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아트, 클래식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 개발

(팝콘뉴스=정찬혁 기자)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늘었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업무를 볼 사무실 하나쯤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의 높은 임대료는 창업자나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가좌역사 한쪽에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경계를 나눈 유리 벽에는 생소한 글자들이 적혀있는데 자세히 보면 사무 공간이다.

'지하철역에 마련된 사무공간? 지하철 공사는 별도 역무실이 있는데 누가 쓰는걸까? 이곳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스쳐가는 지하철.

누군가에게는 직장,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불과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꿈을 키우는 일터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찾아간 이유이다.

▲ 가좌역 역사에 위치한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하는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


1호선부터 9호선, 경의중앙, 신분당, 김포골드 등 수도권에만 20개가 넘는 노선과 수백 개의 지하철역이 있다.

각 지자체와 철도공사는 지하철 유휴공간을 활용해 공익성을 높인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거나 각종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첨단기술을 접목해 식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도 운영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는 높은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창업자, 사회적 경제기업이 업무를 볼 수 있게 가좌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조성했다.

공간 조성 설계 및 한국철도공사 디자인 심의, 서대문구-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업무협약 등을 거쳐 2019년 9월 개소했다.

가좌역 입구를 통해 역사로 내려오면 양쪽으로 나뉜 사무실과 회의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는 전용면적 186.13㎡로 개별 사무실, 라운지 사무실, 코워킹 사무실, 공용공간(공용 회의실, 라운지, 공용 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치구가 거들고 있다. 임대료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다.

해당 공간을 일반 기업이 매장으로 쓸 경우 3.3㎡에 13만 7천 원의 월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33㎡ 규모라면 137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서울지하철공사에 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서대문구가 임대료를 지원하면서3.3㎡당 2만 8천 원만 내면 된다. 33㎡를 사용할 경우 월 임대료는 28만 원이고, 연간 330만 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업체와 비교하면 석 달 치 임대료로 1년을 지낼 수 있는 셈이다.

입주기업은 사무실 공간 외에 통신요금, 보안시스템, 편의시설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수요에 따라 경영 및 회계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클래식 콘텐츠 개발 오르아트, "독특한 사무실 위치에 다들 놀라"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지키는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오르아트라는 예비사회적 기업이다. 오르아트는 허브센터가 문을 열 당시부터 입주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클래식 장르의 저변 확대를 위해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놀이를 개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을 한다.

예비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 실현,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등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장차 요건을 보완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오르아트는 현재 사회적기업 심사 중이다.

▲ 사회적기업 오르아트 박설란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오르아트의 박설란 대표는 과거 '오르앙상블'이라는 예술 단체를 만들었다가 2017년 주요 멤버들과 사업을 시작하며 오르아트를 설립하고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저렴한 임대료라는 큰 매리트가 있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역사에 사무실이 있어 남다른 고충도 있다.

박 대표는 "가좌역 지하철 역사에 사무실이 있다는 걸 처음 듣고는 다들 의아해한다"라며 "지하상가를 상상하다가 직접 방문하면 놀란다. 사무공간도 있고 옆에 회의실도 다 갖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가끔은 무턱대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사무실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보통 역 안에 편의점이 있지 사무실은 없으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요즘은 익숙해져서 거의 없다"라고 털어놨다.


"더 쉽고 편하게"...클래식, 새로운 문화놀이가 되다


오르아트는 기업, 지자체의 문화사업을 수행하며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클래식 리-디자인 회사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한 '신나는 예술여행', 부평문화재단 '찾아가는 문화마실', 한국음악협회 '공연업 프로젝트' 사업 등을 수행했다.

아이들을 위한 '소리야 놀자'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융복합프로젝트 '여행어때요?'도 새롭게 기획해 선보였다.

설립 초기에는 박 대표도 직접 연주했지만 사회적기업으로서 청년 예술가를 양성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연주를 맡아줄 청년 예술가를 모집했다. 청년 예술가의 다수가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 아이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 '소리야 놀자' 교육 자료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소리야 놀자'는 오르아트의 가장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직접 강사가 방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상과 자연의 소리를 미술로 표현하는 융합 프로그램 ▲악기키트제작을 통한 연주원리 이해 ▲재활용 악기 만들기 ▲의성어를 이용한 소리 게임 ▲감성유형 분석 검사 등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적 경험을 습득할 수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나 초등방과후학교, 육아교육지원센터 등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총 1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8000여 명의 아동을 만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악기를 가르치는 수업에서 탈피하고자 만들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보통 음악 감상이나 악기를 배우는 기량 중심 교육이 많은데, 저희는 감상과 체험을 동반해서 바이올린 키트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곡이 연주되는 원리를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가는 수업이라 흥미도 많고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 ASMR 콘서트 '여행어때요'(사진=오르아트) © 팝콘뉴스


지난달 개최한 '여행어때요?'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여행 콘셉트로 꾸며진 ASMR 콘서트로 지난달 첫회 전석매진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에서 3일간의 여정을 보내는 이야기를 ASMR로 제작하고 클래식 5중주로 편곡해 선보였다. 여행지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이탈리아 도심을 여행하는 과정의 일상적인 사운드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흘러나온다.

박 대표는 "ASMR을 접목해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다. ASMR과 ASMR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음악을 같이 들려드리고자 했다"라며 "코로나 블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피로를 풀고 안정을 찾아주는 오디오, 라디오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바로 매진되고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주셔서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프로그램 중단, 온라인 콘텐츠로 활로 모색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 숙박,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아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컸다. 현재 경영악화나 재택근무로 불 꺼진 사무실도 많았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위해 코로나19로 휴업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일시적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등 지원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가 종식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시급하다.

▲ 불 꺼진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 사무실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오르아트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정된 프로그램이 일부 취소됐지만, 주로 정부기관과 협약을 맺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소리야 놀자'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사전에 키트를 발송하고 온라인으로 강사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예술가가 많다.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르고 다른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토로한 박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해 오르아트의 콘텐츠들을 온라인을 통해 선보일 방법을 고려 중이다.

박 대표는 "처음에 사회적기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 재능을 이용해 돈을 벌고, 클래식 콘텐츠를 아이들이 마음껏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수익금을 소외된 미혼모아동센터 같은 곳에 기부도 했다. 캠페인도 많이 진행했다. 티켓 비용 대신 책을 기부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다들 취지에 공감해주고 많은 책을 보내줘서 기부도 할 수 있었다"라고 오르아트를 운영하며 뿌듯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끝으로 박 대표는 "앞으로도 좋은 취지를 갖고 예술기업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도 구축해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불 꺼진 소설허브 사무실이 젊은 창업인들의 도전으로 다시 불을 켜고, 이곳이 북적거리길 기대한다는 작은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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