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참여 줄며 유상증자 엎어진 사례 있어...LCC 유상증자 성공 여부 '안갯속'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8일 에어부산이 89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고 티웨이 항공 역시 10일 유상증자를 공시하는 등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모기업마저 정부 지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과 채권 발행 등으로 운영자금을 메꾸고 있는 상황이어서 줄잇는 LCC의 유상증자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28일 에어부산은 89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중 300억 원을 추가 취득한다. 주식 취득 뒤 아시아나 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40.3%로, 주식 취득 예정일은 12월 16일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번 추가 취득에 대해 "당사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추가 취득 전 아시아나 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지난 6월 에어부산 잠재지분율 공시 기준) 55%였다.

이처럼 자회사의 유상증자 발행 시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추가 매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다만, 경영 상황이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이 모기업에 있을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율 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 변경이 가능하다'는 공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모기업의 참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면, 이번 유상 증자의 경우 '대주주의 책임'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티웨이 항공의 경우 지난 7월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대주주 티웨이홀딩스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고 청약 흥행이 부진하면서 유상증자가 중단됐다.

티웨이홀딩스는 이에 지난 28일 공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300억 원 어치를 발행하며 티웨이 항공 유상증자 투입 자금을 따로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티웨이 항공 유상증자는 지난 10일 재시작했다.

청약 성공 여부가 이같이 모기업의 참여에 크게 기대면서 자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청약에 참여해야 한다는 판단이 업계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항공사에 대한 정부 발 기안기금이 잇따라 지원되면서 정부의 '자회사 지원' 압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11일 9개월여 진행된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다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섰다.

이와 함께 산은을 통해 기안자금 2조4000억원을 지원받았다.아시아나가 올해 산은 및 수은(수협은행)에서 받은 한도 대출은 1조7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에서 1조2000억원의 긴급지원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대주주인 진에어는 지난달부터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정부 발 자금에는 '조건'이 붙는다. 기안자금의 경우, 해당 자금을 자회사 직접 지원에 사용할 수 없고 지원 받은 회사에는 고용유지 책임이 따른다.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대주주 '책임론'으로 흘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한 금융사 연구원은 "티웨이 항공의 경우 대주주(티웨이홀딩스)가 20%만 참여한다고 했다가 유상증자 자체가 엎어졌다"며 "정부에서 대주주가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유상증자가 진행되고 모기업의 지원 아닌 지원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청약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29일 SK증권은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청약이 무사히 진행됐지만, '급한 불 끈 수준'이라고 평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유상증자에 성공하며 유동성 위기를 일부 축소시켰"다면서도 "이 역시 대단히 넉넉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진행에 따라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업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와의 매각 실패, 이스타항은 제주항공 등과의 매각실패, 티웨이항공은 1차 유상증자 실패, 플라이강원은 매각설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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