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재개될 것" 의견에 무게... 관건은 협의안 구성과 국내 리스크 관리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최근 '애플카'를 사이에 둔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 논의에 대해 전혀 다른 소식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업계와 시장의 전망이 분분히 나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 등 복수 외신은 현대차가 애플과의 협력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데 대해 협력 중단으로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8일 현대자동차가 예고된 관련 공시에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적시하면서, 업계 일각은 협의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양사가 본격적인 협의에 앞서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는 분석도 무겁다.

비슷한 기간 CNBC 등 또다른 외신은 애플과 현대차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보도했다. 애플과 현대차가 '애플카 생산'에 있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파트너라는 주장도 들린다.


진행 가능성 '긍정적'... 주도권은 협의안 구성에 달려


복수의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협의 중단 강수가 협의를 시작하기 앞서 현대자동차에 띄운 '경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으로 협의가 중단될 수 있으나, 협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신문이 "애플이 일본기업을 포함한 자동차 업체들에 애플카 생산을 타진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애플이 현대차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현대기아와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공식화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할 게 없기 때문에 5~6개 (일본기업)의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긍정적' 분석의 근거로 전문가들은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현대자동차라는 점을 든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 자체 자율주행 전기차 제작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내 716만 제곱미터의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품 현지화 정도도 높은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까지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보유한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3사뿐이다.

또한, 외신 보도를 통해 타진 대상으로 언급된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기업 6개사는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하고 있어, 자율주행 전기차로 예상되는 애플카의 방향과 다소 어긋난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애플뿐만 아니라, 현대차 역시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시장 선점에 주요한 분기점인 만큼, 협상 재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애플카가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 이후 '구글카', '아마존카' 등IT 기업이 브랜드로 나서고 완성차는 위탁생산 제조사로 물러나는 모습의 새로운 시장구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현대차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낙점은 향후 관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요한 계기다.

다만, 최종 협상안이 '모두에게 유리한' 형태가 되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진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협상안에서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애플이 '폐쇄성을 통해 협력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기존 형식을 마냥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빌리티는 스마트폰과 달리 탑승자 생명을 담보로 한다.

만일 애플이 기존과 같이 통제권을 일방적으로 가지는 폐쇄적인 OS를 차량에도 적용하고, 현대기아를 단순 하청 업체 삼는 데 그친다면, 사고의 책임은 온전히 애플이 감당해야 한다.

그같은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협업의 주도권 일부를 현대차와 나눌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동 브랜드' 방식으로 애플카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프로젝트를 공동 브랜드 형태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애플에도 부담이 큰 만큼, 아이폰과 달리 '메이드 바이'를 분명히 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밑에서 이같은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 물량 배정 가능성 적어... 노사 분쟁, 관세 부담 클 것


협업 성사 시, 생산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복수 외신은 애플카 생산을 담당할 현대차 공장으로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을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산 과정 '현지화' 바람이 불었다. 미국 내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자국 시장 보호 정책' 역시 미국 내 생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또한, 국내의 고도화된 차량 제조 역량도 전기차 시대에 이르러서는 관세 문제 및 노사 분쟁 우려를 상쇄할 만큼의 강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보다 전체 부품이 3분의 1배 수준으로 적다. 또, 부품들이 쉽게 조립가능한 형태로 '모듈화'하고 있어, '조립 역량'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97년 GM군산공장 이후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공장이 신설된 적이 없다. 한국이 자동차 공장을 세팅하기에 곤란한 국가라는 인식이 박힌 것"이라며 "노조 리스크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동생산성 향상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애플카 생산을 담당할 공장으로 언급됐던 기아차는 현대차의 8일 공시에 이어, 오는 19일 관련 공시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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