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의 국선변호사의 기록…취약계층 현실 변론

▲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저, 2019년 12월 미래의창 ©팝콘뉴스

(팝콘뉴스=이강우 기자)형사 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한 사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변호인이 있어야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거나 않을 때 법원에서 피고인에게 붙여주는 변호인을 '국선변호인'이라고 한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사람을, 사회를, 세상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더 나은 사회로 뻗어 나갈 법 이면에 존재하는 작고 분절된 이야기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미래의 창에서 출간됐다.

저자 정혜진은 국선전담변호사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남일보 기자로 15년 일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하던 2009년 강원대학교에서 법 공부를 시작, 졸업 후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거쳐 수원지방법원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기획 취재를 좋아하던 기자 시절, 신문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태양도시',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골목을 걷다'(공저)를 펴냈다.


전 직업의 영향으로 본인을 무엇이든 쓰는 자(記者)로 여기며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무렵 변호사시험 기록형 수험서를 쓰기도 했다.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며 피고인이라 불리는 약 2천 명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법의 언어로 풀어서 말하고 기록하며 변호사의 길을 배워가고 있다.

현실 사이에서 변방에 선 이들을 변호한다는 것 국선전담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한 사건이지만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피고인으로 만난다.

국선변호인과 함께할 피고인에겐 조건이 있다.

구속 중이거나 미성년자 혹은 70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변호인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야 한다.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돼 매달 주어지는 25건 내외의 형사 사건을 살피는 동안 저자의 눈에 밟힌 것은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을 만날 자격을 갖춘 취약 계층이 맞닥뜨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현실이었다.


형사 법정에 선 피고인은 돈이 없어도 변호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뜻은 준엄하나 잘못한 개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 그너머 취약 계층의 변하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단순 절도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이른바 '장발 장법' 위헌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저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말을 듣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소외된 이웃과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 담았다.


매번 새로운 피고인을 마주할 때마다 분명 끊임없는 고민을 거쳐 변론을 준비했다.

'장발장법' 폐지는 본인이 늘 변방에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는 관심 없는 사안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뤄낸 쾌거였다.


더 나은 사회로 뻗어 나갈 법 이면에 존재하는 작고 분절된 이야기 한 건의 범죄에는 단순히 법적 제도 안에서만 해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저자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마무리하며 "내가 선 이 자리에서는 이렇게 작고 분절된 이야기밖에 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조금씩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한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통해 국선변호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독자 모두가 제안하고 관심을 갖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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