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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와 ‘우려’…엇갈린 시각

업계 관계자 “처벌에 초점 맞출 것 아닌 예방 중점으로 제도 개편 우선”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0/08/12 [16:46]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와 ‘우려’…엇갈린 시각

업계 관계자 “처벌에 초점 맞출 것 아닌 예방 중점으로 제도 개편 우선”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0/08/12 [16:46]

▲ 1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중대한 산업 재해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주최로 산재사망과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모여 기업에 책임을 묻고 피해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중대한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해당 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 역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과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추진을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6개 지방청장, 안전보건공단, 민간 산재예방기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자체와 협력 강화를 통해 산재예방 계획 수립, 교육 및 홍보, 사업장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산안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필요한 지원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규모 인명 피해 사고 잇달아 발생...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올해는 제정될까?

 

노동계 전반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쿠팡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거센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김명환 전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사퇴로 비대위 체계를 갖춘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하반기 투쟁 및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자본이 폭력적으로 자행하는 해고 및 폐업, 구조조정 등 생존권 파괴에 맞선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을 핵심 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 비대위는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과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형 산업재해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내걸고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이나 국가가 업무와 관련된 안전 의무를 위반하거나 소홀히 해 사람이 사망한 경우 이를 범죄로 규정, 정부 혹은 법인인 기업에 그 책임을 묻는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이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한 법이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지난 2007년 7월 제정됐다. 이전까지는 안전보건 담당자나 경영진의 부주의는 물론 범죄 의도까지 밝혀져야 기업을 처벌할 수 있었지만, 기업살인법 이후 부주의가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기업과 관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이다. 처벌 강화를 통해 기업 스스로 안전 의무를 한층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 영국 노동자 10만명 당 사망자 수 변화 추세 (사진=영국 보건안전청(HSE) 홈페이지)  © 팝콘뉴스

 

실제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이 시행된 것은 2008년 4월부터인데, 영국 보건안전청(HSE)에 따르면, 법 시행 전후로 노동자 1만 명 당 사망률인 ‘사망 만인율’은 2007년 0.7이었던 것이, 2009년 0.4로 43% 줄었다. 

 

영국은 기업살인법 제정 이전부터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과 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한층 무겁게 해야 한다는 국민 인식으로 인해 기업살인법이 제정됐다.

 

또 호주 역시 영국의 기업살인법과 비슷한 산업살인법을 지난 2003년 제정해 시행 중이며, 미국은 기업살인법은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강력한 사후 처벌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 등은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수십년 간 이어온 대한민국 노동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업살인법에서 비롯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지난 2017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보수 정당은 물론 진보 성향 정당 국회의원조차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결국 처리는 불발로 끝난 채 자동 폐기됐다.

 

정부 여당이 압승을 한 21대 국회에 들어서 정의당은 다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달 겨우 법사위 문턱을 넘었지만, 한 달 넘게 논의도 안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사고로 38명이 숨지고, 석달 뒤인 7월 용인 물류 창고 화재로 5명이 숨지는등 대형 사고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역시 근로 현장 안전 강화를 목소리 높이고 있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검찰 개혁은 물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은 또 다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단 우려도 있다.

 

■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 감소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 통계에 의하면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인 2018년보다 116명 감소한 것이다. 이는 사고 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다.

 

산재 사고 사망자 감소 원인으로 최근 민간 부문의 안전의식이 높아졌으며 발로 뛰는 현장 행정과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업이 추진된 결과라고 고용노동부는 분석했다.

 

하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 감소가 노동부 분석처럼 현장 안전 강화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있다.

 

노동부가 2020년 4월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수는 2018년 971명에서 2019년 855명으로 116명(11.9%) 줄었지만, 사고 재해자수는 2019년 94,047명으로 2018년보다 3,215명(3.5%) 증가했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사무국장은 “사고 재해자 수가 증가한 것은 과거보다 산재 신청자 수 증가 및 절차 간소화 등 효과로 인한 것인만큼 사고 자체가 늘었다고 해석하기에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사망자 수 감소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건설 노동자 취업자 수 감소 등 다른 요인도 있었던 점을 고려하고, 올 상반기 사고 사망자 수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동부가 분석한 것처럼 현장 안전 강화라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월별 산재 사망 노동자는 1월 44명, 2월 57명, 3월 59명, 4월 94명, 5월 61명, 7월 56명으로 총 428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매달 평균 60명 이상이 여전히 사고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영계 시각은?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현재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지나치게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당 관계자는 “이미 지난 6월 달에 있었던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안전 수칙 등이 높은 수준으로 강화됐음에도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부분들을 요구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경영계가 겪는 어려웅을 토로했다.

 

또 “처벌 중심이 아닌 안전사고 및 산업재해 예방에 더 중점을 맞춰 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도 전해, 향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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