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제작사로 직접 등장하거나 프로젝트 중심에 나서

▲ 모빌리티 경쟁 속 IT 기업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사진은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사업팀 웨이모의 자율주행 상용차들(사진=웨이모 웹사이트 갈무리)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자동차 산업이 전통적인 제조사-부품사의 수직형 밸류체인에서 벗어나면서, 시장을 다분하고 있던 완성차 업체들이 머지 않아 지분을 IT 업계와 나눠 가지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자율주행전기차 개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타이탄'을 가동해 왔다.

성과 부진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애플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담당한 타사의 엔지니어들을 자사로 영입하는 등 최근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제 소비자를 위해 차량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애플 관계자의 입을 빌려 전했다.

이같은 보도 이후 가장 타격을 입은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21일 S&P500(500개 대형 기업 주식 지수)에 진입한 당일부터 시장에서 이틀 연속 하락세를 겪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21일 6.5%, 22일 4% 하락했다.

반면, 애플의 주가는 22일 3%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620억 달러(약 68조 7580억 원) 상승한 2조 2422억 달러로 마감했다.

이틀간 시가총액 상승분만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시가 총합을 넘어선다.


제조 안 해도 제작사... 인식 달라지면서 '수평적' 밸류체인 전환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직 제조를 담당할 업체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이전에 부품사 마그나와 협의가 무산된 전력이 있다.

애플 브랜드의 자동차 산업 진출설이 애플이 '제조사'로서의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에도 이처럼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데는 더이상 자동차 제작사와 제조사가 동치되지 않는 상황이 역할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제작사로서의 능력,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능력을 제작사의 주효한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자동차 하드웨어 제조사로서의 능력이 스스로 없더라도 '소프트웨어 솔루션' 사로서의 능력이 증명된다면 기꺼이 자동차 제작사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컨대, 하드웨어를 애플이 만들지 않더라도 자율주행 혹은 전기차 기술이 애플 소유라면, 그 차는 '애플카'로 불리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근 검색엔진 바이두의 차세대 자동차 개발 '설'이 설득력 있게 퍼져나간 것도 우선은 IT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일이 '그럴 법한'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존의 수직형 밸류체인은 서서히 무너지는 모양새다.

홍성훈 프로스트앤설리반 이사는 지난 9월 '미래자동차 기술 공동 워크숍'을 통해 "앞으로 모빌리티 시대가 되면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차 브랜드가 웨이모인지, 기아인지, 현대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될 것"이라며 "어떤 업체든 간에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면 모빌리티 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요컨대, 제조사가 브랜드 이름과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부품사에 '외주'를 맡기는 전통적인 형식에서,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회사가 제가끔 역량을 가지고 협력하는 형태로산업이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가 아니라 솔루션 기업이 특정 제작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쥐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원', 자율주행 택배 서비스 '웨이모 비아' 등 개조 자동차로 자체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중인 알파벳 산하 웨이모(Waymo)는 현재 자체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두고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중 볼보와는 지난 6월 4단계 자율주행 택시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당시 웨이모는 "우리는 자율주행에 관련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컴퓨팅 시스템을 커스텀 디자인 하는 데 집중"하며 "볼보는 자동화 디자인, 엔지니어링, 제조 역량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제조사-솔루션 기업 간 협업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 IT 기업도 자동차 산업 틈입 박차


국내 IT 기업들도 이같은 상황에 발 맞춰 전기차 사업으로 사업분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활용한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는 18일부터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함께 세종시 청부 청사 인근 도로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차량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자사의 자동차 부품 사업부를 확대에 나섰다.

23일 LG전자는 세계 3위 부품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LG전자 VS 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가 물적분할해 내년 합작법인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내년 7월 경 출범한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중심 VS 사업본부, 2018년 인수한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세 개 축 삼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여전히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공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새로운 사업이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있어 당장 IT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장을 보이기에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는 21일 기사를 통해 자동차를 테슬라가 마침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전환하기까지 17년이 걸렸다며 전기차가 아직까지는 미래 기술인 만큼 기술이 있더라도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

또한, 트립 밀러(Trip Miller) 귈레인캐피털 파트너의 입을 빌려 "애플이 고급 운영체계나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다면, 라이선스가 있는 기존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 자체도 아직 여물지 않은 상황일 것임을 시사했다.

제조사 역시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다시 잡기 위해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한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어, IT 기업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잡을 수 있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할 사항이라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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