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젤엔진 개발 중단 결정...미래차 전환 가속화 빨라질 듯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미래차 전환을 앞두고 완성차 산업의 질서 재편보다 부품사 사이에서의 구조 재편이 훨씬 극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 수는 1만여 개로, 내연기관 차(2만~3만 개)의 절반 정도다.

이에 부품업체 규모의 급격한 축소를 막기 위해 정부와 완성차는 부품사 지원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다만, 국내 부품산업의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사 스스로의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성과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원책 있지만, 본격 시행은 '뉴딜펀드' 이후... 중소기업 '열외'도 문제


국내 부품업체 수는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어디까지 '자동차 부품업체'로 볼 것인지 구분이 모호한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4,700개 정도 업체를 부품업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통계청은 약 4,000개에서 1만 개 사이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부품업체를 1만 개로 보고 이 중 20%인 약 2,000개의 부품업체를 전동화(전기차 탑재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시한은 2030년까지다.

실질적인 지원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업활력법 제 6조' 개정을 통해 신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을 당사의 산업재편 기간(5년)동안 지원하는 '선제적 사업재편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연차에서 친환경차로 사업부문을 변경하는 자동차 부품기업 역시 지원 대상으로,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까지 총 28회의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22곳 부품사를 친환경차 전환 기업으로 승인했다.

승인 기업은 중기부의 사업전환 제도와 연계해 가장 적합한 지원을 추천 및 적용 받는다.

올해부터는 전용 연구개발비 및 신산업 초기 사업화 지원 역시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산업혁신펀드, 한국형 뉴딜펀드 등이 본격 시동하면 이를 활용해 '사업재편 지원기금' 지원 역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수준에서의 지원책도 보인다. 지난해 천안시는 자체대 자동차부품 특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천안시는 향후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 부품 관련 특화분야 기술을 특구 내 위치한 부품사에 이전하는 등 지원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대기업 역시 부품사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요 수요사인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1,200억 원을 출연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7,200억 원 규모의 보증을 시행하고 현대기아차 납품대금을 담보로 3,000억 규모의 대출을 운용해주는 등 저신용 부품사 대상 금융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산업부 개최 뉴딜 설명회에 참여해, 향후 뉴딜펀드 등이 활성화하면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함께 미래차 산업 전환 업체를 발굴하고, 미래차 전망이나 정부 정책 등을 부품사에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추가 지원 사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약 2~3년 전부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부품업체들과 친환경차 전환 관련 수요를 조사하고, 필요 부품 R&D에 나서는 등 전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지원책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다수의 지원책이 정부의 뉴딜펀드 등 정책펀드의 가능성에 기대고 있는 까닭이다.

뉴딜펀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펀드 진행 관련해 계획을 듣지는 못했다"며 "'미래차' 관련 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아직 따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원이 유동성 확보에 무리가 없어 자체 R&D 역량이 있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몰린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해 10월 185개 국내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당시 부품 업체 중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한 업체 규모는 중견기업 이상이었다.

미래차 전환에 대한 부품사의 긍정적인 응답은매출 1,000억 원 이상 중견기업이 62.7%였는데, 이는 500~1000억 원 미만 부품사의 응답률 56.7%보다 5.8%p 높았다.

또 500억 원 미만 부품사 전환율은 16.1%에 그쳤는데, 이는 1000억 원 이상 기업과는 46.6%p 낮은 수치이다.

이렇다 보니산업부 사업재편 사업 참여 승인을 받은 22개 기업 대부분도 중견기업인 상황으로,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준비도,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같은 경향이 반전되지 못하고 이어진다면, 중소 부품사 중 일부는 시장 퇴출을 면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장 사업 등 R&D 등 초기 투자 역량이 상당 필요한 부품군이 늘면서 몇 년 전부터 전체 부품사 중 대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국내 부품사 3분의 2 이상은 중소기업인 것으로 추산되는만큼 미래차 전환에 대한 대응 여부가 향후 자동차 부품업체의 판도를 가르게 될 수 있단 전망도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완성차 1차 부품사(협력사) 중 대기업(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은 269곳, 중소기업(3개년도 평균매출액 1,000억 원 이하)은 555곳이다.


문제 파악 복잡해 지원책 마련 시간 걸릴 듯... 지원과 함께 부품자 자생 노력도 필요


이에 따라, 업계 일각은 당국이 우선 지원의 범위를 자체 R&D 역량이 있는 기업에서 당장 시장 탈락 위험이 있는, 여력이 없는 기업까지 지원 범위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원 KAMA 본부장은 지난해 제 10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통해 "정부 주도의 선도기업 중심 R&D 사업(선제적 사업재편 활성화 등)과는 별도로 후발업체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R&D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지원 확대 등 추가 지원책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의 종류는 크게 묶어도 300개가 넘는다. (범위가 방대해)완성차에 비해 연구가 어려운데, (연구 시작이 뒤늦어) 연구 수준 자체도 전 세계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도 연구원도 지원책 마련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교육이나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계의 지원도 '상생 노력' 이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사의 미래차 전략에 '수급 구멍'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지원책 제공이 그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위원은 "중소기업 일부가 빠져나가도 일각에서 얘기하듯 부품 업체의 '급격한 감소'는 없을 것"이라면서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차에 새로운 부품이 필요해지면서, 다른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업으로 편입하는 기업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민관에 지원을 요구하는 한편, 시장 퇴출이 우려되는 국내 부품기업들의 자생노력도 일단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위원은 "국내 부품업체들은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진행한 탓에 해외 동향 파악을 따로 진행할필요가 적었다"며 동향 파악 등 자체 노력을 진행할 필요를 피력했다.

한편, 업계는 유로 6 등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차 도입에 앞서 디젤 엔진 등을 탑재한 모델의 개발 및 생산을 축소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신규 디젤엔진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에서 판매하는 디젤 라인 주력 차랑은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쏘렌토 등이다.

'생산중단'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유로 6 등 환경규제에 비교적 통과 가능성이 높은 가솔린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차량 재편의 전 단계로 풀이된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을 주제로 신차 생산과 라인업 재편에 본격 나서면서, 전동화 준비에 나서지 못한 중소 부품사의 위기는 향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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