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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다 ③

정미경 | 기사입력 2020/08/03 [13:23]

독일,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다 ③

정미경 | 입력 : 2020/08/03 [13:23]

▲ 정미경 독일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팝콘뉴스

(팝콘뉴스=독일 정치경제연구소 정미경 소장) 지난 6월 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 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을 예측했다.

 

코로나 19의 전세계적 확산은 경제주체의 행태와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역사적으로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 매출 급감을 경험할 경우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커져 저축 지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에서는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 독일 경제연구소(Ifo: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의 대표였던 한스 베르너 진(Hans-Werner Sinn)은 지금 코로나의 상황이 1차 세계대전 전후 경제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1차 대전이 종전되던 해인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찾아왔다.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가 대략 2050만~2200만 명 정도인데, 스페인 독감 사망자는 무려 5000만~1억 명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은 전후 배상을 위해 돈을 찍어냈다. 1921년 6월부터 1924년 1월 사이에 독일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겪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독일의 물가는 무려 10억 배 가량 상승하였다. 코로나 19로 유럽은행이 돈을 찍어내 뿌려대고 있다.

 

이것은 독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운다. 독일이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플레이션. 현재 세계 경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유가도 지난 수십 년 중 가장 저렴하다. 실업자 수의 증가, 기업의 파산,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증가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격의 하락, 디플레이션을 이끈다.

 

스테그플레이션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국가가 수요를 부추긴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공급이 제한된다. 수요자가 있다고 물건을 중단없이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1970년 오일쇼크 당시에도 정부가 부축인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해 가격이 상승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때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199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정책이 제한된 공급과 만나게 되면 경기가 활성화 되기보다 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굿바이 세계화, 헬로우 인플레이션! 동시에 세계 경제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 탈세계화가 가속화된다. 국제적인 공급망이 해체되고 기업은 저렴한 공급망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호하게 된다. 세계화 시대 저임금 국가에서 싼값으로 공급하던 제품들 덕택에 생산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높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국내에서 부품, 자재, 소비재를 생산해야 한다. 생산 단가가 인상된다. 그간 세계화는 안정적이고 끝없는 공급망을 통해 상품의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탈세계화는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도록 한다. 공급망은 축소될 것이고 탈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독점화로 가격상승. 여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글로벌화 된 대기업에게 더 위협적이다. 이런 대기업의 파산의 위협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이 대기업에 혜택을 더 주게 되고 대기업이 국내 시장 장악할 힘이 더 커질 것이다. 그 결과 경쟁은 약화되고 경제력의 집중이 증가하여 살아남은 대기업은 높은 가격으로 마진을 챙길 것이다.

 

노동의 이동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인구학적인 요소도 이에 가세한다. 서구 사회의 고령화는 노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부족한 노동인구를 메꿨던 것이 해외에서 유입된 이민자들과 해외 망명자들이었다.

 

노동의 이동이 어려워지면 이러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노동의 공급이 준다. 특히 낮은 임금에도 일을 하고자하는 저임 노동력이 준다. 저렴한 임금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난다. 탈세계화, 경제력의 집중, 그리고 노동인구의 감소는 한 방향으로 인플레이션을 가리킨다.

 

정부지출가 돈을 풀어 소비자의 수요를 부양할 때 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제한하지 않는지, 위기로 중소기업이 먼저 도산하고 대기업 살아남아 경제의 집중력이 높아지면 독점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을지, 또 해외가치사슬의 저렴한 공급의 감소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저임금 노동인구의 감소로 생산비를 높여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영향을 미칠 요소들을 찾아 추적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인상.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중 유동성이 이미 3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우려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푼 돈까지 가세하여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여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푼 돈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 19가 진정된 이후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다. 사회복지제도가 지금과 비교하여서도 한층 미흡했던 80년대와 90년대 ‘내 집’은 ‘사회안정망’이었다.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했다.

 

이후 집값이 상승과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그래도 부동산밖에 없다“는 믿음이 커졌다. 부동산은 기장 믿을 만한 저축이 되었고 미래를 안정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강화되어 당분간 물가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물가지수에는 가계에서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물가만 포함된다. 주택구입비와 같은 재산증식을 위한 지출은 품목에서 제외된다. 집값이 올라 많은 사람의 삶이 무척 어려워져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 19까지 집값을 올리는 이유가 된다면 그만큼 서민의 삶이 고달프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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