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 독일정치경제연구소 공법 및 인권법 연구위원 © 팝콘뉴스

(팝콘뉴스=홍선기 편집위원·독일정치경제연구소 공법 및 인권법 연구위원) 독일에서 코로나에 대응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볼 때 코로나 이후에도 독일에서의 기본권(인권)은 여전히 잘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독일 기본법(헌법) 제1조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확고한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금지령이 아닌 '접촉금지령'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주 정부 차원의 비판이나 시민들의 시위도 그렇거니와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확진자를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이나 통행금지령 및 기타 비상사태를 장기화 할 수 있는 법률안 통과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비판하는 모습 등을 비추어 보았을 때 독일 사회에서는 기본권(인권)을 후퇴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매우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나치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입장에서는 위기상황에서 인권이 얼마나 쉽게 유린당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구조로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인권에 대한 기본 관념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기본권에 대한 개입은 이전보다 적극적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비록 이동금지령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인 접촉금지령을 실시했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강경 진압했지만 독일 시민의 메르켈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것은 기존과는 달리 위기 시의 경우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서 더 두드러진다.

독일은 나치의 게슈타포나 동독의 슈타지와 같은 비밀경찰에 의한 감시사회의 경험으로 개인정보보호가 세계에서도 가장 엄격한 나라 중의 하나로 휴대전화의 위치정보 활용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독일은 대한민국을 주시했다.

중국과 달리 투명하게 코로나 19 대응 체계가 작동하는 데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서도 감염병이 관리된다는 점에 독일 언론인 슈피겔 온라인 등은 주목했다.

독일 언론이 일찌감치 한국식 모델을 주시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한국식의 위치정보 및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었고 심지어 저명한 공법학자는 한국을 파시스트 국가로 비판까지 가했다.

하지만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감염원을 추적하는 데 실패했고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정부는 방식을 바꿔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 정부는 최근 한국 정부 측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휴대전화 활용 방식을 문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가 통신 서비스 회사로부터 확진자와 접촉자의 위치 정보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어 감염 사슬을 추적하기 위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일간 디벨트는 '코로나19 대응, 한국식 모델이 독일을 구원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법 개정 추진에 대해 "한국식 방식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독일 정부에도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같은 기사에서 "이 법안은 상당히 신속히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구나 흔들리는 독일 경제를 감안해 사회적 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염 관리를 위해선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한국의 대응 방식에서 착안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방역에 활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지로 슈테펜 자이베르트 연방정부 대변인은 정례 공동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 정보 활용계획을 밝히면서 코로나19 대응의 사회적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존의 보호 위주의 개인정보 정책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위기 시 적극 활용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지지가 이어지는 한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코로나 사태 이후 독일 인권정책의 변화는 큰 틀에서는 크게 변화하지 않겠지만,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이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폭은 분명 더 폭넓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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