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1가구 1주택 우대 정책, 세대 분리 유발 가능성도


(팝콘뉴스=정찬혁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며 20여 차례가 넘는 정책을 내놨지만, 결국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안정화 실패 요인에 대해서는 정책적 실패가 아닌 현 세태로 인한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예정에 없던 세대 수 증가로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정책 실패 원인을 '이례적'으로 늘어난 세대 분리 탓으로 돌린 것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뒤늦게라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을 정부의 부동산 규제나 공급 대책 실패가 아닌 세대 증가라는 간접적인 이유에서 찾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그동안의 부동산 규제가 세대 수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세대수 증가, 왜 예측 못 했나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관해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작년은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었다. 예정에 없던 세대수 증가는 앞으로 더 분석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민등록세대수는 ▲2016년 28만(2101만→2129만) ▲2017년 34만(2163만) ▲2018년 41만(2204만) ▲2019년 44만(2248만) ▲2020년 61만(2309만) 세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1만 세대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앞서 2010년(1926만 → 1986만) 60만 세대가 증가한 예가 있고 세대 분화와 1인 가구 증가도 이미 예측이 가능한 가구 변화 추세다.

▲ 행정구역별 주민등록세대수(사진-통계청) © 팝콘뉴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2020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세대 수는 증가했지만, 인구는 5182만 명으로 전년보다 2만 명 줄어 집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총 세대수(2309만 세대) 중 1인 가구는 906만 세대로 39.2%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745만 세대와 비교하면 161만 가구 증가한 것이다. 또 총 세대수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율 35%와 비교해도 4.2%p 늘었다.

또 지난해 2인 가구는 약 540만 가구로, 전체 23.4%를 차지했고, 1인 가구와 1인 가구를 더하면 1,446만 가구(전체 가구의 62.6%)에 달할 정도로 1~2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취업, 결혼 등을 포기하는 청년, 결혼 후 양육비 부담 등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2인 가구, 고령층의 황혼 이혼 등 가족개념 변화에 따른 가구 분화와 1인 가구 증가는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대 수 증가를 대비하지 못해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는 건 정책 준비가 미흡했다는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부문 참여를 늘려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을 통해 주택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택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3~4년은 족히 걸리는 만큼, 그동안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한 부동산 안정화를 주장했던 시장의 지적을 뒤늦게 수용한 '뒷북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택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다가, 뒤늦게 신규 공급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다주택자 규제 정책, 세대 분리 유발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강화가 세대 분리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면, 다주택자가 여유로 가지고 있던 집을 내놓으면서 시중에 물량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지만, 오히려 다주택자 가족 구성원이 세대 분리를 통해 분가하면서 정부 예측만큼 물량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주택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지난해 6.17대책, 7.10대책 등으로 취득·보유·처분 전 단계별 세 부담을 강화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취득할 때 기존 1~4%였던 취득세율이 7.10대책 이후 12%까지 늘었다.

예를 들어 1주택자 세대에서 자녀 명의로 조정대상지역에 6억 원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이전에는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기본 취득세율인 1%가 적용돼 취득세는 600만 원이 책정됐다.

현재는 2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취득세율이 8%로 올라 480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30세 이상 자녀가 세대 분리된 상황이라면 자녀는 이전처럼 1주택자로 기본 취득세율만 내면 된다.

조정대상지역 10억 원 주택을 매입한다면 1주택과 3주택 보유 시 취득세는 각각 3000만 원에서 1억 2000만 원까지 오른다.

세대를 분리해 각각 1가구 1주택이 돼야, 향후 양도 시에도 감면 혜택이 있어 절세할 수 있다.

주택 청약도 세대를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규제지역에선 세대주만 1순위 청약자가 될 수 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부모님과 같은 세대를 구성한 자녀는 청약가점에서 무주택기간 점수가 0점이 되기 때문에 세대를 분리하는 것이 향후 청약에 유리하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통해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달랐다.

▲ 거래원인별 주택 거래현황 (사진-한국부동산원) © 팝콘뉴스


19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거래 가운데 증여는 15만 2427건으로 2019년 11만 847건과 비교해 37.5%(4만 1580건) 증가했다. 2018년 11만 1863건에서 2019년 11만 847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해 2020년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7.10 부동산 대책 이후인 8~9월 하락했다가 10월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아파트 증여 건수도 10월 6775건에서 11월 9619건, 12월 9898건으로 늘었다.

다수의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물량 공급을 지속해야 하며, 다주택자의 물량 유도를 위해서는 양도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교수는 "증여 역시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도록 하려면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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