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평가 대부분, 현장 인력 부족은 해결해야...거리두기 3단계 상향 필요성 제기

▲ 16일 오후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서대문구 임시 선별검사소 앞에서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추위가 가실 한낮이지만 영하 4~5를 오가는 날씨에 피부처럼 붙은 마스크 사이로 입김이 새어 나온다. 마찬가지로 입김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앞뒤로 길게 줄을 이었다.

대기실 밖의 사람들만 어림짐작 스무 명 남짓. 저마다 한기를 피해 잔뜩 움츠린 몸을 외투 속에 욱여넣고 언 발을 녹이려는 듯 쉴 새 없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날은 춥고 손은 얼고 평일 시간을 쪼개 찾은 만큼 모두의 마음은 급했을 테지만, 서로의 간격만은 누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서너 발짝씩 떨어졌다.

16일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서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에 다녀왔다.


가족 걱정으로, 업무에 필요해서... 다양한 이유로 검사소 찾아


서울시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25개 자치구에 차례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개소한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익명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경우 검사가 어려웠던 기존 방식과 달리, 증상이 있든 없든 검사가 가능해지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혹시나 내가 무증상 확진자는 아닐까?'라는 고민을 안고 있던 이들이 검사소를 연달아 찾고 있다.

일부 자치구에서 검사를 시작한 지난 14일 검사소를 찾은 인원은 5,000여 명. 서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첫날인 15일 하루에만 350명가량이 방문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반차를 내 검사소를 찾았다는 A씨(26, 서대문구)는 "인터넷에서 사는 곳 근처에 (검사소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며 "증상은 없지만, 아무래도 같이 사는 가족들이 걱정이라 검사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B씨(46세, 서대문구) 역시 가족 걱정으로 검사소를 찾았다. B씨는 "3주에 한 번 항암치료를 위해 서울에 올라오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데, 아무래도 서울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곳이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소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검사소 장벽이 낮아지면서 '검사를 마친 사람=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검사소로 걸음을 이끄는 요인이었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는 C씨(27, 서대문구)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종에 있어서 검사를 받고 만나는 게 서로 간의 '예의'로 자리 잡았다"며 "어떤 미팅 장소는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막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입, 콧속 점막 훑어 검사... '2분 컷'


한 시부터 두 시까지는 비닐 천막으로 꾸린 대기실과 검사실의 소독 시간이었다.

닫힌 대기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문 앞에 서성이는 이들이 줄이었지만, 일단 대기실 문이 열리고 나자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대기실 내부는 한쪽에는 문진표 작성 및 제출, 검사 키트 배부가 진행되는 길다란 부스가, 또 다른 한쪽은 열네 자리의 대기 좌석으로 꾸려졌다.

부스 안내는 너덧 명의 행정 요원이, 자리를 앞당기고 뒷자리 대기인원을 부스로 이동시키는 등 검진객의 안내는 두 명의 요원이 담당했다.

대기실에 입장해 5분쯤 기다리자 문진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문진표에는 대략적인 나이 및 성별 기입란은 있었지만, '이름'을 적는 란은 없었다.

익명검사인 만큼, 개인을 특정할 수단은 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휴대전화 번호가 유일했다.

최근 해외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지,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지를 간단히 쓴 뒤 면봉과 검사액이 담긴 비인두도말 PCR 검사키트를 받아들고 앞 좌석에 앉았다.

서울시는 무증상자의 경우, 콧속을 훑는 비인두도말 PCR를 진행해 좀더 정확한 결과를 고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어 현장에서 빠른 확인이 필요한 경우, 신속 항원검사를 활용하다는 방침이다.

대기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소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입을 벌리는 순간 긴장할 새도 없이 입과 콧속을 20cm의 긴 면봉이 제가끔 훑고 지났다.

콧속으로 조금 시큰한 통증이 드는가 싶더니 검사가 끝났다는 안내가 건너왔다.

검사소 입장부터 퇴장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분. 결과는 다음 날 오후 다섯 시 전까지 알려준다는 고지를 받아들고 검사소를 나섰다.


"교대근무 사실상 불가능"... 현장, 인력 부족 토로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검사 진행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해외에 나갈 일이 생겨 검사소를 찾았다는 D씨(22, 서대문구)는 "검사를 받고 나니 일단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유증상자를 판단할 길이 없고, 무증상 확진자와 함께 대기실을 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기실 내 확산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시민은 대기실 진입 전 체온 확인 등이 선행되지 않았고, 문진 작성 전 유증상자의 경우 먼저 언급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검진 현장에서의 감염 예방을 위한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추운 날씨에도 대기실 외부에서 기다렸던 E씨(46, 서대문구)는 "대기실 안에 온풍기가 가동되고 있고, 자리도 다소 붙어있는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에 바깥으로 나왔다"고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현장 인력이 늘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각 현장에 의료인력 2명(군의관 1명, 간호사 1명)과 행정관리를 위한 인력 5명(사무관급 책임자 1명, 군 병력 3명, 행정 지원 1명 이상)을 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현장에서는 사실상 '최소 인원'일 뿐, 최적 인원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특히, 일체형 방역복을 입고 있는 의료진의 경우, 방역복을 입고 벗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파견 의료인은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일을 하는데, 방역복을 입고 있어, 근무 시간동안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현장 인력이 더 있다면 교대근무 등 방법이 생길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임시선별검사소는 총 57개소다.해당 57개 검사소는 앞으로 3주간 운영될 예정이다.

각 임시선별검사소의 위치 및 운영시간은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의 생활 보건의료 메뉴 내 코로나19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7일 0시 기준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23명 '역대 최대'..."거리두기 3단계 상향 망성일 이유 없다"


▲ 송은철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이 1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 팝콘뉴스

한편 17일 0시 기준 서울시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23명으로 코로나19 발생 뒤 가장 많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상을 기다리던 감염자가 지난 15일 숨졌다고 서울시는 이날 오전 밝혔다.

김우영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 신규 확진자가 423명을 기록했고, 전국적으로 다시 1,000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좀 더 지속된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라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을 정부에 주문했다.

또 송은철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3단계 격상에 대비해 "기존 중대본 대책들도 빈틈이 있을 수 있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높이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면서도 "중대본에서는 그 경우까지 대비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결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다음주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승으로 인한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재택근무 확대와 개인 파티 금지 등을 강화하는 안으로 2.5+α(알파)로 3단계를 대신한다고 17일 밝혔다.

대통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결단하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아직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피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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