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파업 아닌 '이익관계' 위한 파업에 가까워"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대학병원 교수들과 전공의, 의대생들이 각각 사직서 제출, 휴학 등을 선언하며 '의사 총파업'에 동참하자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하자는 것이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7월 23일 4대 의료 개혁 실시를 통해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미뤄볼 때 의사 숫자는 충분하다"는 주장으로 정부의 의료개혁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벌어지는 의사 단체 행동에 국민들 반응 '냉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4대 의료 개혁에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의료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원인을 찾고 적절한 해답을 내놓는 대신 '쉬운 길'을 택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 정책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특히 상황이 열악한 지방의 경우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4대 의료 정책 추진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목소리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이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의사들을 비하해 '의베'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집단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에 대해 정부가 원칙적인 대응을 통해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기회의 의사 기득권을 깨뜨려야 한다며, 외국 의사의 국내 진료 허용 등 의료 개방까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하면서, 일부 누리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집단 휴진에 나선 의사들은 면허를 뺏어야 한다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파업은 하더라도 사안은 정부와 협의할 문제지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료 거부, 사직 등으로 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붕괴시켜 국민들의 생명을 인질 삼는 행동은 비윤리적이고 양심에 어긋한 행위”라며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리고 있다.


국민 56.5%,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찬성'


▲ 국민권익위원회가 1일 발표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문제점 설문조사 결과(사진=국민권익위원회). © 팝콘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국민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참여인원 6만 9,000여 명 중 56.5%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 표를 던졌다.

권익위는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국민생각함'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설립'과 '보건 의료체계 개선'에 대해 국민 의견을 받았고 그 결과 설문에 참여한 6만 9,000여 명 중 56.5%가 찬성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개원의를 포함한 의사 직종(전공의, 의대생) 응답자 중에는 8.5%만이 찬성하는 등 큰 격차를 보였다.

보건 의료체계 개선점에 대해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44.1%) ▲특정 분야 의사 부족(39.9%) ▲건강보험 수가체계(36.2%) ▲의료전달 체계 왜곡(17.3%) ▲간호인력 처우 열악(9.1%) ▲기타(6.5%) 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역 의대와 연계해 대학병원처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대 정원을 늘리고 10년 이상 지역에서 근무토록 하면 의료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10년 후 지역에서 근무하던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커리어 발전을 위한 로드맵 제시와 함께 지역가산 수가제 도입을 통해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정 분야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기피과목에 대한 의사 행위료를 대폭 인상하는 '기피과목 수가체계 개편'과 함께 지역공공의료기관의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 기회에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 특권 없애야" 목소리까지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의료법 개정' 요구 청원(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의사 파업의 장기화로 의료 공백이 심화되는 가운데 진료를 거부한 의사 및 파업 동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사는 살인이나 성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형사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

의료법이 명시하고 있는 면허 취소 행위에는 허위진단서 작성과 리베이트, 업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다 해도 재발부 받는 데 제한이 없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들의 97.4%가 면허를 회복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일삼아왔던 산부인과 의사도, 대리 수술이나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환자를 죽게 만든 의사들이 지역을 옮겨 병원을 재개원 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사 면허 박탈에 앞서 현행 ‘의료법’에 대한 개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잘못된 의료법이 지금의 '철밥통'이라 불리는 의사면허를 만들고 환자 목숨을 인질로 잡는 지금의 행태를 낳았다는 것이다.

한편 의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일 오후 4시 기준 청원 참여 인원 8만 7,000여 명을 넘어섰다.


"'의대 정원 늘리지 마라'는 결국 이익 관계 따지는 것"



파업에 나선 의사들은 이 시국에 오죽하면 파업을 하겠느냐, 국민들을 위해 파업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정재수 정책실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집단 이기주의'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점과 의사 파업 중단 조건으로 의사 인력 자체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전제로 한 점을 미뤄볼 때 본 의사 총 파업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익관계’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난 국민들이 의사면허 박탈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현행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의사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집단 내에서 여러 가지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인데 상황이 빠르게 진화되길 바란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대한간호협회는 성명문을 통해 "일부 의사들이 이제는 간호사들에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함께 반대하자며 여러 경로를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통해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으며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여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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