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불안 때문"vs"노조 탓 부당"... 전문가 "노사 모두 '데이터'로 얘기해야"

(팝콘뉴스=권현정 기자)르노삼성이 희망퇴직 대상을 기존 임원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 위탁 생산하던 닛산 로그가 지난해 초 빠지면서 수익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닛산 로그의 빈자리를 벌충할 신차 확보의 어려움으로 현재 생산, 판매하는 차량으로만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이같은 조처가 노사에 어떤 이랑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최근 지난해 불발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재개한 바 있다.


노조 "한국 공장 수익 충분... 전 직원 대상 '부당'"


21일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큰 줄기 삼는 수익성 개선 계획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2020년 전체 판매대수와 생산물량 모두에서 2004년 이후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크게 감소해, 2012년 이후 8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올해 초, 임원을 대상으로 40% 인력 순차 감축, 임금 20% 즉시 감축 등 인건비 긴축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조처로 인력 감축이 평사원에까지 뻗치는 모양새다.

이날 르노삼성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희망퇴직자에게는 근속년수에 따라(10년, 7년, 5년, 3년, 2년) 일정 급여가 특별 위로금으로 지급되며, 경우에 따라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 장기근속휴가비, 전직지원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시 받게 되는 모든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인당 평균 1억 8000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대 지급 금액은 2억 원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21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이날 르노삼성이 희망퇴직 확대의 배경으로 꼽은 '수익감소'는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2020년 한 해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일뿐, 르노삼성의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오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르노삼성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4~6%의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노조는 해당 수치가 최근 르노그룹이 밝힌 새로운 재무목표의 2023년 시한 3%, 2025년 시한 최소 5%를 상회하는 결과라는 데서 희망퇴직 확대의 '부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노조는 사측이 사실을 알린 방식이 '통보'라는 점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짚고 있다.

지난 13일 3차 본교섭 시 '희망퇴직에 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고지한 사측이, 19일 사측 교섭위원을 통해 노조를 방문, 노동조합 임원에게 희망퇴직 확대 사실을 '통보'했으며, 별도 추가 논의 없이 21일 경영현황 설명회와 희망퇴직 설명회를 현장에서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희망퇴직 관련 소문이 돌아 (3차 본교섭) 현장에서 관련 사안을 물었지만, 사측에서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다 어제 갑작스레 메일과 사내 인터넷망에 해당 내용을 공유한 것"이라며 "다음주 월요일 부산공장에서부터 희망퇴직자 면담을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당황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사측 "닛산 로그 빠진 것 노사 관계 불안 탓 커"


사측은 현재의 수익감소가 '일시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에 나섰다.

르노삼성은 2020년 급격하게 하락한 실적이 지난해 3월 추가 물량 확보에 실패한 부산공상 위탁생산 '닛산 로그' 탓이라고 짚었다.

르노그룹은 르노-닛산 일라이언스를 통해 지난 2014년부터 부산공장에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을 맡겨온 바 있다.

닛산로그는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72%를 차지하는 수준이었으며, 해당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77.7%의 수출 판매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은빠져나간 물량을 상쇄할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 감원 없이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 물량 확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지사 노사 관계의 불안을 꼽으며, 현재 추진 중인 인원 감축의 원인을 노조에게 돌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최근 몇 년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덕이 크다. 그 차량을 거둬내면 지속 적자였다"며 "닛산 로그 물량이 끊어진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여러 원인 중 불안한 노사관계 탓이 크다. 노사 문제가 안정화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량을 배정받는 평가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6~2018년 최대 수익을 내며 3년간 무분규 임단협을 이뤘으나, 2018년 이후 닛산 배당금 문제 등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바 있다.


"노사 모두 '데이터'로 대화할 필요"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임단협이 불발에 그치면서, 올해 초 2020 임단협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화방법을 다시 찾을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부산공장의 평가점수는 높은 편이다. 생산품질 기술성, 혼용생산 효율성 등 부문이 높게 평가되는 까닭이다. 다른 국내 공장들보다 르노삼성이 효율성 있게 만드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해외 생산 공장과의 '비교'를 통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노조 주장이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데이터' 기반의 근거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르노 본사의 '배당금' 관련 이슈에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단순히 배당금이나 기술 로열티, 부품가격 총량을 따지는 게 아니라, 해외 공장과 비교해, 'GNP 대비 평균 몇 퍼센트 조건에서 맞추자'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노조가 데이터 확보를 통해 '세계 르노 공장 생산성과 비교해 기술 로열티, 부품 가격 등 평균이 이 정도'라고 논의를 열면, 사측에서도 글로벌 공장의 생산성 등 대비 평균 인건비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등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1일 르노삼성 노사는 임단협 4차 본교섭에 나섰다. 해당 자리에서 희망퇴직 관련 이슈 역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돼 노사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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