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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지 않게"...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 높아

원청 기업은 물론 관리·감독 공무원까지 처벌... “책임 제대로 묻는 것 중요”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8/12 [16:17]

"일하다 죽지 않게"...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 높아

원청 기업은 물론 관리·감독 공무원까지 처벌... “책임 제대로 묻는 것 중요”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0/08/12 [16:17]

▲ 1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사망한 세 명의 노동자는 모두 하청 업체 직원이었다.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무전기는 원청 업체 직원에게만 지급됐다. 하청 노동자는 무전기 없이 일해야 했다.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기까지 담당 노동부에 대한 몇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세 번째 사망자는 두 번째 사망자와 사고 원인이 같았다. 사고 이후 진행된 안전 교육 중에는 ‘(노동자)개인의 실수’가 원인으로 언급됐다.

 

위 사례는 삼표 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지난 19년 8월, 올해 5월과 7월 발생한 산재 사고의 진행 과정이다.

 

불과 1년 사이 현장에서 세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이에 대해 삼표 시멘트에 대한 책임은 현재로서는 물을 수 없다. 삼표 시멘트 현장 하청 업체 노동자의 안전 관리 책임이 원청이 아니라 하청 업체에 있는 까닭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사고 예방 등 관리에 대한 책임이 현행법상 하청업체에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떠맏긴 원청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가 관리 책임을 갖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이다.

 

이런 까닭에 민주노총은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고소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

 

담당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해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의 심리치료 등 지원을 받는 것을 차선책으로 선택했지만, 그마저도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에야 수용되는 등 미진하게 진행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위 삼표 시멘트의 사례처럼 미진한 대응과 동일 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을 현행법이 책임처를 분명히 하고 그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강제할 힘을 갖지 못한 탓으로 보고 이를 보완할 제도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1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법안 전문을 공개했다. 또,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입법발의를 위한 서명 참여를 부탁했다.

 

운동본부가 제안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골자는 ‘정확한 책임 규명’과 ‘엄중한 처벌’에 있다. 현행법으로는 두 개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산업 재해에 관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대표적인 현행법으로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있다.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측이 2인 1조 원칙을 지켜주지 않아 홀로 사망한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례로 입법돼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리는 해당 법안은 하청 노동자 산재의 경우에도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

 

원청의 안전 보건 책임이 있는 장소를 이전 22개 장소에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중 대통령령이 지정한 곳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18년 국회 통과 당시 김용균 재단,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요구한 ‘처벌 하한선 1년’ 등 안이 제외되고, 특정 업종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한 산재의 경우 여전히 적극적으로 원청에 책임을 묻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등 ‘반쪽짜리 개정안’ 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피해자뿐 아니라 기업의 그릇된 경영으로 인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입게 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등도 함께 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를 전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피해자 어머니 손수연씨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참사의 책임 소재를 묻는 일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제조사인 ‘SK케미칼’은 애경과 함께 2019년에서야 기소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많은 기업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현재 진행형임을 분명히했다.

 

반복되는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게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처벌이 미진하다 보니 기업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진영 삼표시멘트 지부 조합원은 “19년 후진하는 중장비에 치어 사망한 동료와 20년 5월 기계설비 보수작업 중 벨트 불시 운전으로 머리와 목이 끼어 사망한 사고로 사망한 두 동료의 피해 사례를 노동부 태백지청, 강원지청에 전하고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했지만 3명이 사망해야 가능하다고 반려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진영 조합원은 “결국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20년 7월 두 번째 사망자와 같은 이유(벨트의 불시 운전)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세 번째 사고의 책임은 법적인 요건을 앞세워 특별근로감독 요청을 거부한 노동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운동본부는 노동자의 ‘산재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서도 ‘책임 규명과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효열 노동자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 집행위원장은 산재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진정어린 사과’, ‘책임(진실) 규명’, ‘대책마련’ 세 가지가 필요하다면서 “(이 세 가지를 이끄는) 과정 전체가 제도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이로부터 예방 노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 선행되지 않으면 상담실에 와서 나아졌다가 다시 일터로 나서면서 ‘리셋’되는 상황만 반복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운동본부가 공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사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원 이하의 벌금부터 7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기존보다 처벌의 강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또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데도 법안의 방점이 있는 만큼, 책임이 있는 기업은 몰론 기관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운동본부가 제시한 법률안에 따르면, 안전조치의무 및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낸 경우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는 물론 담당 공무원까지 관리, 감독 소홀로 처벌하도록 했다.

 

▲보건관리 의무 준수여부 감독 ▲시설 등의 건축 및 사용에 대한 인•허가 ▲원료나 제조물 안전•보건 의무와 관련한 감독•인허가 에 대해 공무원 책임까지 물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한편, 운동본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시민 대상의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고 노회찬 의원이 발희했지만 줄곧 국회에서 발이 묶인 중대재해기업처벌을 10만 명 국민 서명을 받아 정치권에 전달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는 이달 31일까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미리 시민 서명을 받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명이 시작되는 9월, 기 서명자에게 대해 다시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에서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힘을 싣는 모양새여서 관련 법안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하청과 파견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원청과 사용사업주의 개별 실적 요율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주민 전 최고위원 역시 지난 5월 "노 전 의원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21대 국회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 등으로 무고한 근로자들의 다수 생명을 잃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9월 정기 국회 이전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추가로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점 역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현실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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