에는 쿠팡의 미국 상장, 신세계와 네이버, CJ대한통운 간의 협력 관계 조성,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계획은 창대했으나 업계 시각은 '회의적'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9,523억 원으로 전년도인 2019년(4,259억 원)에 비해 12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구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 규모가 2배로 훌쩍 뛰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타 이커머스 기업들의 협업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현재 입지조차 불안하다. 또한 단순히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해서 미국 증시의 문을 두드린다 한들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늘어난 적자 역시 미국 증시 상장에 걸림돌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 원으로 2019년 1,012억 원보다 150억 원 가량 적자가 늘어났다. 지금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2.600억 원 가량이다.

지난 11일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매출액 2016년 1조 9,159억 원, 2017년 2조 6,846억 원, 2019년 7조 1,530억 원을 기록하며 해마다 40%에서 60%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적자 규모 역시 매년 수천억 원대를 기록하며 2018년엔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점만 놓고 본다면 적자에도 불구하고 매해 성장세를 기록한 쿠팡이 나스닥 입성에 성공한 만큼 ‘마켓컬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쿠팡의 나스닥 상장 소식이 2011년부터 들려온 만큼 상장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점을 미뤄볼 때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쿠팡과의 매출 규모가 7배가량 차이를 보이는 데다, 전국적인 물류 창고와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쿠팡과는 달리 마켓컬리는 김포에 이제 막 신선 식품 물류 창고를 구축한 참이다. 서울 동남권에 치우친 사업을 수도권 서부 지역까지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전국에 로켓배송을 서비스하고 있는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다.

마켓컬리가 쿠팡의 꿈을 꾸며 미국 상장을 추진하기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를 규모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미국 상장 가능성이 회의적일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세계에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것을 쿠팡 상장 승인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마켓컬리도 마켓컬리만의 장점을 내세우며 상장을 추진하는 행보 자체는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슬아 대표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이란 점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투자은행 근무로 기업공개(IPO)에 정통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편 마켓컬리 미국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켓컬리 관련주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마켓컬리 관련주'이며 마켓컬리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케이씨피드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대격변, 마켓컬리의 입지가 위험하다


지난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간 2,500억 원 규모의 주식교환이 결정됐다. 지난해 10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 투자 이후 두 번째 주식교환이다.

두 차례에 걸친 주식교환으로 네이버는 CJ그룹과는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신세계그룹과는 신선식품 등 판매 제품의 품목 증가와 최근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야구단 신세계랜더스 등 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 입지를 더욱 넓히겠다는 행마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전통 강자였던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이자사 온라인 유통 채널 확대를 위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왔던 네이버나 쿠팡 등의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신들의 파이를 지키거나 혹은 늘리기 위해 앞 다퉈 경쟁에 나서면서 '샛별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던 마켓컬리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에 주안점을 두고 경쟁하다보니 '샛별배송'만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 7월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강동우 전문위원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배송 경쟁이 심화된 만큼 마켓컬리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선함을 강조한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며 주부들을 공략하는 만큼 대기업이 생각지 못한 틈새시장 공략을 잘 해나간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름의 입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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