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하려는 실수요자 늘어"


(팝콘뉴스=배태호 기자) 서울 강동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

5년 전 결혼해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둔 이 씨는 올해 들어 내집 마련을 결심하고 2주 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부부가 맞벌이하며 알뜰하게 저축을 해도 매번 오르는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세 번 째 이사를 해야 했던 지난해, 이 씨는 부인과 함께 내 집 마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면서, 전세 보증금과 그동안 저축한 돈,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끌어써도, 서울 시내에서는 마땅한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계속되는 정부 규제를 보며 이 씨는 "그래도 2년 뒤에는 지금보다 집값이 안정되면서, 내 집 마련이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해 작년 초 세 번 째 전셋집을 구했다.

그러나 이 씨의 바람과는 다르게 집값은 내려가기는 커녕 계속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계약한 전셋집 보증금을 내년에는 1억 넘게 올려야겠다'는 집주인 뜻을 공인중개사로부터 건네 들은 이 씨는 '더 미루면 정말 집을 못사겠구나'라고 생각해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부부가 저금하는 돈보다 집값은 매년 큰 폭으로 뛰었고, 여기에 대출 한도도 70%에서 40%로 줄면서 최대한 돈을 마련해도 집값의 80%를 겨우 넘기면서 원래 희망했던 역세권 아파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세 식구가 넉넉히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30평형대 아파트를 꿈꿨지만, 20평형대로 면적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집을 산다고 주변에 알리니까 '지금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몇 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더 늦기 전에 사는 게 낫다'라는 반응이었다"라며 "주변 분들의 반응보다는 매번 오르는 집값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전국적으로 이 씨와 같은 3040세대의 내 집 마련이 빨라지고 있다.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에서 집값 하락보다는 상승에 대한 기대감 또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45만 2천여 건으로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 반기별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같은 역대급 거래를 주도한 이들은 3040세대로, 상반기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와 40대 매매거래량은 총 22만 7천여 건에 달해, 전체 거래량의 절반이 넘는 50.26%를 차지했다.

상반기 아파트를 산 매입자 2명 중 1명은 3040세대인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규제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50대 이상 비중은 줄고, 실수요가 주도하는 중저가 매매가 늘면서 3040세대 아파트 매매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양천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한 모 공인중개사는 "목동 같은 경우 교육 여건으로 인해 원래 학부모 수요가 많았던 곳이기도 했지만, 재개발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 수요도 많았었는데, 올해 초부터는 투자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실수요자 특히 초중고 자녀를 둔 30대, 40대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며 "특히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더 오르기 전에'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3040 세대가 주택 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이 몰리는 지역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국내인구 이동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3040세대 전출 대비 전입 인구가 가장 많았던 강동구(순 이동 2,852명)의 경우 부동산 114 자료 기준 지난 1년간(2019.7~2020.7) 3.3㎡당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3.98%로 서울시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3040세대 전출 대비 전입 인구가 가장 많았던 경기도 화성시(순 이동 2만 1,121명) 역시 지난 1년간 3.3㎡당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7.86%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

인천시에서도 3040세대 순 이동이 많았던 연수구(8,475명)와 중구(4,707명)가 각각 10.27%, 11.39% 집값이 오르면서 인천시 주택 가격 상승률을 이끌었다.

3040세대가 몰리는 지역은 청약 경쟁도 치열했다.

올해 7월 서울시 성북구에서 분양한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는 1순위 평균 119.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북구는 같은 기간 3040세대의 순 이동자 수가 1,618명으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순 이동자 수가 많다.

또 같은 달 경기도 고양시에서 분양한 ‘행신 파밀리에 트라이하이’는 1순위 평균 37.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양시는 3040세대의 순 이동자 수가 9,708명이 이른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올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무등산’은 1순위 평균 106.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구는 3040세대의 순 이동자 수가 1,521명으로 지난해 광주에서 가장 많은 3040세대가 몰렸다.

같은 달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분양한 ‘광양센트럴자이’의 경우 1순위 평균 46.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양시는 3040세대 순 이동자수가 289명으로 전라남도에서 순천, 여수에 이어 세 번째로 젊은 세대가 몰린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에서 주 수요층으로 부상한 3040세대가 몰리는 지역의 경우 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교육환경이 우수하며 업무지구로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때문에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은 지역을 눈 여겨보는 것도 내 집 마련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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