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11월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 103조 3392억 원 집계

▲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 단지 © 팝콘뉴스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세 보증금을 부담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많이 늘었다.

5대 시중은행 전세 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103조 원을 돌파했다. 잔액 규모는 11개월 사이 23조 원이나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고 정부가 꾸준히 대책을 내놓지만 실효성은 커녕 오히려 열기만 가중하는 분위기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03조 33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겼는데, 그 이후에도 증가세는 계속되면서, 지난해 12월 말(80조 4532억 원)보다 28.4%(22조 8860억 원) 늘었다. 아직 한 달 가량 남은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증가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 같은 전세 대출 증가세는 전세 물량 감소로 인한 가격 급등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금융기관에서 일부 자금만 빌려 전세가 낀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한 공적 보증을 제한했다. 이어 올해 1월은 민간 보증에 관해서도 비슷한 규제를 시행하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렇다 보니 막판 전세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동시에,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전세 수요는 늘면서 전세 가격 상승이 벌어지며 대출 규모가 예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반기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은 더 줄면서 수요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까지 벌어지며 말 그대로 '눈 뜨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 역시 전세대출 급증의 요인으로 꼽힌다.

▲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아파트 단지 © 팝콘뉴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DMC파크뷰자이의 경우, 1단지는 지난 7월 전용면적 84.968㎡ 12층이 전세 보증금 1억 원, 월세 140만 원에 거래된 건이 마지막이다.

지난 5월에는 59.977㎡가 전세금 5억 원에 거래된 물량이 있었는데, 전세 물량은 동나고 그나마 반전세만 하나 나왔던 것이 거래된 뒤 벌써 넉 달 가까이 거래 중단 상태이다.

올해 11월까지 DMC파크뷰자이 1단지 전세 계약 건수는 총 9건으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거래된 30건과 비교해 60% 감소했다.

2단지는 1단지보다 거래가 약간 많았는데, 84.968㎡가 11월 한 달 동안 5억 4500만 원 ~ 6억 1950만 원 사이로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거래 가격인 4억 3000만 원~4억 8천만 원과 비교하면 6천만 원에서 1억 3천만 원까지 상승한 것이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DMC파크뷰자이 전세 매물은 84.97㎡ 고층 전세 가격이 8~9억 원까지 올라와 있어 실거래보다도 30% 가까이 비싼 물량만 남아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A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전세 수요는 꾸준히 있다. 하지만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집을 구하는 사람과 내놓은 사람이 원하는 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체감상 임대차 3법 이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이 거래를 위해 많이 찾는다는 공인중개사는 "30~40대 고객이 늘었다. 이 지역은 전세 매물이 아예 없진 않다. 꾸준히 나오지만 높아진 전셋값이 문제다"고 짚었다.

다른 중개사들도 의견은 다르지 않다.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금액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을 기점으로 크게 올랐다.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전세 뿐만 아니라 월세도 잘 없는 실정이다. 가격도 모두 올랐다"며 최근 동향을 언급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이 매우 어려워졌다. 물량은 적고 근방에 부동산은 많아서 정말 노력해야 한다"라며 "요즘은 매물을 내놓았다가 다시 금액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더 받기 위해 지켜보는 일도 있다. 금액 문제로 계약 과정에서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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