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이노, LG엔솔 등 진출... 업계 "효율성 제고해야"

▲ 현대차를 포함한 민간 4사와 정세균 총리 등 관계자가 18일 진행된 배터리 재사용 실증 사업을 위한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해 말 정부가 민간에 폐배터리 활용 사업의 빗장을 일부 풀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재사용 등 배터리 전 주기 서비스(BaaS)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기아 등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ESS(전력저장장치) 사업을 벌이는 화학 기업과 배터리 기업 등이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두고 활발히 합종연횡하면서, 폐배터리가 '두 번째 배터리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여전히 일부 규제특구에서만 사업이 진행돼 배터리 이동 등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등 사업이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시선도 무겁다.


현대차 등 민간 4사 폐배터리 재사용 '맞손'... 정부도 '규제샌드박스'로 힘


18일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KST모빌리티, 현대글로비스 등 4사는 BaaS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대여 사업과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 두 갈래 사업을 동시 실증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소유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KST모빌리티에 택시 용도로 판매, KST모빌리티는 현대글로비스에 '대여비'를 내고 차량을 이용하다 이후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현대글로비스에 반납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수거된 폐배터리를 LG엔솔에 매각하면, LG엔솔은 충전 성능이 70% 선까지 남은 배터리를 선별해, 자체 개발한 전기차 충전용 ESS에 탑재, 이를 KST모빌리티에 판매하는 것이 골자다.

KST모빌리티는 전기택시 거점 확대사업에 ESS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당국에서 시행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2년간 진행된다.

민간 4사는 이번 사업이 시간상의 제약으로 대여사업과 재사용 사업 두 갈래로 나뉘어 동시 시행되지만, 이후 제도권으로 편입하면 둘을 합쳐 하나의 사업 주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여한 정세균 총리는 "(이번 배터리 대여 시범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힘을 합쳐, 수요창출과 잔존가치 및 안전성 기준 마련 등 후속대책을 잘 추진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급격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자동차 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사업 이외에도 안전성 검증기준 등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완성차, 모빌리티, 물류, 배터리사가 배터리 재사용 실증사업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미지는 이번 업무협약에 따른 각사 역할 분담표 (사진=KST모빌리티) © 팝콘뉴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전 생애 서비스, 특히,폐배터리 재사용(충전 성능 남은 배터리 다시 사용)과 재활용(충전 성능 다 쓴 배터리 분해해 리튬, 망간 등 수거) 사업에 관련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올해부터 모든 전기차 폐배터리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는 조항이 사라지면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업이 올해는 국내에서도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LG엔솔은 지난해 호주에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먼저 시작한 데 이어, 이번 협업을 통해 국내 재사용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SDI와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또는 재사용 시장 진출을 공공연히 선언해 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 배터리 공급사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해, 지난해 9월 현대차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손을 잡는 등 국내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역시 사업 '박차'


현대차 역시 사업에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에너지 기업 OCI와 손을 잡고 자사의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 사업 진행에 손을 잡았다. 해당 ESS는 태양광발전소에 설치돼 현재 실증 사업 중이다.

지난해 폐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 충전용 간이 ESS를 공개, 기아차를 통해 '이동하는 전기차 충전소'를 선보인 일도 있다.

다만, '수익성'이나 ESS 사업 진출을 둔 행보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민간에서 폐배터리를 처리 시, 또다른 기업이 틈입하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폐배터리 처리 부진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현대차에 돌아가는 까닭이라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민간에 폐배터리는 풀리는데 처리방안은 마땅치 않다면, 결국 현대차가 환경부담 등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결국 폐기 비용이 차량 가격으로 옮겨가는 등 소비자 피해도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민관 사업 열띄지만, 확장 가능성엔 '갈 길 멀다'


업계는 2030년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이 약 20조 원(18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1조 6500억 원(15억 달러)의 10배 수준이다.

수급 재료의 부족 가능성도 낮다. 업계는 2024년 국내에 1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유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 더해,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사업 등을 통해 이들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관련 기업들의 사업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사업이 '진짜' 효율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반응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국내에서 폐배터리가 가장 많이 나오는 지역이 제주도다. 그런데, 지금 폐배터리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은 제주도가 아닌 '규제특구'로 지정된 몇 개 지역이다. 사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이 점을 개선해야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2차전지는 아직 효율적인 전 생애 주기가 자리잡히지 않았다. ESS든, 비교적 적은 충전으로 사용 가능한 전기오토바이든, 용처를 늘려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폐배터리 활용 사업이 정말 자리 잡히면,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가능성이 많다. 규제특구를 지역 모두에 '안배'하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사업 확대가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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